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우회상장(back door listing·뒷문상장)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지만 부실한 준비로 주가가 하락해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망된다.
5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06년 상반기 38개사 달했던 코스닥 우회상장은 그해 6월 우회상장 요건을 강화하면서 하반기 7개사로 대폭 줄었다. 하지만 지난해 상반기 10개사, 하반기에는 32개 기업이 우회상장하며 급증세로 돌아섰다. 올해 들어서도 나노테크닉스가 MCS로직의 흡수합병을 눈앞에 뒀고, 구명정과 특수선박 업체인 현대라이프보트가 액정표시장치(LCD)부품 생산기업인 하이쎌에 지분을 넘기며 우회상장을 시도하고 있어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이후 코스닥에 우회상장한 10개 IT기업의 주가를 분석한 결과, 대부분 업체가 크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회상장 후 모두 하락=결론부터 말하면 우회상장 기업의 주가는 1개사를 제외하고는 모두 하락했다. 지난해 7월 마담포라를 통해 우회상장한 프로젝터 업체인 아이니츠는 합병 전 가파르게 오르던 주가가 발표 당일 7110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후 내림세를 타며 2000원대로 추락했다.
지오텔과 합병을 통해 우회상장한 카포인트도 마찬가지다. 합병소식에 힘입어 1만2200원에 달하던 주가는 실적 호조에도 불구하고 합병 이후 75%가량 하락했다. 모바일 솔루션 업체인 인트로모바일도 인프라벨리와 합병 후 인스프리트로 이름을 바꾸고 상장했지만 주가가 반토막이 났다.
광부품모듈 업체인 이리콤이 흡수합병한 한틀시스템도 51%가량 떨어졌다. 유비스타를 통해 우회상장한 온세텔레콤은 발표 당시 7월 주가는 2000원대였지만 최근에는 1000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영실업은 주가가 상승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액면가 착시현상. 비전하이테크는 영실업을 인수하며 500원짜리 주식을 1000원으로 병합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주가가 하락한 셈이다. 다만 LED를 공급하는 루멘스만이 지난해 10월 엘씨텍에 우회상장한 후 실적호조에 힘입어 12%가량 올랐다.
◇준비 안 된 상장이 원인=이영곤 한화증권 연구원은 “시장을 우회해 들어온 기업은 실적 등에서 상장 여건이 안 된 기업이 많기 때문에 실적부진에 따른 주가급락이 많다”며 아직 위험한 투자대상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06년 6월 우회상장 요건을 강화하면서 과거와 달리 자금만 빼먹고 달아나는 먹튀성 상장은 대폭 줄었지만 주가하락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의 몫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정식 상장절차가 복잡하다 보니 상장기업 중 대주주 지분율이 낮고 자금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을 대상으로 우회상장을 시도할 수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주가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있다. 따라서 투자자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우회상장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근해 대우증권 연구원은 “단기 차익을 노리고 진입하는 기업은 적극 막아야 하지만 진입과 퇴출이 자유로운 시장의 원칙을 살려 운용하면 자본시장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경민기자@전자신문, km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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