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가전업계, 조직이 젊어진다

 경남 양산의 쿠쿠홈시스 본사, 구본학 사장의 임원실은 언제나 열려있다. 직원들이 공식 회의시간 외에도 제품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하는 기회를 늘리기 위해서다.

 내년 창립 30주년을 맞이하는 유닉스전자의 박인성 사장의 명함은 독특하다. ‘박인성’이라는 이름 석 자 뒤에 ‘사장’ 대신 ‘비즈니스 디자이너’라는 직함을 새겼다. 권위있는 관리자 이미지 대신 직접 경영을 디자인하는 디자이너임을 강조하고자 박 사장이 직접 주문한 명함이다.

 이처럼 창업 20∼30년에 가까운 중견 가전기업들이 젊어지고 있다. 올들어 1세대 창업주들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고 최근 2세 또는 전문경영인 체제가 자리를 잡으면서 경영 스타일은 물론, 인적 구성, 조직 문화 등이 신선한 변화를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쿠쿠홈시스=창업주 구자신 회장으로부터 경영권을 완전히 넘겨받은 쿠쿠홈시스의 구본학 사장은 ‘혁신적인 발상’과 ‘실천의식’을 강조하면서 직원 개개인의 창의성을 발산할 수 있는 기회 마련에 가장 많은 공을 들인다. 직급이나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직원들이 임원실을 언제든지 방문해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 준다. 수시로 양산 본사와 서울 영업팀간 화상회의를 진행하는 것도 구 사장 취임 이후 생긴 변화다.

 최근 전신인 성광전자 시절부터 구자신 회장을 도와 회사 살림에 두루 관여했던 1세대 임원 조학래 전무가 중국 지사인 ‘칭따오복고전자’ 대표로 전격 자리를 옮기면서 신임 대표 중심의 후속 조직·인사 개편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유닉스전자=지난 30년간 창업주 이충구 회장 체제를 유지해온 유닉스전자도 올들어 박인성 전 CJ올리브영 대표를 전문경영인으로 영입, 신선한 변화의 시기를 맞이했다. 가전 제조업체의 딱딱한 기업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박 사장은 월요 오전 회의를 부서별 애로사항을 듣는 ‘월요 아침마당’으로 형식을 완전히 뒤바꿨다. 그동안 홀대했던 온라인 유통과 마케팅에도 본격적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박 사장은 “올초 취임 직후부터 직원들의 관심사를 귀기울여 듣는 ‘액티브 리스닝’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며 “이를 통해 유닉스전자의 조직 문화와 제품이 바뀔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부방테크론=밥솥 전문 기업 부방테크론 역시 30대 젊은 CEO인 이대희 대표를 중심으로 인력과 조직 문화가 구태를 벗고 있다. 부방테크론 창업주인 이동건 회장의 장남인 이 대표는 부방의 올해 인기상품인 ‘블랙&실버 나인클래드 밥솥’의 아이디어 제공부터 시작해 신제품 기획에 직접 참여한다. 특히 ‘리홈’이라는 자체 브랜드 육성을 위해 연구 및 개발(R&D) 부문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최근에는 LG전자 생산기술연구소 출신 연구원을 신임 연구소장으로 발탁하는 등 조직의 세대 교체에도 본격 착수했다.

 김유경기자@전자신문, yuky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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