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신년특집]말레이시아-한국 옥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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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카누파워센터의 고가 전자양판점인 하비 노먼에 쇼윈도에 전시된 삼성전자·LG전자의 디지털TV.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외곽의 대형 쇼핑센터인 이카누 파워센터(Ikanoo Power Center).

신흥 주거지역으로 부상하고 있는 다만사라(damansara)에 있는 이 곳 쇼핑센터의 2층에는 호주 계열의 유명 전자양판점인 ‘하비노먼(Harvey Norman)’이 입점해 있다. 고가의 가점 브랜드를 취급하는 이 곳의 입구에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디지털TV가 전시돼 있다.

디스플레이의 위치는 곧 그 브랜드의 상품가치를 재는 바로미터다. 삼성전자, LG전자의 옆에는 파나소닉, 소니, 샤프 등의 제품이 자리를 잡고 있다. 전세계 어디에서나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일이지만, 동남아시아에서의 이 같은 변화는 불과 몇 년 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전통적으로 동남아시아는 파나소닉, 소니 등 일본 업체들의 텃밭이다. 어릴적부터 수십년간 파나소닉이라는 브랜드를 보며 자랐는데, 삼성전자나 LG전자 브랜드가 눈에 안들어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전세계 판매 1위의 LG전자 에어컨도 이 곳에서는 로컬 브랜드에 고전을 면치 못한다. LG전자나 삼성전자가 최고급 전자양판점의 입구에 전시되는게 쉽지 않은 일임을 알 수 있다.

“2년전만 해도 LG전자는 일본 제품보다 20% 정도 가격을 낮춰 출시했습니다. 자존심 상한 일이었지만, 이 곳에서 LG는 낯선 브랜드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습니다.” LG전자 말레이시아법인 노재훈 과장의 설명이다.

이 같은 후발 주자의 약점 극복을 LG전자는 빌트인 가전 시장 등 새로운 시장 속에서 찾고 있다. 이미 다만사라 인근에 건축중인 최고급 주상복합 건물에 대규모 제품 공급이 예정되어 있다. “좀 과격한 표현이지만 듣기 싫은 표현만은 아닙니다. 그만큼 삼성의 위치가 올라섰다는 반증이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 말레이시아법인장 민용호 상무는 소니의 최근 슬로건이 ‘킬 삼성(Kill Samsung)’이라고 소개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20% 수준인 시장점유율을 2010년까지 25%로 늘려갈 계획이다. 지난해 35억달러 수준이던 말레이시아 가전(휴대폰 포함)시장 규모가 2010년에는 40억달러 수준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당연히 2010년 법인 매출 목표는 10억달러다. 시장 점유율 상승이 완만하게 이뤄지는 가전의 특성을 감안할 때 이 정도 목표는 매우 큰 것이다.

휴대폰 부분은 올해 더 큰 성장을 이끌 준비를 마쳤다. 지난해 모로로라의 몰락으로 21%로 올라선 삼성전자나, 진출 2년 6개월만에 6%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한 LG전자 모두 대약진의 칼을 갈았다. 삼성전자는 노키와의 정면 승부를 통해 30%의 목표를 달성해 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노키아가 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저가폰 시장 공략 전략을 진행중이다.

고가폰 시장에서의 점유율로 우위도 이어갈 계획이다. ‘V600’ 모델은 하이엔드 시장 판매 1위를 기록중이다. 이제 2위 그룹의 추격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1위를 어떻게 잡느냐가 관건이다. LG전자는 10%가 목표다. 지난해 말 출시한 뷰티폰이 인기가 계속되고 있다. 프라다폰, 샤인폰 등으로 이어지던 휴대폰 제조사로서의 LG전자 브랜드가 하이엔드 시장에서 확보하게 자리를 잡았다는 분석이다.

통신사업자를 통한 공동 브랜드 제품도 성공적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1위 업체인 맥시스(Maxis)와의 제휴로 3개 통신사업자를 모두 파트너로 삼았다. 이들을 통해서만 20만대 이상 판매가 가능할 전망이다. 아울러, LG전자 휴대폰 브랜드를 대중으로 인식시킬 수 있는 계기도 될 전망이다.

LG전자 말레이시아법인장 고태연 부장은 “2∼3%의 성장은 열심히 노력하면 이룰 수 있지만, 그 이상은 사고의 틀 자체를 바꿔야 얻을 수 있다는 각오로 뛰고 있다”며 “동남아 시장의 교두보라는 상징성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올 한해 최고의 결과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다짐했다.

쿠알라룸푸르(말레이시아)= 홍기범기자@전자신문, kbh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