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산업은 창의력이 근간이 될 때 꽃을 피울 수 있습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콘텐츠로 진화할 수 있도록 대전에서 수요자 중심의 웹 2.0 시대를 열어가겠습니다.”
지난 10월 개원한 대전문화산업진흥원의 초대 원장인 강병호 원장(45)의 취임 일성이다. 강 원장은 “기존 예술가 등 공급자가 중심이 되는 웹 1.0 시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며 “웹 2.0 기반의 창작 커뮤니티와 창작가 양성을 위해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을 거쳐 삼성종합기술원에 수석연구원으로 몸 담았던 그는 “이제야 제 자리로 온 것 같다”며 환한 웃음을 짓는다.
그도 그럴 것이 대학원 석·박사 과정은 이공계 분야지만, 학부에서는 경영학 전공에 MBA 과정을 마쳤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는 중앙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같은 대학에서 대학원 재무관리 MBA 과정을 마친 후 미국 조지아대와 영국 더비대학에서 각각 인공지능학 이학석사, 컬러영상처리 이학박사를 취득한 이색 경력을 갖고 있다. 언젠가는 경영자가 되겠다는 꿈을 실현한 셈이다.
“우리나라에는 UCC·블로거 등 자발적인 창의 커뮤니티 툴은 있지만 이를 시스템화할 수 있는 체계는 전무한 실정입니다. 이들이 모여서 협업하고 함께 교류할 수 있도록 장을 만들어주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강 원장은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조앤 롤링의 환상소설 ‘해리포터’를 예로 들며 창의력이 뒷받침된 문화산업 육성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한 나라의 문화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창작가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다.
그동안 우리나라가 겉으로 나타나는 플랫폼에만 치중하다보니 문화산업이 발전할 수 없었다는 혹평도 서슴지 않는다. 그럼에도 강 원장은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온라인 상에서 활동하는 UCC 동호회와 블로거들 때문이다.
강 원장은 “우리나라 블로거만 1000만명에 달한다”며 “이들을 온라인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결집시켜 창조력을 꽃 피울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해법을 제시했다.
웹 2. 0 기반의 창작 커뮤니티와 창작가 양성을 내세운 것도 이 때문이다.
기관 출범이 다른 지역에 비해 비록 늦었지만 앞장서 이러한 여건을 조성하겠다는 것이 그의 구상이다. 궁극적으로는 오프라인상의 웹 2.0 버전에 해당하는 ‘뉴 미디어 페스티벌’을 개최해 창작 교류의 장으로 승화시키겠다는 계획이다.
강 원장은 내년도 주력사업으로 HD 방송 및 영상물 지원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를 위해 40억원 규모의 HD급 특수장비를 구축, 대덕특구 기술력과 결합해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신설기관인만큼 조직 정비도 급선무다. 강 원장은 기관 출범과 동시에 기업형 팀제를 도입, 사업을 기획한 팀이 직접 사업에 참여하고 사업이 종료되면 다시 사업을 기획하도록 하는 프로젝트형 그룹제도를 정착시켜 나갈 방침이다. 다른 기관처럼 기획 조직을 별도로 두지 않는 것은 긴장감을 늦추지 않기 위해서다. 사업이 없으면 사람도 없다는 철저한 시장 원리를 적용하겠다는 의지다.
강 원장은 “앞으로 당분간은 기획 사업을 발굴하는 데 주력하겠다”며 “대덕특구를 한국 최고의 문화콘텐츠기술(CT) 클러스터로 조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대전=신선미기자@전자신문, smsh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