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대선이 20여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후보들의 난립은 여전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후보 등록일을 즈음해 ‘똑똑’하고 ‘명분’ 있는 5∼6명의 후보로 압축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상황은 녹록치 못한 듯하다. 26일 등록 마감일에는 사상 처음으로 두자릿수 후보가 등록을 마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물론 후보가 난립한다 해서 반드시 나쁠 건 없다. 소신과 뜻이 분명하다면 피선거거권이 있는 누구나 대선 후보로 등록할 수 있도록 해놓은 게 법치국가 대한민국의 헌법이다.
문제는 시간이 갈수록 후보들의 출마 이유나 소신에 차이가 없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보수진영의 후보는 진보진영의 표를 의식한 공약을 쏟아내고 진보진영의 후보는 그 반대의 공약을 남발하는 식이다. 가령 ‘작은 정부’를 지향한다는 보수 후보의 공약을 뜯어보면 결코 작은 정부로는 해결할 수 없는 약속들이 넘쳐 난다. 진보후보 역시 효율성을 강조하는 얘기가 나온다. 끝과 끝은 서로 통한다고 했던가. 사정이 이렇다 보니 보수후보가 진보 후보같고, 진보 후보가 보수 후보같은 두루뭉수리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모양새는 IT부문으로 좁혀보면 더욱 심해진다. 소속 당명이나 후보 이름을 빼면 아예 누가 어떤 정견을 냈는지 구분이 안 될 정도다. 그렇다고 이를 두고 반드시 나쁘다고 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현안이 너무 분명해서 일 수도 있고, 반대로 별 게 아닌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문은 남는다. 현안이 분명하거나 별 게 아니었다면 IT업계는 왜 이리 바람잘날 없고 복잡하게 얾히며,갈수록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아우성일까.
세간에서는 이번 대선이 정강 정책은 없고 대권욕만 난무하고 있다는 우려가 높다. 이제 각 후보들은 등록을 마치면 정식으로 공약집을 내놓게 될 것이다. 단 한가지라도 차별화된 공약을 내놓고 유권자들의 심판을 기다리는 지혜가 필요할 때이다.
◆서현진 정책팀장, jsu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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