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産銀 민영화` 은행권 2차 빅뱅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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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은행 민영화는 금융산업 재편을 촉발하고 발전시키는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됐다.

 2일 발표된 정부의 산업은행 민영화 방안은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대우증권 등 자회사들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투자은행(IB)으로 육성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새로 설립되는 산은지주사를 글로벌 IB로 육성하기 위해 업무제한을 풀어주고 대형화와 해외 진출을 적극 추진하는 한편 국내외 IB 전문가들을 유치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구상이다.

 ◇연내 지주사 전환=정부는 올해 안에 산은지주사와 한국개발펀드(KDF)를 설립한 후 산은지주사는 내년 주식시장에 상장할 계획이다. 이어 2010년까지 정부 보유지분 49%를 시장에 매각하고, 새 정부 임기인 2012년까지 나머지 지분 51%도 매각하면 산은지주는 완전한 민간회사로 바뀌게 된다.

 정부는 기업금융에 강점이 있는 산업은행과 국내 선도 증권사인 대우증권을 결합해 경쟁력 있는 투자은행의 성장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국내외 금융시장에서 추가 인수합병(M&A)을 추진할 계획이다.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산업은행의 민영화에 정책적 우선 순위를 두겠으나 은행의 대형화로 경쟁력을 높이자는 취지는 공감한다”며 “민영화 과정에서 시장의 M&A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정부가 지분을 보유한 기업은행이나 우리금융지주까지 아우르는 메가뱅크 설립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풀이됐다.

 ◇은행 빅뱅 신호탄=은행권은 정부의 산업은행 민영화 방안을 은행권 2차 빅뱅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동안 외환은행 인수에 신경써 온 국민은행 등 선도 은행이 민영화 예정 은행들에도 관심을 표시하고 있어 M&A 작업이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에서 분리되는 KDF를 제외하고도 산은지주의 자산은 10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1분기 기준 총자산 108조원인 외환은행에 맞먹는 수준으로 은행권 판도에 큰 변화를 줄 수 있는 규모다.

 국민은행은 HSBC의 외환은행 인수가 무산되면 언제든지 공개경쟁을 통해 인수전에 뛰어들 예정이지만 그렇지 못하면 민영화를 추진 중인 다른 은행들의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또 우리금융과 기업은행도 산업은행보다 1∼2년 일찍 민영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이들 은행은 이르면 2010∼2011년 새 주인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여 금융권에 또 한 번 소용돌이가 몰아칠 전망이다.

 ◇KDF로 중기지원 강화=중소기업 금융정책 기관으로 올 연말에 설립되는 KDF는 산업은행이 보유한 구조조정기업과 공기업 주식 일부, 산은지주사 지분 49%를 넘겨받아 5조원의 자본금으로 세워진다.

 산은지주사 지분 49%를 2010년까지 매각하면 KDF는 장부가 기준 6조원 정도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향후 구조조정기업 지분의 매각 대금까지 포함하면 더 늘어나게 된다. 정부는 총 15조∼20조원의 자금을 조성할 계획이다.

 KDF의 중소기업 지원은 민간 금융회사에 자금을 대 줘 간접 지원하는 ‘온 렌딩(on-lending)’ 방식으로 이뤄진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산업은행이 공급한 기업 자금은 27조2000억원으로 이 중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은 7조3000억원에 불과했지만 KDF가 출범하면 중소기업 지원 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창용 금융위 부위원장은 2일 “성장형 중소기업에 대해 정부가 직접 지원하기 보다는 선진국처럼 민간 금융회사가 선별해 지원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정부는 KDF를 통해 후선에서 지원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상희·이형수기자 shkw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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