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휴(休)~

 날이 무더워 휴(休)∼! 바야흐로 사람(人)이 나무(木) 밑을 찾아드는 때다. 건설교통부 산하 한국교통연구원이 최근 전국 4080가구에 여름 휴가 계획을 물었더니 지난달 27일부터 오는 9일 사이에 휴가를 갈 것이라는 대답이 76%에 달했다고 한다. 열에 일곱, 여덟인 셈이다.

 휴가 예정지는 동해안 24%, 남해안 13.6%, 서해안 13.5%, 강원내륙 11.1%, 영남내륙 8.6% 순이라니 오는 9일까지는 웬만한 고속도로에 들어서면 네댓 시간씩 ‘저속도로를 참아주는 미덕(?)’이 필요할 것 같다. 실제로 고속도로 휴가지 방향으로 한창 막히는 시간에는 서울에서 강릉까지 4시간 10분∼6시간 25분쯤 걸릴 거라는 게 한국교통연구원의 예측이다.

 건교부의 ‘여름 교통 특별대책’이 필요할 만큼 국민 열에 일곱이 고생길인지 휴가길인지 모를 길을 나서는 요즘,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 산업부처 각료도 30일부터 3일 사이에 휴가다. 노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에 인질로 잡힌 국민 걱정과 나랏일 때문에 특별한 휴가 계획 없이 관저에 머물 것으로 전해졌다. 김영주 산자부 장관은 해외 출장을 다녀온 뒤 2일과 3일 휴가를 연결할 예정인데, 그나마 하루는 강연이 잡혔다니 가족에게 휴가라고 말하기에 민망하겠다. 노준형 정통부 장관도 30일부터 3일까지 휴가인데, 늘 좋아하는 TV보기와 독서를 즐기며 대기상태(?)에 있을 모양이다.

 산자·정통부 장관이 자리를 비우면서 정책홍보관리본부·비서실 등 참모진도 휴가를 떠났다. 김창곤 한국정보사회진흥원장처럼 정부 정책을 수행하는 기관장도 장관 휴가일정에 맞추는 게 관례화한 모습이다.

 관례화라… 조금 더 여유로워질 수 없을까. 지난 2004년 이후 중앙부처 공무원이 ‘을지 포커스렌즈 연습’에 참여하느라 여유가 없을 기간에 휴가를 맞추는 것을 관례화한 기자도 답답하기로는 마찬가지다. 최근 화제가 된 일본 미라이공업(대표 야마다 아키오)처럼 1년에 146일을 휴가로 즐기지는 못하지만, 혹자의 분석처럼 ‘그때(7월 말∼8월 초)가 아이들 학원이 쉬는 기간’이라는 각박함에서 벗어나 가족과 함께 재충전하는 모험(?)을 선택해볼 가치는 충분하고도 남을 것 같다.

  이은용 차장·정책팀

 eylee@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