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리포트]`홍하이` 그리고 마잉주노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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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떻게 성공하는지 방법은 모른다. 그러나 어떻게 생존하는지는 알고 있다.”(궈타이밍 홍하이 그룹 창업자)

대만 기업 홍하이가 전 세계 IT시장에서 무서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S&P(Standard & Poors)가 집계한 전 세계 IT업계의 매출 순위에 따르면 홍하이는 2006년 기준 매출 406억달러로 전 세계 IT업체 중 13위를 기록했다. 이는 인텔(354억달러), 샤프(268억달러), 시스코(285억달러), 애플(193억달러) 등 굴지의 글로벌 IT기업의 매출규모를 넘어서는 것이다.

 더 무서운 것은 성장률이다. 글로벌 100대 IT기업들의 지난 10년간(1997∼2006년) 연평균 매출성장률이 16.9%인 데 비해 홍하이의 성장률은 무려 54.1%에 달한다.

◇세계를 놀라게 한 숨은 거인=홍하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중소기업 천국으로만 알려져 있던 대만에서 언제 이런 대기업이 나왔는지 새삼 놀라게 된다. 홍하이는 직원만 총 45만명에 13개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세계 20여개국에 24개의 생산거점, 10개의 R&D센터 및 13개의 물류센터를 갖고 있다. 사업구조는 PC, 휴대폰, 게임기 등 주요 전자제품 위탁 생산을 전문으로 하고 있으며, 세계 전자제품 제조전문시장에서 25%의 점유율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매출 비중으로는 PC 49%, 휴대폰 25%, 가전 15% 등으로 제품 포트폴리오가 다변화돼 있다. 또 애플·노키아·HP·소니 등 글로벌 IT대기업 10개사 관련 매출이 홍하이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전 세계 IT 제조 수요를 독식하고 있다.

1974년 TV부품 제조업체로 출발해 10년 전까지만 해도 글로벌 100대 IT기업 축에도 끼지 못했던 홍하이가 단기간에 성장한 것은 M&A를 통한 성장이 주요했다. 주로 M&A를 통해 제품라인과 생산시설을 확보하고, 설계·부품·유통까지 수직 계열화해 오늘날의 홍하이 그룹으로 성장하게 된 것이다.

◇기술이 뒷받침된 원가경쟁력=홍하이의 경쟁우위는 압도적인 규모를 내세운 원가경쟁력에서 나온다. 홍하이의 중국 선전 공장단지는 근로자만 27만명에, 기숙사·병원·상가 및 각종 편의시설 등 70여개 건물이 포진했다. 하나의 작은 도시를 형성할 정도다. 대규모 물량을 통째로 수탁하는 것은 홍하이의 최대 강점이다. 판매전망이 불투명한 상태에서도 애플 아이팟 전용공장을 건설해 애플의 아이팟 생산을 통째로 수주한 것이 좋은 사례다. 애플 아이팟을 만드는 근로자만 3만명에 달한다. 대다수 부품을 자체 생산하는 수직 통합형 생산구조를 구축, 비용을 절감하는 것도 홍하이의 극단의 원가경쟁력에 한몫했다.

이는 단순한 ‘허리띠 졸라매기식’이 아니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원가를 낮추고 스피드를 올리는 것도 홍하이의 성공을 뒷받침했다. 홍하이는 보통 1∼1.5개월이 소요되는 가전의 금형설계 및 제작 소요기간을 7∼10일로 단축했다. 기술력 없이는 스피드도 불가능한 것이다. 숙련된 금형 기술자 양성을 위해 ‘금형학교’를 설립해 매년 3000명의 졸업생을 배출한다. 비용을 대폭 낮춰 이익을 낼 수 있는 기술이라면 관련 기술자를 영입하는 등 필사적으로 배워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이 홍하이의 기술력 향상의 방식이다.

◇마잉주노믹스와 결합한 대만 IT의 역습=홍하이 외에도 최근 대만 IT기업들의 약진은 괄목할 만한 수준이다. 2006년 기준으로 전 세계 주기판 시장에서 PC의 99%, 노트북PC의 87%, LCD 모니터의 75%를 점유하고 있다. 이러한 대만 IT기업들의 약진은 최근 대만의 정권교체 이후에 더욱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3월 22일 대만 총통 선거에서 ‘경제 총통’을 표방하며 신임 총통에 당선된 마잉주 후보는 그동안 양안(兩岸) 관계 개선을 통한 대만 경제 활성화를 비전으로 제시해왔다. 특히 중국과 긴밀한 경제 교류로 중국의 자본·노동력과 대만의 정보통신 기술력을 접목시켜 시너지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중국과 대만 기업 간 연합전선을 통한 경쟁력 향상과 이로 인한 국내기업 공략이 가속화되면 국내기업들의 부담은 더욱 가중될 수 있다. IT강국의 위상을 유지 발전시켜나갈 수 있는 방안 모색이 시급한 상황이다.

권기덕 삼성경제연구소 기술산업실 연구원 kdkwon@sams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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