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21](169)쿠커비투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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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커비투릴’(Cucurbituril)은 최근 가장 각광받는 나노물질이다.

 이 물질은 호박의 위 아래를 수평으로 잘라낸 뒤 속을 파낸 모양을 하고 있는데 텅 비어있는 내부에 다양한 분자나 이온을 넣을 수 있는 데다 위 아래로 카르보닐기(C=O)가 있어서 다양한 이온을 붙일 수 있다. 무언가를 붙여 우리가 원하는 조작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쿠커비투릴이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나노캡슐’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김기문 포스텍 교수는 쿠커비투릴을 메탄올 용액에 넣은 뒤 자외선을 쬐면 자발적으로 둥근 공 모양을 만든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만들어진 공의 지름은 50∼500㎚. 하나의 공에 3000∼5000개의 쿠커비트릴이 들어간다.

 지금까지 나노캡슐을 만드는 일은 매우 어려웠다. 공 모양의 주형을 만든 뒤 바깥에 원하는 물질을 씌우고 속의 주형을 녹이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만 했다. 그러나 쿠커비투릴은 적당한 조건만 맞춰주면 스스로 캡슐 모양을 형성한다. 나노캡슐 속의 빈 공간에는 항암제 등을 넣어 약물을 전달하는데 사용할 수 있다. 항암제는 캡슐에 담겨 있다가 암세포 근처에서만 캡슐을 터트려 다른 세포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고 암세포만 선별적으로 제거한다.

 이 때 쿠커비투릴의 덮개 역할을 하는 구멍이 큰 역할을 한다. 이 구멍에 암세포의 표면 단백질에만 붙는 적절한 분자를 끼워 넣으면 나노캡슐이 암세포를 찾아가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쉽게 말해 미사일에 유도레이더를 붙이는 것이다.

 <제공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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