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산업의 맏형인 KT의 사업 실적이 무색하다.
영업이익이나 당기순이익 면에서 SK텔레콤이 KT를 제친 지 한참이지만, 이제는 총 매출 면에서도 1위 자리가 위협받을 지경에 이르렀다.
최근 양사가 발표한 지난해 실적을 비교하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에서 SK텔레콤이 KT보다 7000여 억원 이상 앞선다. 매출에선 KT가 7000여 억원 가량 SK텔레콤에 앞서있다. 내실로만 보면 SK텔레콤이 우위에 있는 셈이다.
양사가 밝힌 올해 매출 목표는 KT가 12조원 돌파, SK텔레콤이 11조7000억원 규모다. 연말이면 7000억원 규모의 매출 격차가 4000억원 이내로 좁혀지는 셈이다. 이론적으로 단순화하면 양사 매출이 비슷해지거나 SK텔레콤이 앞서는 것은 한 두 해면 현실화될 판이다.
물론 SK텔레콤도 매출 10조원 돌파 이후 안정적인 성장률을 이어가기 쉽지 않다. 하지만, 이미 정체 상황에 빠진 유선 시장에 비한다면 이동전화 시장은 3G로 전환과 데이터 및 해외로밍 매출 등으로 유선보다는 상황이 낫다.
KT가 미래 사업으로 기대하는 IPTV나 VoIP도 크게 기대하기 힘들다. SK그룹은 물론 LG 및 기타 업체 모두가 덤비고 있는 시장이고, KT의 기존 매출이 일정 수준 줄어들 수밖에 없는 모순적 성격의 사업이라는 점에서 SK텔레콤보다 더 비관적이다.
KT 관계자는 “경쟁사가 규제를 거론할 때 유선 시장의 90%를 점유하고 있는 우리 조건을 강조하지만, 우리가 점유한 90%의 매출은 4조원 수준이고, SK텔레콤이 점유한 50%의 시장은 우리의 두 배가 넘는 10조에 달하는 규모”라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어찌 보면 맏형 위치에서 자존심이 상할 수 있지만, KT가 처한 상황을 보다 객관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KT는 KTF 등 관계사 인프라 통합 등 그룹 차원의 조직정비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신규 사업이나 신성장동력을 찾는 일도 중요하지만, 비용을 최소하고, 그룹이 보유한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드는 것 역시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SK텔레콤은 국내 이동전화 시장의 1인자 자리를 지키는 것 외에도 글로벌 무대에서 성장 동력을 찾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해외사업에 대한 전방위적인 투자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시도는 SK텔레콤의 미래에 다름 아니다.
신혜선기자@전자신문, shin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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