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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 과연 어떤 미래가 펼쳐지게 될까. 첨단의 디지털TV에서 막 시작한 방송프로그램인 ‘흘러간 가요무대’에서는 흰머리와 잔주름이 짙게 팬 서태지와 아이들이 오랜만에 출연해 ‘난 알아요’를 흥겹게 부르고 방청석에 앉아 있는 60, 70대 노인들은 어깨춤을 추며 노래를 따라 흥얼거리지 않을까. 그 모습을 본 손자들이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는 옛날 노래만 좋아해”라며 핀잔어린 시선을 보낼지도 모른다. 미래의 노인들은 젊었을 때 극장에서나 DVD로 봤던 ‘왕의 남자’ ‘괴물’ ‘반지의 제왕’ ‘매트릭스’ 같은 영화를 주말의 명화로 다시 감상하면서 옛 추억에 사로잡히게 될 것이다.
2명당 1명에 불과한 낮은 출산율로 폐교되는 학교가 늘어나면서 이들 학교의 용도도 달라질지 모른다. 상대적으로 수가 많아진 노인들을 위한 장소, 즉 노인의 활동 공간으로 말이다.
20∼30년 후에 실버세대가 되는 이른바 386세대는 다른 실버들에 비해 정보화에 눈을 뜬 운이 좋은 사람들이다. 일부 사회학자는 컴퓨터와 인터넷을 아는 노년층이 급속히 늘어나면서 이들을 ‘노(老)티즌’이라고도 부른다고 한다.
지금의 386세대가 노인이 되면 꽤 독특한 풍속도가 생겨날 것이다. 자신의 삶의 경험과 취미 생활을 활용해 인터넷 블로그를 운영하며 생의 마지막을 즐길 수도 있다. 친한 노인들끼리 휴대전화로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거나 영상전화를 하면서 친목을 나눌 수도 있다. 이어폰을 귀에 꽂고 MP3플레이어로 음악을 들거나 PMP로 영화를 보면서 산책을 하거나 휴식을 취하는 풍경도 낯설지 않게 될 것이다. 정보시대와 디지털기기에 익숙하지 않았던 이전의 노년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의 신세대 노인들이 등장할 것이다.
노인들이 디지털카메라를 들고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는 광경도 쉽게 접하는 것은 물론이며 ‘스타크래프트’ ‘맞고’ 같은 네트워크 게임을 인터넷으로 즐기며 여가를 보내는 모습도 평범한 일상이 될 것이다. 거리의 공원에서는 초고속 무선인터넷이 가능한 노트북PC로 뉴스를 읽고 원하는 정보를 찾거나 자신의 의견을 댓글로 달면서 시간을 때우는 노인들도 많아질 것이다. 인터넷 카페에 가입해 온라인 동호회 활동을 맹렬하게 하는 노인들도 자주 눈에 띌 것이다.
나를 포함해 지금의 부모들은 자기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했던 이전 세대의 부모들과는 꽤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 친구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눠 봐도 자녀들에게 의존해 노년 시절을 보내겠다는 사람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노인이 되면 스스로 자립해 살겠다는 게 요즘 기성세대들의 한결같은 노후 계획이다. 심지어 아예 아이를 낳지 않고 부부끼리 오붓하게 사는 ‘딩크족’의 수도 내 주위에 제법 되는 편이다.
눈부시게 발전하는 정보화 시대에는 노인 혼자 살기에도 불편한 것이 별로 없을 것이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원하는 물건을 사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지구 반대편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도 인터넷 서핑으로 금세 파악할 수 있다. 컴퓨터 폴더에 저장된 수십년 전 디지털 사진 파일들에서 가족과 친구들의 옛 모습을 찾아보면서 때때로 눈물을 흘릴 수도 있을 것이다.
곰곰이 따져보면, 386세대가 노년층이 되면 ‘실버 벤처’라는 말도 새롭게 유행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의 노년층이야 정보화 시대와 담을 쌓고 산 탓에 근력이 약해질수록 할 일을 찾기가 어렵지만 정보화에 밝은 386세대는 노년층이 돼도 지식 중심의 회사를 만들어 새로운 기성세대와 비즈니스 경쟁을 펼치게 될 것이다. 60, 70대 노인들이 서로의 연륜과 경험, 정보화 지식을 기반으로 새로운 사업 모델을 개발하면서 제2의 인생을 보낼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수적으로 줄어들게 될 기성세대의 부족한 인력이나 기능을 새로운 실버세대가 맡게 될 공산도 크다.
‘인생은 한 번 사는 것’이라고 누가 말했던가. 정보화 시대의 도래는 이제 노인들의 삶도 송두리째 바꿔놓고 있다. 실버세대의 새로운 희망과 변화, 도전을 머지않아 우리의 눈으로 보게 될 것이다.
◆김종래 파파DVD 사장 jongrae@papadv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