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현대개념의 로켓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70년대다.
지난 78년 사정거리 180㎞의 국산 지대지 미사일 ‘백곰’이 탄생했다. 이후 크루즈 계열의 현무, 해성, 천룡, 보라매 등이 개발됐고, 업그레이드가 진행 중이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군사용이고, 민간 부문에서 독자 발사체를 개발하기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80년대 후반부터 2003년까지 선보인 과학로켓 ‘KSR-Ⅰ, Ⅱ, Ⅲ’다. 우리나라는 이 기간에 위성발사체의 분야별 핵심기술에 대한 노하우를 축적하면서 발사체 자립화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현재 러시아와 국제협력으로 100㎏급 소형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진입시킬 계획으로 소형위성 발사체 ‘KSLV-Ⅰ’을 개발하고 있다.
◇내년 첫 자체 위성 발사체 개발=국가 ‘우주개발중장기기본계획’과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에 따라 개발중인 ‘KSLV-Ⅰ’은 지난 2002년 발사에 성공한 ‘KSR-III’가 바탕이다. 이로부터 습득한 액체추진기관, 추력벡터제어, 측면분사추력기, 관성유도제어, 원지점 킥모터 등의 기술을 기반으로 우리나라 첫 인공위성 발사체 제작을 진행 중이다.
항우연은 이를 통해 우주발사체의 ‘설계, 제작, 시험, 조립, 발사’에 이르는 발사체 시스템의 전주기 제작 기술을 확보할 방침이다.
특히 이 ‘KSLV-Ⅰ’은 1단 액체 엔진과 2단 고체 킥모터로 구성되는 2단형 발사체로, 1단 액체엔진은 러시아와 공동개발하고, 2단과 발사체 앞부분인 노즈페어링은 국내서 자체 개발 중이다. 무게 만도 140t, 총길이 33m에 직경이 2.9m, 총 추력은 170t이나 된다.
항우연은 현재 발사체 상단 엔지니어링 모델(EM)의 제작과 시험을 완료하고 발사체 상단 인증모델(QM)을 조립, 시험 중이다.
◇과학로켓으로 제작기반 다져=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지난 93년 1단형 고체추진 과학로켓(KSR-I)을 개발하고, 이어 97년 2단형 고체추진 과학로켓인 중형과학로켓(KSR-II) 발사에 성공했다. 고체연료는 군사용으로 활용되고 있었고 때문에 미국 등 우주 선진국의 견제도 심했다.
그래서 추진체를 고체연료에서 액체로 바꾼 우리나라는 2002년이 되어 서야 첫 액체추진 과학로켓(KSR-III) 발사에 성공했다. 이 발사체 제작 기술들이 모두 자립기반이 됐다.
항우연은 ‘KSR-III’ 개발사업을 통해 위성발사체 개발에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액체추진기관, 추력벡터 제어장치, 관성항법장치, 전자탑재부, 대형 탱크 등의 핵심 기초 기반기술과 일부 노하우를 확보하고 있다.
군사용 부문에서 우리나라는 사정거리 300㎞, 탄두 중량 500㎏ 이하의 미사일만 개발 가능한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에 가입돼 기술 개발에 한계가 있다. 하지만 78년 백곰 개발 이후 단거리 함대함 크루즈미사일인 ‘해성’과 단거리 함대함 유도미사일 ‘해룡’,함대지 및 잠대지 크루즈 미사일인 ‘천룡’, 순항 미사일인 ‘보라매’ 등의 제작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세계적인 위성 시장 조사기관 등의 분석에 따르면 세계 위성 발사 수요 비용은 올해부터 오는 2016년까지 총 발사중량 1828t에 40억 50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 수준 어디까지 왔나=액체연료를 쓰는 우리 나라 민간 부문의 위성 발사체 기술 수준은 우주 선진국 대비 70∼75% 수준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위성 발사체 분야 기술은 크게 체계기술과 열제어·공력설계 기술, 구조체 기술, 제어 시스템 기술, 전자탑재 시스템 기술, 고체 및 우주 추진기관 기술, 액체 추진 시스템 기술, 발사체 지상관제 기술 등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우리 나라는 구조체 및 전자탑재시스템 기술 부문에서 기술력이 가장 앞서 있다는 미국 등에 비해 85% 수준을 나타내 세계 정상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 부분은 과학기술부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지난해 펴낸 국가우주기술전략지도 발사체 분야의 기술수준 분석 결과이기에 신빙성도 있다.
선진국, 특히 미사일 선도국인 미국이나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을 비롯한 인도, 파키스탄, 북한, 이란 등은 발사체 개발에 사거리 제한을 받지 않기 때문에 단거리, 중거리(IRBM), 장거리(ICBM)미사일을 개발 중이다.
특히 일본의 경우는 장거리 미사일을 보유하고는 있지 않지만 H-2 발사체를 보유하고 있어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탄두를 탑재한 ICBM 생산국가가 될 여지가 크다.
항우연 관계자는 “발사체 기술은 군사용으로 전환도 가능하기 때문에 국제적으로 민감한 부문”이라며 “기술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대형 시스템 기술인 발사체 기술은 국내 관련 산업계 파급표과가 큰 첨단 기술”이라고 말했다.
대전=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
◆인터뷰-이인 KAIST 교수
“우리 나라가 발사체와 관련한 기반 기술은 어느 정도 확보했다고 봅니다. 그러나 발사체는 고도에 따라 난이도가 커지기 때문에 쉬운 기술은 아닙니다. 내년 발사할 ‘KSLVⅠ’의 경우 300∼500㎞급 저궤도 위성 발사체이지만 개발이 쉽지 않을 것입니다. 해결해야할 과제가 많다는 것이죠.”
한국항공우주학회장을 맡고 있는 이 인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내년 ‘KSLVⅠ’의 발사 성공을 낙관하면서도 독자 기술 확보에 대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대학 뿐만 아니라 각 기관별 협력이 중요합니다. 최근엔 국방과학연구소(ADD)와 항공우주연구원의 협력이 잘 이루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만, 발사체의 개발 목적과 용도가 다르다 보니 협력에 제한을 받기도 하지만 핵심기술에 대한 공유가 어느 정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고 봅니다.”
이 회장은 “지난해 러시아와의 협력에 문제가 생겨 발사체 개발이 1년 정도 지연된 것은 사실”이라며 “MTCR이라는 제한 조건 때문에 앞으로는 국내 독자 개발은 개발대로 하되 국제 협력하는 방안도 함께 강구하는 방향으로 기술 개발이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회장은 또 “위성이든 발사체든 선진국도 10% 정도의 실패율을 보이고 있는데, 이를 정부나 국민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정서도 문제가 있다”며 “실패를 통해 새로운 기술이 나온다는 것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지원하는 시스템 확보도 절실하다”고 언급했다.
KAIST가 우리 나라 위성 개발의 초석을 놓은 인공위성연구센터를 보유하고 있는 반면 발사체에 관해서는 아직까지 연구센터가 없는 것에 대해 이 회장은 “과기부와 한국과학재단이 지원하는 우수연구센터(ERC) 등을 만들자는 제안을 여러 번 했으나 모두 퇴짜 맞았다”며 “일본의 발사체는 동경대의 실험실에서 연필 수준으로 시작해 오늘의 노하우를 축적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발사체는 당연히 평화목적으로 활용되어야 할 것입니다. 내년 발사할 저궤도 위성용 발사체도 국민과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이 있어야 나중에 정지궤도 발사체 기술까지 확보하는 과정에서의 어려움을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대전=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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