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얼 ’시련의 계절’

  오는 2010년 국내 가전 3대 브랜드 진입을 목표로 내세운 하이얼코리아(대표 이극로)가 상반기 실적 부진과 하반기 전략 신제품 실종, 짝퉁 보르도TV로 인한 이미지 실추로 3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최대 전략 제품으로 여겼던 북경 올림픽 모델의 국내 출시가 좌절되면서 프리미엄 종합 가전 업체로의 도약에 제동이 걸린데다 지난 에어컨 특수에서도 실적이 저조해 조기 한국 시장 안착이 갈수록 불투명해지고 있다.

이극로 사장은 12일 올해 국내 시장 실적과 관련해 “올해 벽걸이 에어컨에 기대를 걸었으나 국산 업체들이 20만원대로 가격을 대폭 인하하면서 경쟁에서 밀렸다”며 “하반기에도 마케팅 포인트로 삼을 만한 뚜렷한 신제품 출시 계획은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그동안 하이얼은 특유의 저가 정책을 앞세워 5∼6평형 대 벽걸이형 에어컨 판매에 주력했으나 올해는 삼성전자·위니아만도 등 국내 업체들이 스탠드형과 벽걸이를 결합한 멀티형 제품 영업을 강화한데다 가격도 대폭 낮추면서 맥을 못췄다.

올해 시장 공략의 전환점으로 삼았던 프리미엄 패밀리룩 가전 ‘북경 올림픽 모델’을 대체할 획기적인 신제품도 실종됐다.

이 사장은 “최근 온라인에서 판매를 개시한 47인치 LCDTV와 상업용 에어컨 외에 특별한 추가 신제품은 없다”고 말했다. 당초 출시 예정이던 양문형냉장고·김치냉장고·빌트인 제품 등의 수급도 지연되고 있어 당분간 와인셀러·소형 세탁기 등 틈새 보급형 가전 제품 출시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여기에 최근 베를린가전전시회(IFA)에서 삼성전자의 보르도TV를 모방한 짝퉁 보르도TV가 하이얼 부스에 등장하면서 한국 지사 입장에서는 대외 이미지 쇄신과 삼성전자와의 관계 개선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 상황이다.

이 사장은 ”이 같은 침체된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해 내주 중 현 을지로 사무실을 강남 학동역 부근으로 이전하는 한편 최근 AS 관련 인원을 포함해 인력을 올초 20명 안팎에서 35명까지 늘렸다”며 “어차피 한국 시장은 중장기적으로 공략해야 할 시장으로 올 하반기에는 공격적 행보보다는 내년을 준비하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경 김유경기자@전자신문, yuky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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