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직장인들 사이에서 음악에 대한 왕년의 끼를 살려 스스로 밴드를 조직하는 ‘직밴(직장인 밴드)’ 열기가 뜨겁다. 업무 스트레스를 신나는 연주와 보컬로 날리는데 나이와 직급이 무슨 상관 있을까.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하나되는 그 순간만큼은 세상 누구도 부럽지 않다.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의 6인조 밴드동아리 스팍(SPARK)은 요즘 테헤란 밸리에서 뜨는 스타 직밴이다. 이름처럼 강렬한 전기 스파크와 같은 음악을 지향하는 스팍은 썬의 CPU 기종인 SPARC과도 발음이 똑 같다.
애당초 스팍은 술자리에서 비슷한 음악취향을 알게 된 고참 직원들이 의기투합하면서 밴드를 결성하게 됐다. 처음 6개월은 회사 동료들한테 소문이라도 날까 멤버들끼리 숨어서 연습을 했다. 마침내 2005년 4월 서울 압구정의 한 라이브 클럽에서 직밴의 화려한 데뷰 공연이 열렸다. 또 지난해 7월 스팍은 한국썬의 시무식 행사에 나가서 엄청난 인기를 끌면서 ‘라디오 스타’로 자리를 굳혔다. 이후 사내서는 격려와 함께 노래 좀 똑바로 하라는 질타의 목소리도 끊이지 않는다.
동아리 인원은 현재 6명으로 리드보컬에 김수철 부장과 홍일점 임나래 대리, 퍼스트 기타에 남상우 차장, 베이스는 박정근 이사, 키보드는 송재욱이사(45), 드럼에 임상순 차장이다. 본래는 8명의 멤버로 시작했지만 장기출장 등 이유로 잠시 활동을 중단하는 사람이 생겼다. 스팍 동호회는 양재, 청담동의 스튜디오에서 2주에 한번씩 주말에 모여서 3∼4시간씩 연습한다. 스튜디오에 가면 아들뻘 되는 중학생 밴드들이 쉰세대 아저씨들과 함께 연습을 하는 세대공감의 장면도 곧잘 연출된다. 스팍이 즐겨 공연하는 곡은 본조비의 ‘잇츠 마이 라이프’처럼 강렬한 헤비메탈이다.
하지만 스팍은 쉰세대 밴드라는 일각의 지적과 ‘대중성’을 의식해 최근 여성 멤버를 새롭게 충원했다. 지난달 스팍에 영입된 홍일점 임나래씨는 자우림의 히트곡과 마리아 등 여성 록보컬에 탁월한 실력을 보여줘 벌써부터 사내 팬들의 기대가 대단하다.
스팍은 한국썬에서 진행하는 각종 행사에 간판스타로 참여할 계획이다. 사랑하는 가족과 직원 등 가까운 사람들끼리 공연을 즐기는 것만으로 더없이 행복하다고 멤버들은 이야기한다. 하지만 스팍의 음악적 야심은 이미 한 단계 높은 곳을 겨냥하고 있다. 보컬을 맡은 김수철 부장은 “내년쯤에는 동종 IT업계의 다른 직밴들과 함께 합동 콘서트를 열었으면 합니다. 전자신문에서 콘서트 후원을 해준다면 더욱 멋지지 않을까요”라며 아부성 멘트도 잊지 않았다.
배일한기자@전자신문, bail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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