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석 사장(54)은 ‘중독성’이다. 곳곳에 체온으로 데운 덫을 놓고는 사람 마음을 모두 빨아 들이겠다는 듯 바싹 다가선다. 그 덫에 걸린 118명이 링네트에서 이 사장에 점점 더 빠져들고 있다.
“어릴 때에는 부모, 학교에 다닐 때에는 선생님, 사회에 나와서는 직장상사가 멘토(Mentor)죠. 저는 120여 링네트 임직원의 멘토이고자 합니다.”
그저 말장난이 아니다. 이 사장은 “임직원에게 행복, 부, 역량을 주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자신이 약관·이립 시절에 느끼지 못했던 기쁨(행복), 자신의 몫을 덜어낸 재테크(부), 자신에게 도움이 됐던 교육(역량)을 직원들에게 그대로 전해주겠다는 것.
이 사장이 임직원에 전하는 행복은 ‘여행’이다. “스물, 서른에 즐길 수 있는 기쁨과 행복을 마흔, 쉰에 느낄 수 없지 않느냐”며 “3년 전에 모든 직원을 4회로 나눠 일본에 배낭여행을 보냈고, 올해에는 일본과 중국에 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비행기 삯은 물론이고 체류 경비까지 모두 지원한다. 이 사장은 은근히 ‘여행을 통한 결속(팀워크)’을 바랐다. 중국이 빠르게 바뀌는 모습을 제대로 알아오기를 바라기도 했다. 물론 가장 중요한 목적은 “여행을 통해 젊음을 느끼고 삶을 재창조해보라”는 것이다.
이 사장이 임직원에 주는 부는 ‘우리사주(ESOP)’다. 지난 2006년과 작년에 각각 5억원 상당을 우리사주로 지급했고, 올해에도 5억원을 줄 계획이다. 임직원 1인당 평균 2000만원 씩이고 배당금도 따로 나온다. 회사 세후 이익 20억원 가운데 5억원을 우리사주로 나누는 것은 분명 쉽지 않다.
“지난 2000년 링네트를 설립할 때 LG전선 지분이 40%였는데, 나머지 60% 가운데 50%를 사장이 갖고 나머지 10%를 직원들에게 나눠주라고 조언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게 중소 벤처기업의 일반적인 주주 구성 행태였죠. 하지만 말로만 ‘직원이 회사 주인’이라고 할 게 아니라 진짜 주인을 만들어 주고 난 뒤 이런저런 대화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결국 자신은 20%만 갖고 40%를 직원 몫으로 돌렸다. 이 사장은 이를 ‘나눔의 선물’이자 ‘같은 회사에서 같은 느낌으로 일하기 위함’이라고 풀어냈다.
나눔의 선물은 서울 영등포 자선의료기관인 ‘요셉의원’으로도 이어졌다. 이 사장이 여의도 점심 약속에 가다가 차창 밖에 펼쳐진 요셉의원 부근 노숙인들의 밥 타는 줄을 우연히 접한 뒤로 지난 4년간 매년 1500만원 씩 기부했다. 경기 포천의 한 장애인요양원에도 분기별로 직원 4∼5명 손에 기저귀·난방기름구매권·과자류 등을 들려 직접 찾아가도록 했다. 매년 800만원 상당 물품을 전달하고 있다.
이 사장은 “우리나라에서 선천적 장애인 탄생비율이 3%이고, 후천적 장애인을 포함하면 5%에 달해 외국보다 크게 높은 편”이라며 “낮은 데를 보며 살자는 마음을 직원들과 나누고 있으며 매년 회사 세전 이익의 1%를 어려운 곳에 기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가 임직원에 주는 또 하나의 선물은 ‘역량’이다. “말하자면 ‘두뇌테크’라고나 할까요. ‘지식경영’을 회사의 가장 큰 자산으로 여기고, 이를 위해 직원마다 수 백만원대를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92∼93년 LG전선에서 영업부장을 할 때 회사의 배려로 경영학 석사(MBA)를 했는데, 회계·관리·마케팅·노무·인사·평가 등 지금 회사를 경영하는 기준을 세우는 든든한 밑거름이 됐다”며 “직원들이 링네트에서 가장 ‘성장’한 뒤 다른 곳에서 빛을 발휘하며 자신의 삶과 국가에 도움이 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 사장은 링네트 임직원 평균 나이를 ‘33세 이하’로 유지하고픈 목표를 가졌다. 자기 계발 열망이 뜨겁고 진취적인 인력들을 길러 다른 회사나 다른 분야로 내보내 국가에 도움이 되는 ‘긍정적 수혈 효과’를 바란다는 것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인재를 양성해 링네트에 도움이 될 결실을 맺기를 바라되 그 직원 삶의 질과 국가 발전에 필요하다면 놓아주고 도와주겠다는 생각이다.
이 같은 경영철학에도 불구하고 링네트의 매년 평균 이직률은 10∼15%에 머물고 있다. 중소 소프트웨어 및 정보시스템통합 전문기업의 일반적인 이직률이 20% 훌쩍 넘어서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 사장은 “사회 생활 초년에 독한 상사를 만나 까다로운 거래선을 트며 힘든 일을 하면 30년을 거뜬히 견뎌낼 수 있을 것”이라며 “젊은 인재들이 링네트에서 웃으며 생활하며 5년 정도 씩 회사에 기여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여행을 보내주고 우리사주를 나누는 등의 투자 대비 효율이 많이 낮아 보인다. 특히 “매년 이직하는 12∼15명 가운데 3분의 2 정도는 스스로 퇴사한다”고 하는데 투자한 게 아까울 법도 하다. 이에 이 사장은 “받은 만큼 돌려주려는 마음뿐”이라고 설명했다. 자신이 LG전선에서 받은 혜택을 바탕으로 창업해 성공했듯 링네트에서 5∼7년 경력을 쌓은 이들이 다른 회사로 뽑혀가 사회와 국가에 도움이 되기 바란다는 것이다.
이주석 사장은 LG전선에서 22년을 근무했다. 지난 97년 상무로 승진했는데, 임원 23명 가운데 유일하게 서울 강북지역에 살았다. 한눈팔 겨를 없이 일에 매진한 것. 이렇듯 몸에 밴 성실함에 힘입어 고 허준구 LG전선 사장과 종종 차를 나누는 일이 많았다. 그는 허 사장으로부터 받은 남달랐던 사랑(?)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가슴에 새겨 링네트 직원들에게 되돌리려 노력하고 있다.
그는 ‘2010년 직원 200명에 매출 1000억원대 링네트’를 꿈꾼다. 지난해 매출 511억원, 올해 600억원을 예상한다. “너무 소극적인 목표가 아니느냐”고 물었더니 “사업성이나 시장 매력도만 보고 신규 사업에 뛰어든 중소 벤처기업들이 관리력 부재로 100전 100패 했다”며 내실 있는 성장에 무게 추를 기울였다.
이 사장은 “중소기업답게 (사업을) 하겠다”면서 “직원 200명에 매출 1000억원이 될 때까지 네트워크통합(NI) 사업에 집중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이공계 출신들이 논리적인 편이고 실행 중심적인 데다 한 발 한 발 다져가며 앞으로 나아가는데, 링네트는 철저한 엔지니어 회사”라면서 “말과 행동이 일치해 언제나 신뢰할 수 있는 기업이 될 것”고 덧붙였다.
지난 2000년 창업할 때 40%에 달했던 LG그룹 매출 의존도가 올해 10%로 줄었다. 링네트가 어떤 미래를 그려갈지 지켜보자.
◆이주석 사장은 1954년 서울 출생으로 서울고등학교와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나왔다. 76년 LG전선에 입사해 22년 동안 △시스템기술부장 △정보통신사업팀장 △네트워크사업부장 △이사(상무) 등을 맡아 식견과 경험을 쌓았다.지난 2000년 링네트를 창업했으며 한국가스공사, 주택금융공사, 과천시설관리공단, 한미연합사, 정보사령부, 고등과학원, 한국환경기술연구원, 광주과학기술원, 송도병원, 안산한도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정보시스템 및 네트워크 체계를 구성했다.
이 사장은 집안이 가난해 중·고교 때 수학여행을 가지 못한 채 학교에 남아 공부를 했고, 그때부터 도움을 받거나 도움을 주지 않고 살아왔으나 오랜 투병생활을 한 아내 곁을 지키면서 베푸는 마음을 알게 됐다. 10여 차례에 걸쳐 암을 이겨내기 위한 수술을 견딘 아내를 위해 공기 좋은 서울 외곽에 집을 마련했고, 매일 서울 구로동 회사까지 1시간 30분 가량을 직접 운전해 출퇴근하고 있다. 운전기사와 비서를 두지 않으며 해외 출장 때에도 이코노미클래스만 이용한다. 그 이유를 물었더니 “죄 없는(?) 소액주주들로부터 돈을 빌려 비즈니스클래스로 해외 출장을 가고 비서에 운전기사를 두고 대형 승용차를 타는 일부 벤처기업 사장과 달리 중소기업답게 경영하기 위해서”라는 대답이 되돌아왔다.
이은용기자 eylee@
박지호기자 jiho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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