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신년특집]에너지 실크로드 중앙아시아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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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가 중앙아시아 시장에서 브랜드 마케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중앙아시아가 유망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지역에 위치한 국가들은 최근 유가 상승에 따른 ‘오일머니’와 ‘가스머니’로 새로운 부흥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아시아는 범위는 일정하지 않으나 작게는 파미르고원을 중심으로 동투르키스탄으로 불리는 중국의 신장웨이우얼자치구와 서투르키스탄으로 불리는 투르크메니스탄·우즈베키스탄·타지키스탄·키르기스스탄의 4개 공화국 및 카자흐스탄 남부를 합친 지역을 가리킨다.

 사실 ‘중앙아시아’로 분류되는 5개 공화국은 지난 91년 구소련 해체 후 독립하면서부터 세계사에 이름을 올리기 시작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한마디로 변방의 국가들이었다. 하지만 지난 2000년대 들어 폭등하고 있는 국제 유가가 카자흐스탄을 중심으로 한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가파른 경제 성장을 이끌면서 글로벌 경제의 한 축으로 등장했다.

 중앙아시아의 대표국가인 카자흐스탄은 독립 이후 풍부한 자원을 외국기업에 개방, 이들 국가 중 가장 잘 사는 나라로 떠올랐다. 카자흐스탄의 1인당 국민소득은 2006년말 기준 5100달러로 아직 우리나라의 25% 수준에 불과하지만 국민 1인당 외국인 투자액 1위일 정도로 빠른 속도로 경제발전을 일구고 있다. 카자흐스탄의 외국인직접투자(FDI)는 1999년 18억달러에서 2004년 40억달러, 2005년 64억달러, 2006년 104억달러로 급증했다.

 이 같은 배경에는 원유 매장량 세계 7위, 아연·텅스텐 매장량 세계 1위, 우라늄·은·크롬 각각 세계 2위 등 풍부한 자원의 덕이 컸다.

 카자흐스탄과 쌍벽을 이루는 우즈베키스탄도 유전과 가스전의 개발로 놀라운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자원민족주의에 기반한 폐쇄경제로 아직 경쟁국인 카자흐스탄의 성장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지만, 유전과 가스전의 추정 매장 규모가 3조5000억달러에 이를 정도로 성장 잠재력이 크다. 현재까지 개발된 수준은 2억달러에 불과하다.

 지난 2004년 석유·가스개발을 위한 해외투자촉진법이 발효되면서 연평균 7%대의 성장세를 보이며 카자흐스탄 추격에 나섰다.

 미국과 유럽은 물론 아시아 주변국가들도 이제 이들의 넘쳐나는 오일 머니가 자국으로 흘러들어 오길 기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떠오르는 중앙아시아 시장 선점을 위해 이들 국가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

 국내 1위 유선통신사업자 KT는 지난 10월 말, 자원대국 중앙아시아 우즈베키스탄의 유선통신사업자 이스트텔레콤의 지분 51%, 무선인터넷(와이맥스) 사업자인 슈퍼아이맥스의 지분 60%를 인수했다. KT는 이번 진출을 발판으로 중앙아시아 중심부와 러시아 극동지역을 잇는 동서 통신벨트를 구축할 계획이다.

 남중수 KT 사장은 “우즈베키스탄은 인터넷 가입자수가 6만명에 불과해 통신 시장 성장 잠재력이 매우 크다”며 “KT는 우즈베키스탄 진출을 계기로 한국에서 러시아 연해주와 유럽·아프리카를 잇는 21세기 디지털 실크로드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도 중앙아시아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다. 2006년 말 기준으로 LG 브랜드 인지도는 카자흐스탄 92%, 우즈베키스탄 71%에 이른다. 중앙아시아 5개국의 LG 브랜드 인지도는 60%를 상회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다.

◆중아아시아에 부는 ‘한류’

 중앙아시아에는 한류바람도 거세다. 카자흐스탄의 최대 민영방송사인 하바르TV를 비롯해 엔떼카TV(NTK), 알마티 소재의 ERA-TV, 우크라이나 국영방송 등이 KBS의 ‘별난 남자 별난 여자’ ‘소문난 칠공주’ ‘슬픔이여 안녕’ 등 일일 드라마와 주말 드라마 구매 의사를 밝혔다. 우즈베키스탄 국영방송사는 MBC의 ‘궁’ ‘주몽’ ‘커피프린스 1호점’ ‘환상의 커플’ 등 10편의 드라마를 구입하기로 결정했다.

 한류의 영향은 매출에도 직결됐다. LG전자는 중앙아시아 시장에서 TV 35%, 모니터 45%, 에어컨 50%, 세탁기 35%, 전자레인지 50%, 가라오케 60% 등 가전 브랜드 수위를 달리고 있다. 변동승 LG전자 카자흐스탄 법인장은 “시장점유율 1위뿐만 아니라 품질·서비스·고객만족도에서도 1위를 지켜 중앙아시아 최고의 가전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며 “오는 2010년가지 중앙아시아 시장에서 6억달러 매출을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에너지 매개로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적극적인 외교를 펴고 있다. 대통령이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 등을 방문해 우리나라와 중앙아시아의 정보기술(IT)과 에너지 교류를 약속한데 이어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도 현대그룹 재직 시절 현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 대통령과 친분을 쌓아 대통령 취임 후 중앙아시아를 대상으로 적극적인 외교를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김익종기자@전자신문, ij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