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고노 다케히코 덴산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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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했던 일본에 격동의 시기가 찾아왔습니다. 지금 일본은 한국 IT기업들의 ‘스피드’가 필요합니다.”

 올해로 40주년을 맞은 일본 최초의 정보처리 기업 덴산(電算)의 고노 다케히코 회장이 방한했다. 그것도 혼자가 아니라 장기근속 직원들을 대거 데리고 방한했다. 한국 IT기업의 ‘스피드’를 배우기 위해서다. 장기근속 사원들을 대상으로 매년 미국 하와이에서 진행하던 해외 연수프로그램도 올해부턴 아예 한국으로 바꿨다.

일본에서 벤처의 개념을 처음으로 만들고, 40년 동안 단 한번도 적자를 내본 적이 없는 덴산. 일본에서 전산이라는 새로운 길을 개척한 고노 회장의 행보는 일본의 다른 IT 기업들에게 늘 선례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고노 회장은 “사회가 격동하고 있는 지금, 일본 IT 산업에는 더 없는 호재”라며 “변화를 선도해 호황을 누리기 위해선 한국 기업의 ‘스피드’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e 재팬’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정부까지 나서서 IT 혁명을 외쳤지만, 빠른 변화를 거부하는 일본 기업들을 쉽사리 움직이지는 못했다. 일부 IT 기업들이 변화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고객까지 움직일 수는 없었다. 그러나 아베 총리를 퇴임에 이르게 할 만큼 큰 사건이 연달아 터지면서 이제 일본은 변화의 몸부림을 치기 시작했다. 일본의 연금기록 분실사건, 이에 따른 금융산업 전반의 변화, 그리고 불과 3주 전에는 우체국이 민영화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러한 사회 변화로 인해 새롭게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IT 시장은 수십조엔에 이른다. 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덴산이 최근 한국기업과는 처음으로 제휴를 맺었다. 유니온정보시스템의 SW를 도입하고 로열티를 제공하기로 한 것.

 고노 회장은“한국 기업과의 다양한 제휴를 머리 속에 그리고 있다”며 “한국 SW를 일본에 도입하는 것을 시작으로, 향후 일본 아키텍처와 공통점을 갖는 회사와는 공동 개발까지도 구상 중”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40년 동안 쌓아온 경륜을 바탕으로 한국 IT 기업들에 장수하기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고노 회장은 “10년 후를 어떻게 내다보냐는 질문을 종종 받지만 SW 비즈니스만큼 미래를 내다보기 힘든 것이 없는 것 같다”며 “단순히 어떤 추측을 통해 방향을 설정하려고 하지 말고, 마치 파충류나 갑각류처럼 탈피하고 그를 통해 성장하는 형식으로 변화해 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 “당장 눈앞의 이익보다는 고객을 기분좋게 하는 서비스를 차별화하려고 해야 할 것”이라며 “최종 고객을 염두에 둔 서비스 정신이야 말로 그 기업의 생명력을 늘려 준다는 것을 잊지 말라”고 당부했다.

문보경기자@전자신문, okmun@

사진 = 박지호 기자@전자신문, jihopress@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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