[지역산단이 경쟁력이다](4)사천일반산업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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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사천IC에서 빠져 곧장 10여분을 달리면 한국 항공산업의 메카로 불리는 사천산업단지가 나온다. 단지 입구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새겨진 커다란 간판이다. 바로 옆으로 항공기 조형물이 눈에 띄어 가보니 항공우주박물관이다. 인근 초등학교에서 오전 수업을 마치고 견학을 왔는지 50여명의 아이들이 이제 막 박물관 건물에서 나오고 있었다.

지난 90년 사남농공단지 착공을 시작으로 조성된 사천산업단지는 지난 2006년 제1·제2 일반산업단지와 외국인기업전용단지가 완공되면서 총 면적 417만2000㎡의 현재 모양이 완성됐다.

단지는 조성 시기와 부지 용도에 따라 농공단지 등 4개 구역(단지)으로 구분되지만 입주 업종으로 보면 한국항공우주산업(이하 한국항공) 중심의 항공산업과 유니슨·SPP조선 등 조선사를 중심으로 한 조선산업의 양대 축으로 구성돼 있다. 90년대부터 한국항공의 설립과 함께 중소 부품업체들이 모여 형성된 항공 분야가 오랜기간 단지에 뿌리를 내려 온 터줏대감이라면 조선 분야는 최근 조선업 활황과 함께 입주가 늘기 시작한 새로운 구성원이다.

단지가 자리잡은 사천시는 인근 삼천포 등 항만과 사천공항, 남해고속도로와 대전∼통영 고속도로, 경전선 철도 등 육·해·공 교통의 요충지로 편리한 물류수송 인프라와 풍부한 전력 및 용수, 우수한 노동력 등 산업입지 3박자를 두루 갖춘 지역이다. 사천산업단지의 조성으로 사천시는 생산과 수출, 고용창출 등에서 막대한 경제적 효과를 누리고 있다. 단지 조성이 완료된 시점을 전후로 줄어들던 인구도 다시 늘기 시작해 “사천의 미래가 밝아 보여서인지 투자자들이 많이 찾고 공시지가도 인근 시군보다 많이 올랐다”며 시 관계자는 귀띔했다.

<> 한국항공 등 우리나라 항공산업의 역사

단지 입주기업 수는 총 86개. 이 중 33%인 28개가 항공기 제작 및 항공기 관련 중소 부품업체다. 업체 수로 전국 대비 50% 이상이 이곳 사천산업단지에 몰려 있다. 사천산업단지보다는 사천항공산업단지로 더 많이 불리는 이유다.

사천 항공산업은 사천산업단지 제1단지 용지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한국항공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부성정공 등 단지 내 중소 부품업체 대부분은 한국항공과 함께 우리나라 항공산업의 역사를 쓰며 부침과 성장을 거듭해 온 협력업체들이다. 한국항공과 중소 부품업체들은 이곳에서 함께 보잉747기와 아파치헬기의 부품을 연구했고 한국 최초의 초음속 훈련기 T-50을 개발했다. 한국항공은 한국을 대표하는 항공기 메이커로 성장해 지난해 8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 항공우주클러스터로 도약

항공이라는 차별화된 분야의 첨단산업단지로 성장해왔지만 해결해야 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국내 항공산업의 경쟁력이 높아졌다고는 해도 아직까지 세계적 수준과는 차이가 있다. 시장은 여전히 국내에만 머물러 있고 수출 길은 아직 멀다. 한국항공을 제외하고 중소 부품업체 중 매출 100억원 이상 업체는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점은 단적인 사례다. 몇몇 중소부품업체는 “시와 정부 지원이 많다고 하지만 항공산업 R&D 지원자금은 대전 지역에 집중되고, 부품 개발 투자는 특정 대기업에 몰려 있다”고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사천시는 사천산업단지 중장기 발전계획을 내놓았다. 핵심은 항공우주클러스터 조성이다. 기존 항공산업과 연계해 새로이 150만㎡의 부지를 대규모 국가임대산업단지로 조성하고 여기에 첨단항공우주과학관, 항공우주연구원, 항공대학교 등 항공우주산업 핵심 기관과 지원시설을 유치해 항공우주클러스터로 만들어 갈 계획이다.

또한 사천시는 한국항공에 버금가는 제2·제3의 항공기 제조업체를 유치 또는 육성하기 위해 필수적인 용지난 해소를 목적으로 광포일반산업단지 등 9개 지역에 970만㎡ 용지를 조성, 추가 공급할 예정이다.

◆입주기업/부성정공

 항공기 부품 제조와 이를 위한 금형툴(치공구) 설계 제작사인 부성정공(대표 황태부)은 사천산업단지의 터줏대감과 같은 존재다.

대표를 맡고 있는 황태부 사장은 과거 삼성테크윈(옛 삼성정공)과 대우조선해양 등에서 품질검사 전문인력으로 활동했다. 이후 80년대 말까지 중견 항공기 부품전문기업인 수성기체에서 생산부장으로 근무하며 이때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지난 90년 부성정공을 설립했다.

부성정공의 20년 가까운 기업 이력 곳곳에는 국내 항공산업 역사가 그대로 배어 있다. 90년 설립 첫해부터 삼성항공의 치공구와 기체판금 사업에 참여했고, 96년에는 삼성항공의 최우수 협력업체로 선정되기도 했다. 97과 98년에는 IMF 한파와 항공산업의 구조조정 회오리 속에 주춤했지만 99년 국내 항공기 산업의 구조조정이 완료되고 새로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출범하면서 곧바로 협력회사로 등록돼 현재까지 꾸준하게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2003년 국내 최초 초음속 훈련기 T-50의 부품 양산 계약을 하며 재기의 발판을 마련한 데 이어 AH-64D(아파치 헬기) 부품 공급 등 굵직한 계약을 연거푸 수주하며 사천산업단지의 대표적인 중소 항공 부품업체로 자리 잡았다.

부성정공의 경쟁력은 오랜 항공 부품 제작 노하우에서 나온다. 이를 바탕으로 어느 기업보다 저렴하고 다양하게 부품과 치공구를 제작·공급할 수 있다. 개화기인 국내 항공산업의 특성상 다양한 시제품이 필요하다. 업계에서는 ‘부성정공을 찾아가면 못 만들 시험용 부품이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최근 한국항공우주산업의 주요 개발 프로젝트 기종인 747-8·KT-1·KUH 등의 시제품 공급 계약을 확보한 부성정공은 회사 설립 이래 최대 매출인 연 50억원을 올려 올해를 제2의 도약기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황태부 사장은 “지난해에는 제2공장을 증축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해왔다. 시제품 공급에 이어 내년쯤 양산에 들어가면 최대 100억원의 매출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김수영 사천시장

 “사천산업단지 주변지역을 중심으로 새로운 주거지역과 상권이 형성되고 젊은 근로자들이 모여들면서 지역 경제 활성화의 중추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사천단지는 우리의 자랑이자 자부심의 근원입니다.”

김수영 사천시장은 지역경제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사천산업단지에 대해 시와 시민의 자랑스러워하는 마음을 있는 그대로 드러냈다.

산업단지에 대한 사천시의 이 같은 애정과 관심은 그간 추진해 온 지원 시책에 잘 나타나 있다. 시는 사천산업단지를 항공산업의 메카로 키우고자 총 500여억원을 투자해 단지 내 별도 임대단지를 조성했고 여기에 22개의 항공기 부품제조 업체를 유치했다. 또 사천단지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첨단항공기 부품개발과 독자적인 항공기 소재 가공 및 조립 기술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지난해 경남도와 함께 항공우주기술지원센터를 설립했다.

김 시장은 “일찌감치 산업단지를 투자촉진지구로 지정해 단지로 이전 또는 단지 내 창업하는 기업에 이전, 입지, 시설투자, 고용, 교육훈련 보조금을 최대 2억원까지 지원하고 있다”며 사천시의 강력한 기업 유치와 지원 노력을 강조했다. 현재 타 지역 기업이 사천단지로 이전하면 투자 금액 및 고용인원에 따라 용지 매입 대금의 50%까지 무이자로 지원받는다. 곧바로 그는 최근 물류대란을 염두에 둔 듯 “올해는 60여억원의 예산을 확보해 단지 내 공동물량장 설치와 해상운송 기반시설 확충 등 입주기업의 물류운송비 절감 사업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사천시 역시 용지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지리적으로 입지 조건이 좋고 입주기업의 다양한 지원책에 힘입어 사천 제1·2일반산업단지와 농공단지 등 4개 단지의 분양과 입주는 오래 전에 끝났다. 김 시장은 “현재 개별 입지를 원하는 기업이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공장 부지를 제때 공급해주지 못해 아쉽다”며 “공장 용지난을 해소하기 위해 광포만과 송포만 등에 2012년까지 신규 산업단지 조성을 목표로 전 행정력을 총동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기업을 유치하고 지원했듯 앞으로도 기업하기 좋은 사천을 만들기 위해 입지보조금과 시설보조금, 수도권 지방이전보조금, 중소기업육성자금 등 보다 많은 예산을 확보해 기업애로 해소와 지원대책을 강구해 나가겠습니다.” 김 시장은 “(시장으로서)기업과 시민이 공존하며 서로 상생발전하는 전국 최고의 산업도시로 누구나 가보고 싶고, 투자하고 싶고, 살아보고 싶은 사천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사천=임동식기자 ds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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