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와 마이크로소프트(MS)의 9년 분쟁은 MS를 향한 확실한 ‘심판’으로 끝났다. 17일(현지시각) EU법원은 기존 벌금 6억1300만달러에 명령 불복종에 따른 추가 과징금까지 내라고 판결했다.
MS의 반독점 행위 여부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을 듯하다. 98년 미 법무부와 20개 주정부의 제소부터 2005년 우리나라 공정위의 벌금 부과까지 숱한 소송과 판결이 이를 증명한다. MS 스스로도 반독점 소송을 무마하기 위해 엄청난 돈을 합의비 명목으로 썼다.
문제는 EU집행위가 부과한 벌금액이다. MS는 추가 과징금까지 합해 10억달러 이상의 과징금을 물을 수도 있다. 이를 두고 벌써부터 미국 재계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MS가 회원사로 있는 경쟁기술협회(ACT)는 “이번 판결로 기술 기업에 암흑시대가 도래했다”며 EU법원을 맹비난했다.
백 번 맞는 말일 수 있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그동안 해외 기업에 어떤 잣대를 들이댔는지 살펴보면 설득력이 한참 떨어진다. 2005년에는 D램 가격담합으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에 2794억5000만원과 1723억2800만원의 벌금을 각각 부과했다. 징역형을 받은 한국인도 8명이나 된다. 최근에는 대한항공이 국내 사상 최고 금액인 3억달러의 과징금을 받았다. 미 법무부는 또 삼성전자·도시바 등 플래시메모리 업체를 대상으로 담합 조사에 나섰다. 미국 정부 역시 해외 기업에 천문학인 추징금 때리기에 열을 올리는데 EU법원을 비난하는 미국 재계의 목소리는 공허하게 들린다.
여기에서 얻는 교훈은 하나다. 전 세계 경제 장벽은 무너지고 있지만, 각 규제기관의 감시의 눈은 더욱 날카로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기업은 애써 벌어들인 돈을 해외 당국의 서슬퍼런 ‘칼날’에 날려버리지 않도록 수십 배 이상의 사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유력 변호사를 대동했던 MS도 결국 규제의 칼을 피할 수는 없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류현정기자<글로벌팀>@전자신문, dreamsh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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