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산단이 경쟁력이다](1)정읍첨단과학산업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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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읍첨단과학산업단지에는 방사선융합기술과 바이오 관련 산업이 집중 육성됨으로써 향후 대표적인 특화 지방산업단지로 자리 매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산업단지의 핵심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정읍방사선과학연구소 전경

전자신문은 ‘산업단지가 다시 뛴다’ 시리즈를 통해 국가 산업단지가 우리 나라 산업 발전에 공헌해온 역할을 8회에 걸쳐 집중 조명했다. 국가 산단 현장에서는 현재 지역별 산업을 선도하며 새 시대에 맞는 미션 찾기에 나서고 있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했다. 이에 이번 주부터는 전국 각 지역의 저변에 깔려 있는 산업 인프라에 초점을 맞춘 제2탄 ‘지역산단이 경쟁력이다’ 시리즈를 마련한다. 지자체가 운영하고 있는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이 지역들이 어떠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고, 앞으로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를 현장 탐방을 통해 진단한다.

 전북 정읍시 신정동 일원에 조성되는 정읍첨단과학산업단지는 첨단산업을 육성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려는 정읍시의 땀과 노력이 스며 있는 곳이다. 인구 13만명의 농촌형 중소 도시인 정읍은 올해 전북도가 삼성경제연구소(SERI)에 의뢰해 서부권의 핵심산업단지로 성장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을 조사한 결과, 강력한 후보지로 꼽힌 군산과 새만금지역 등을 누르고 1위를 차지해 주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정읍첨단과학산업단지는 호남고속도로 내장산에서 10여분 거리에 있다. KTX가 다니는 정읍역까지 거리도 5분여에 불과하고 국도1호선 대체도로와 708번 지방도로 등도 개설됐거나 확장되고 있다.

 정읍시는 지난 2005년부터 2015년까지 1·2단계로 나눠 총 2400억원을 투입해 330만㎡ 규모의 첨단과학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단지의 46%는 산업용지로 분양하고, 나머지에는 연구원·기업체 직원들을 위한 아파트·개인주택 등 주거단지와 공공시설·녹지공간·편의시설 등이 들어선다. 정읍시는 과학산업단지의 효율적인 기반조성 및 분양을 위해 한국토지공사·산업은행이 공동으로 특수목적법인(SPC)를 설립하기로 지난해 12월 협약(MOU)을 체결했다. 전국 최저수준인 3.3㎡당 20만원대 분양가에 용지를 공급하기 위해 토지공사와 계속 협의하고 있다.

 정읍시는 1단계 89만7000여㎡ 용지를 2011년까지 조성해 분양할 계획이다. 이곳은 국내 최초의 방사선융합기술(RFT:Radiation Fusion Technology)과 연관성이 있는 기관 및 연구소, 업체를 집적화하는 ‘방사선 융합기술밸리’로 조성될 예정이다. 이미 한국원자력연구소 분원격인 정읍방사선과학연구소와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전북분원, 한국화학연구원 안전성평가연구소 정읍분소 등 3개 국책 연구기관이 자리를 잡고 산·학·연 연계 체제 구축을 추진 중이다. 이중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전북분원과 안전성평가연구소 정읍분소는 정읍시가 용지를 매입해 20년간 장기 무상 임대하는 등 공을 들여 유치에 성공했다.

 지난 2006년부터 본격 연구개발(R&D)에 들어간 방사선과학연구소는 첨단과학산업단지 활성화의 핵심역할을 맡고 있다. 본관 옆에는 200억원 가까운 예산이 투입돼 건설 중인 대전류 사이클로트론 종합시험동이 자리 잡고 있으며 감마선조사시설과 전자선가속기, 이온빔조사시설, 시험동물시설 등이 들어선다. 현재 세계 30위권인 우리나라의 방사선이용기술을 오는 2020년까지 선진국 5위 진입 달성을 목표로 3∼5년 안에 실용화가 가능한 기술 개발에 연구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 국제원자력기구(IAEA) 산하 국제방사선기술(RT) 협력연구센터를 유치, 매년 100여명의 국내외 전문인력을 교육도 전담한다.

 현재 80여명의 연구원들이 근무하고 있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전북분원은 미생물대상공학·제조합단백질·생물전환공정·분자생물공정·특화산업 분야의 관련 기술 개발을 주도적 맡아 진행하고 있다. 전통 발효산업과 첨단대사공학 기술의 접목으로 응용연구를 활성화하는 등 전북지역을 생물·생명공학분야에서 세계적인 메카로 육성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와 함께 660여억원이 투입된 한국화학연구원 안정성평가연구소(14만여㎡)는 화학물질과 신약의 독성 평가와 신약개발 지원을 담당한다. 흡입안전성시험연구동을 준공해 연구인력이 이전하고, 2010년 제2안전성평가시험연구동을 완공할 예정이다. 오는 2010년에는 이들 3개 기관의 상주 연구원만 1000여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박종기 정읍시 과학산업과장은 “전국 방사선 및 바이오 기업을 대상으로 입주의향을 조사한 결과 60여 업체가 첨단과학산업단지 입주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오는 2015년께는 2만여명의 인구가 새로 유입되고 연 2조원의 매출이 나는 등 주거단지와 편의시설을 함께 갖춘 문화·생명산업형 산업단지를 만든다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우주식품 김치도 방사선 이용

 오래 전부터 X레이 촬영에 활용돼온 방사선은 1960∼1970년대 들어 다른 산업으로 확산된다. 방사선을 쪼여 새로운 품종을 만들어내거나, 물체를 실제로 쪼개보지 않고도 물체 안의 균열을 찾아내는 검사를 할 때 이용된다. 이러한 방사선을 생명·환경·나노·우주·정보통신·국방기술과 융·복합한 분야가 바로 방사선융합기술(RFT)이다.

RFT는 이미 우리 실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다. 골프공에 방사선을 쪼이면 일반 공보다 최대 10%까지 멀리 날아가는 일명 ‘존 댈리 골프공(대표적인 장거리 프로골퍼의 이름을 땄다)’이 개발됐다. 골프공에 방사선을 쪼이면 공에 함유된 수많은 탄소 분자가 서로 연결돼 탄성률이 올라가면서 딤플(공 표면의 작은 홈)이 받는 공기 저항이 줄어든다. 다리미 전선이나 자동차 내부 전선에 방사선을 쪼이면 열에 잘 견디는 전선으로 탈바꿈하고 일반 타이어에 방사선을 이면 잘 닳지 않고 오래 가는 특징을 갖는다.

국내 최초 우주인 이소연씨가 우주에서 김치를 먹을 수 있었던 것도 RFT 덕분이다. 라면과 김치 등에 방사선 처리를 하면 장기간 보관해도 쉬지 않고 신선한 상태로 맛과 영양소를 그대로 지닌다. 하수종말처리장에서 발생하는 하수 찌꺼기에 방사선을 쬐면 양질의 비료로 재탄생한다.

의료기기 분야에서도 방사선의 활용도가 커지고 있다. 방사선으로 표면을 처리해 잘 닳지 않는 인공 고관절은 개발된 지 오래다. 최근에는 아토피성 피부염 치료 효과가 있는 겔(gel)을 합성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또 난초에 방사선을 쪼임으로써 돌연변이를 유도해 새로운 육종을 개발하고 일반 기능성 화장품보다 녹차의 함유 농도가 100배 정도 높은 제품의 연구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RFT 분야의 세계시장은 2005년 5000억달러에서 오는 2010년에는 1조1000억달러 규모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정읍첨단과학산업단지의 톱 브랜드 과제로 선정돼 신성장동력으로 집중 추진되고 있다.

◆인터뷰/ 강광 정읍시장

 “한국토지공사와 함께 최적의 공장용지를 제공하고 입주기업이 반드시 성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도와드리겠습니다.”

강광 정읍시장은 “그동안 연구소 유치를 위해 뛰어다닌 결과 국내에서는 방사선융합 분야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연구 인프라를 갖추게 됐다”면서 “올 하반기부터 산업단지 개발이 본격화되기 때문에 내년 하반기쯤에는 기업체 입주가 시작돼 정읍이 첨단과학산업도시로 변모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강 시장은 “RFT는 공업과 농업, 환경, 생명공학 등 응용 분야가 무궁무진하고 바이오 또한 생물소재와 기능성 발효식품은 시장전망이 매우 밝다는 게 전문 연구기관의 전망”이라면서 “첨단과학산업단지에 들어선 연구소들도 철저하게 실용화 기술개발과 기술이전, 기업과의 공동연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 시장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입주가 예상되는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특별팀을 구성해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공장설립에서부터 제품생산에 이르기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지원하고 1기업 1담당 결연을 통한 전담지원제도도 시행할 계획이다. 또 기업제품 홍보 및 판매에 대한 지원책도 빠뜨리지 않고 마련 중이다.

특히 전북도와 함께 투자금액 1000억원에다 상시고용인원이 500인 이상인 대규모 투자기업에는 최고 100억원, 본사 및 연구소 이전에는 최고 5억원까지 지원하는 등 전국 최고 수준의 투자기업 인센티브제도 시행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산업단지 내에 초등학교와 개방형 자율학교 등을 설립해 산업단지 입주민들의 교육 및 정주요건을 개선하고 100억원을 목표로 시민장학기금도 조성할 계획이다. 아울러 문화관광시설 확충을 위해 인근 내장산 관광랜드도 확대 조성할 방침이다.

“방사선과학연구소 등 3개 국책연구소도 산업단지 활성화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비록 분원에서 근무하고 있지만 방사선 관련 전문 연구원 모두가 정읍에 뼈를 묻을 각오로 기업이 필요로 하고 실용화가 가능한 기술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강 시장은 “이들 연구소와 정읍시가 힘을 합쳐 미래 신성장동력 산업인 RFT 및 생명·생물산업의 최첨단 기술을 제공하겠다”면서 “정읍에서 큰 꿈을 꾸는 기업이 많이 탄생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읍=김한식기자 h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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