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성장산업단지로 급부상한 서울디지털산업단지가 때아닌 정체성 시비에 휘말렸다.
사건의 발단은 국가 산업단지를 관할하는 한국산업단지공단이 서울디지털산업단지에서 의류매장을 운영해온 마리오에 대해 최근 입주 자격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마리오측이 이에 반발, 헌법소원·입주계약해지처분 취소소송 등으로 맞서면서 표면화 됐다. 이번 사건이 주목되는 것은 결과에 따라 제조업 중심으로 운영돼온 산업단지의 존립 자체를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가 마리오 측의 손을 들어주면 입주업체의 산업단지 해지 요구 확대와 서울디지털산업단지 외에 다른 산업단지의 연쇄 붕괴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번 사태는 일단 양측의 자의적인 해석에서 출발한다. 한덕희 마리오 부장은 “인근 입주기업(W몰)은 100% 지원시설 전환을 허가받아 의류 판매가 허용됐는데 마리오에는 ‘판매장운영개선사업’ 계약(2005년 9월) 이후 18개월 만에 갑작스러운 계약해지 통보를 내렸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진기우 산단공 서울지사장은 “마리오는 마리오아울렛1에 대한 ‘판매장운영개선사업’과는 별도로 마리오2 및 마리오3에 대규모 매장을 불법으로 개장했다”며 “부분적 양성화로 위법 현안을 해소하려던 당초 사업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상습적 추가 법률 위반 행태에 대해 더 이상의 사업추진은 의미가 없다는 판단에 따라 계약을 해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현행 법률에서는 아파트형 공장은 입주한 회사의 생산품만을 제한적으로 팔 수 있도록 규정돼 있지만 마리오 측은 이를 준수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에 산단공 측은 최근 실태 조사결과, 마리오가 자체 브랜드뿐 아니라 산단공과 입주 계약을 하지 않은 해외 브랜드를 판매 중인 것이 확인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처럼 양측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물리면서 해결의 실마리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는 것.
조보훈 산단공 부이사장은 “산업단지는 국가 산업체 지원과 취업자 확대를 위해 국가에서 만들어 입주업체에 각종 지원과 혜택을 부여하는 공간”이라며 “산업단지에 이번 마리오의 사례처럼 유사사업이 확대되고 입주업체가 산업단지 해지를 주장하면 ‘제조업 공동화’는 불 보듯 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서울디지털산업단지는 6800여개 IT업체가 집결해 있는데 이들이 모두 판매장을 확대한다면 서울산업단지는 유통단지인 용산전자 상가와 다를 게 없어진다”고 덧붙였다.
이에 반대하는 측은 “서울디지털산업단지 가운데 1·3단지는 첨단 기술산업특화 단지로, 2단지는 패션·의류 전문 타운으로 육성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주장이다. 산업단지에도 시대 변화를 반영한 새로운 잣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금천구청 등 일부 지자체도 동참하고 있다.
관계부처인 산업자원부의 불명확한 행보도 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산자부는 최근 지식서비스산업 육성을 강력 추진한다고 밝혔다. 주력 육성 대상 서비스 업종에는 ‘패션’과 ‘의류’도 포함된다. 산자부는 지식서비스산업 육성과 산업단지 용도 변경건의 조율에서는 구체적 방침을 아직까지 정리하지 못한 상태라고 밝혔다.
김승규기자@전자신문, se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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