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국내 팹리스 반도체 업체가 사업다각화에 힘을 쏟고 있다. PC와 휴대폰 등 다양한 전자제품의 핵심 프로세서에 여러 기능이 집적되는 경향이 확대되면서 이들 기능을 별도의 반도체로 제공하던 업체는 시장경쟁력이 줄거나 점유 영역이 축소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 팹리스 업체인 코아로직과 엠텍비젼은 일찌감치 사업다각화에 공을 들여 왔다. 휴대폰용 칩에만 매달리다가는 언제 시장이 축소될지 알 수 없는 탓에 PMP와 내비게이션 시스템 등 다양한 휴대형 멀티미디어 기기용 칩으로 눈을 돌렸다. 코아로직은 연내에 자사의 뮤직폰 전용 칩 ‘뮤즈’를 기반으로 MP4 플랫폼을 개발해 중국 시장에 본격 진출할 계획이다. 엠텍비젼도 휴대폰용 칩 외에도 PMP·DMB 모듈·내비게이션·감시카메라용 칩 분야로 사업영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엠텍비젼은 최근 일본 업체와 손잡은 데 이어 휴대이동방송 분야에 칩 공급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사업다각화는 대부분 상위 일부 주요 팹리스 업체에만 해당되는 얘기다. 반도체 업체의 사업다각화는 결국은 칩 사업 내에서 이뤄진다. 경험도 없는 세트 사업이나 별도의 SW 사업에 뛰어들기는 어렵다. 많은 팹리스 반도체 업체는 사업다각화의 필요성을 절감하지만 반도체 설계에 필요한 반도체 설계자산(IP) 구입 비용이나 팹 이용료 등이 상당하기 때문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것이다. 올해 초 IT-SoC협회가 펴낸 자료집에 따르면 국내 팹리스 업체가 가장 닮고 싶어하는 기업 1, 2위는 각각 퀄컴과 브로드컴이었다. 국내 팹리스 업체가 꿈을 이룰 길은 멀기만 한 것일까. “팹리스 반도체 업체가 사업다각화가 필요한데도 나서지 못하는 것은 비용 탓”이라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수합병으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는 것”이라는 한 업체 관계자의 말이 귓전을 맴돈다. CEO들의 결단이 필요한 때다.
정소영기자@전자신문, sy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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