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이화여자대학교 종합과학동 B동 4층. 빼곡히 들어찬 연구실 사이로 유독 바빠보이는 곳이 있다. 바로 최진호 석좌교수가 이끄는‘지능형 나노하이브리드 물질 연구소’가 그곳이다. 지난 2004년 최 교수가 서울대에서 옮겨오며 탄생한 이 연구소엔 독특한 특색이 있다. 나노와 바이오의 ‘전략적 동거’가 벌어진다는 것. ‘나노-바이오-정보기술(NT-BT-IT) 융합’을 이용해 지능형 나노무기와 유기 하이브리드 물질을 설계·창조해내는 게 이 연구소의 목적이다.
‘NBT’ 연구는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식품·무기물 등 영역을 가지지 않는다. 그 대표적인 성과물이 지난 2004년 연구 논문을 통해 발표된 ‘나노 DNA 바코드시스템’. 나노 바코드시스템이란 식품의 DNA 정보나 원산지 정보 등을 나노 입자에 담아 스프레이처럼 뿌려두면 물질이 조각으로 나뉜 뒤에도 식별이 가능하도록 하는 기술. 이를 이용하면 재배부터 유통까지 모든 과정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암세포만 골라 없앨 수 있는 ‘지능형 나노 약물 전달시스템’도 연구실이 자랑하는 주요 연구 분야다. 올해 전 임상실험을 통해 독성의 여부를 확인하는 연구를 진행하려 준비 중이다.
이와 함께 지능형 나노 하이브리드 물질 연구는 상용화 기대가 가장 높다. 일본 NTT·조폐공사·국정원 등에서 기술 매커니즘을 실제 업무 처리에 적용하고자 자주 문의한다. 실제 제과업체인 파리크라상의 경우, 연구소로부터 나노하이브리드를 이용해 구울 때 더 맛있는 빵이 되도록 도와주는 효소를 제공받기도 했다.
이런 연구의 중심엔 학생들의 실력 향상을 위한 학교의 노력이 있다. 지난 2007년 연구실 학생 두 명을 이화여대생 최초로 ‘유럽국가석사프로그램(European Masters Program)’에 보냈다. 연구소의 적극적 지원으로 20명이 채 안 되는 연구원·학생들 중에서 3명의 대학교수도 탄생했다. 인기만점 연구소의 선발기준은 단 하나. 바로 목표를 현실화시킬 수 있는 열정이다. 최 교수는 자신의 연구실을 ‘목표가 있는 드림팩토리(Dream Factory)’라고 명명하면서 “컨버전스시대 실용주의 연구의 장을 열겠다”고 말했다.
◆최진호 석좌교수 인터뷰
“이젠 컨버전스의 시대죠.”
최진호 이화여대 석좌교수(60·나노과학부 화학과)는 딱 잘라 말했다. ‘NT-BT-IT’ 등의 기술을 융합하면 나노 DNA바코드·지능형 나노 약물전달시스템·나노화장품 등 다양한 물질을 만들어낼 수 있다며 이 분야 연구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향후 실용화 가능한 부분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며 “연구만을 위한 연구는 사양하겠다”고 실용화를 다시한번 덧붙였다.
실제로 그가 이끄는 연구실은 지난해 비타민C를 나노기술로 가공해 만든 화장품으로 수십억원의 판매고를 올렸다. 시장 반응에 고무된 연구팀은 더욱 자신감을 얻었다. 과학계에서는 최 교수의 다음 행보를 호기심 어린 눈으로 쳐다보고 있다. 그러나 최 교수는 “올해 목표는 연구 진행 중인 것들을 상용화 단계까지 가도록 키우는 것”이라며 “다만 은퇴전까지 바람이 있다면 지능형 나노 약물 전달 시스템이 식품의약품안전청에 통과돼 약품이 나오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성현기자@전자신문, arg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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