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신년특집]인도로 가는 길이 세계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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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가 전 세계인의 가슴을 뜨겁게 하고 있다. 세계 최고속 성장세를 보이면서 최대 시장, 최대 투자처로 떠올라 ‘인크레더블 인디아(Incredible India)’의 입소문이 지구촌 곳곳으로 퍼져 나간다. 11억 인구를 겨냥해 앞다퉈 밀려들어오고 있는 해외 기업, IT분야를 중심으로 막대한 투자가 이뤄지면서 날마다 변신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1달러 vs 500달러=인도는 한마디로 정의하기가 어려운 ‘복잡계’다. 힌두교·이슬람교·시크교 등 상이한 종교가 공존하고 있는데다 10여종의 인종이 섞이면서 일관된 무엇을 찾아내기란 아주 어렵다. 남북으로 3000㎞나 되는 넓은 땅덩어리는 각 지역이 마치 독립된 하나의 국가다. 구매 능력이라 할 수 있는 경제력의 차이도 극심하다. 외국기업에 종사하는 IT 엔지니어들은 연봉이 10만달러(9400만여원)가 넘지만 일자리가 없는 시골 청년들은 하루 1달러만 준다고해도 막노동에 나서는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기업의 비즈니스도 아주 복잡해진다. 실제로 구매력이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잠재적 구매자에게도 브랜드를 알려야 하고 최고급을 원하는 소비자도 만족시켜야 한다.

 홍성수 LG전자 인도법인 부장은 “인도는 10달러짜리 초저가 휴대폰과 700달러짜리 초고가 휴대폰이 공존하는 시장”이라고 소개했다.

 ◇‘국민 브랜드’ 부푼 꿈 우리 기업들=인도의 대표적 한국기업은 현대자동차와 LG전자, 삼성전자 등이다. 대부분 90년대 중반에 인도에 진출해 최근 들어 본격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말그대로 국민기업 대열에 진입했다. 소형에서부터 고급 제품군까지 부문별 전략 모델들이 먹히면서 연간 1000만대 수준으로 급성장한 인도 자동차시장에서 20%에 육박하는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98년부터 가동을 시작한 첸나이 공장은 빠르게 자리를 잡으면서 인도 내수뿐만 아니라 아시아 지역 생산거점이 됐다.

 LG전자 역시, 95년 설립한 노이다 공장을 중심으로 비디오콘과 소니·샤프 등 국내외 경쟁 브랜드를 모두 제치고 가전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6000여명의 현지 직원들은 LG야말로 인도를 먹여살리는 기업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최근 첸나이에 가전 제2공장을 설립한 삼성전자는 평판TV와 휴대폰 등을 중심으로 첨단의 이미지를 확산해 가고 있다.

 설훈 삼성전자 서남아총괄 차장은 “브랜드를 알리고 전국을 커버할 수 있는 유통 및 AS망을 확충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면서 “이제는 삼성 제품을 원하는 인도인이 누구나 살 수 있는 인프라를 갖췄다”고 말했다.

 ◇인도를 거쳐야 세계가 열린다=인도를 바라보는 우리 기업의 시각은 꼭 대학입시 같다.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이라는 설명이다. 높은 성장세와 무궁한 잠재력, 전 세계의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되기 때문에 인도의 성장세를 따라잡지 못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퇴보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노키아가 휴대폰 시장에서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킬 수 있는 것도 인도시장에 일찍이 진출해 초저가에서부터 프리미엄 첨단 제품군까지 시장을 독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류현철 삼성전자 인도통신법인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노키아와 본격적으로 경쟁하기 위해서는 인도시장 점유율을 전 세계 평균치(14%)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면서 “게임은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말했다.

 뉴델리·노이다(인도)=정지연기자@전자신문, jyjung@

◆인터뷰-기세명 KOTRA 뉴델리 무역관장

 “생산과 소비에 모두 동참할 수 있는 25세 이하의 청년층 인구가 절반에 육박하는 게 인도의 특징입니다. 연소득 2만루피(약 560만원)가 넘는 구매층과 구매층 편입을 앞두고 있는 인구가 총 2억2000만명입니다. 이 인구가 2010년에는 5억명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게 현지 조사기관의 분석이죠.”

 기세명 KORTA 뉴델리무역관장은 인도가 신흥시장의 꽃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생산과 소비를 동시에 이뤄내는 경제활동 인구와 잠재 구매층이 급속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 관장은 “인도에서 성공하기란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기”라고 지적했다. 치솟는 물가, 부족한 물류 인프라, 낮은 생산성, 약속을 지키지 않는 현지인들 때문이다. 기 관장은 “인도의 미래에 대해 거품론을 제기하는 사람이 많다”면서 “그러나 정치·사회적, 지정학적 관점에서 볼 때 인도를 중국의 대항마로 삼으려 하는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들이 있어 인도의 위상은 앞으로 더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