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지인이 ‘대기업과 벤처의 근본적 차이점’이라는 글을 e메일로 보내왔다. 글의 요지는 대기업은 전략적으로 생각하고 벤처기업은 전술적으로 생각한다. 대기업은 장기 계획을 세우는 반면에 벤처기업은 비용 최소화를 우선으로 생각한다. 대기업은 전문가와 통계를 믿지만 벤처는 돈을 믿는다. 대기업이 안락한 삶을, 벤처는 투쟁적인 삶을 믿는다는 것이었다.
이 중에서 특히 ‘투쟁적인 삶’은 나를 비롯한 많은 벤처인이 한시도 잊지 말아야 할 자세다. 소자본으로 창고에서 사업을 시작한 HP가 거대한 PC 회사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창업주인 휴렛과 패커드의 벤처기업가 정신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신속하게 대처하고 형식에 구애받지 않으며 규모보다는 기술을 우선시하는 것, 그것이 바로 벤처정신이다. 전후좌우의 보호장치가 안전하게 장착됐는지 확인한 후에야 움직이는 대기업의 경영 철학과 달리 예측불허의 상황에 두려움이나 주저함을 갖지 않는 자세, 그것이 벤처가 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 우위가 아닐까 싶다.
가장 빠르고 효과적으로 시장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을 택하지만 결코 급작스러운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벤처기업은 도전·패기·성취·자신감 등과 동일시됐다. 이런 점에 매료돼 많은 사람이 벤처 창업에 뛰어들었다. 벤처기업의 거품이 빠지면서 험난한 과정을 거친 IT벤처업계도 이제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초기 벤처기업의 꿈이었던 코스닥 시장도 수많은 기업의 부침을 겪으며 현재 1000개가 넘는 기업이 상장돼 시장을 이끌고 있다. 코스닥 시장이 343개 업체를 등록해 처음 개장을 하던 1996년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마치 창고에서 시작한 HP의 모습을 보는 듯싶기도 하다.
내가 몸담고 있는 에스넷시스템도 2000년 코스닥에 등록해 어느덧 8년째에 접어들고 있다. IT분야에서는 거의 중견 기업인 셈이니 IPO를 하던 그때를 생각하면 감회가 새롭다.
떠올려 보면 그동안 참 많은 어려움과 위기의 순간들이 있었다. 그때마다 임직원 모두 하나가 되어 생존을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그때 하나된 마음으로 노력해 준 우리 임직원이 없었다면 회사는 어떻게 됐을까.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찔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런 순간이 있었기에 모두가 자만하지 않고 겸허히 반성하며 성장할 수 있었고 생존을 넘어 성공으로 끊임없는 도전을 해올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지난 8년의 세월을 5년 전, 3년 전 그리고 초창기 시절과 비교해 나 자신이 얼마나 변신의 노력을 해왔고 얼마나 역량이 커졌는지 생각해 보면 처음 시작할 때의 목숨을 걸고 매사에 혼신의 힘을 다했던 그 시절에 비해 현실에 안주하고 나태해져 있는 것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든다. 스스로 자족감에 빠져 반성과 도전보다는 우월감과 안주에 좀 더 편승해 있지 않은지 하는 반성의 생각 말이다.
오늘 자고 내일 일어나면 얼마나 많은 변화가 있을지 짐작하기 어려운 시대다.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많은 기회와 위기가 동시에 존재하는 변화 무쌍한 시기이기도 하다. 이런 환경에서 특히 중소 벤처기업이 생존하고 성공해 나가기 위해서는 시장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꾸준한 위기 관리를 통해 어려운 순간들을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자기 반성과 각오를 통해 발전의 기회를 잡고 꿈을 향한 도전을 계속해야 한다. 그래야 코스닥 1000개 기업 시대에 제 역량과 역할을 다하는 모범이 되는 기업과 개인으로 성장해 진정한 만족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코스닥 상장사 1000개 시대에 즈음해서 운동화 끈을 고쳐 매듯, 도전의식으로 재무장해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에서 기민하게 움직여 다시 한 번 내실 있는 ‘벤처다움’을 실현할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윤상화 <에스넷시스템 부사장> swyoon@snetsystem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