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만 나면 저는 회사 근처의 강남대로와 테헤란로를 걷습니다. 걷다가 상점에 들어가서 어떤 코너에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지 봅니다. 버스나 지하철, 고급 커피숍에 손님이 많은지 아닌지도 관찰합니다.”
취임 석 달이 된 김한준(44) 디앤샵 사장은 ‘워커홀릭’이기도 하지만 ‘워크홀릭(Walkholic)’이다. 지난 92년 이후 인터넷과 관련된 업무를 16년 이상해온 그는 길거리에서 고객을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터넷상에서 데이터는 수집이 되지만 사람들의 눈빛을 봐야 소비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 것 같다고 김사장은 말한다.
고객을 만나 눈을 보고 시장에 확신을 가진 다음에 무모하게 보이는 사업에 돌진하는 것이 김 사장의 캐릭터다. 김 사장은 GS홈쇼핑 시절, 보험 상품을 TV홈쇼핑에서 팔자는 기획을 해 큰 성공을 거뒀다. LG증권 근무 시절 고객들의 필요가 무엇인지를 잡아내, 이를 홈쇼핑 특성과 맞춘 것이다. 보험 상품을 낼 때도 기존 제품을 판 것이 아니라 9900원대 시리즈를 내도록 함으로써, 홈쇼핑용 보험 상품의 모델을 제시했다.
“초기에 반대도 심했습니다. TV홈쇼핑에서 무형의 상품을 판다는 생각을 거의 못했을 때입니다. 이제는 보험 등 서비스 상품이 대세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는 이 같은 성과를 토대로 젊은 나이에 GS이스토어 사업본부장 등 조기에 고위직에 올랐고, 디앤샵 사장으로 지난 1월31일 자리를 옮겼다. 이제 최고경영자(CEO)가 된 그는 요즘 새로운 고민에 빠졌다. GS홈쇼핑과 인터넷몰인 GS이숍, 그리고 디앤샵간의 시너지를 내야하고, 디앤샵의 특징도 살리는 방안을 찾고 있다. 김 사장은 단순히 거래규모 경쟁 등이 아니라, 충성도 높은 고객을 지속적으로 끌 수 있는 특성화된 쇼핑몰이 돼야 치열한 유통분야에서 생존가능하다고 본다.
“걷다 보니 직장인들이 커피를 마셔도 유명 커피점보다는 노상 카페에서 많이 마시고, 대중교통도 만원인 경우가 많더군요. 이런 소비자들이 부담없이 찾을 수 있는 쇼핑몰을 만드는 것이 당분간 제 주요 임무일 것입니다.”
김 사장은 하반기부터는 변화된 디앤샵과 소비자의 기억에 강하게 남는 인터넷 쇼핑 문화를 만들이 위해 또다시 저돌적으로 달려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김규태기자 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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