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기획-인증]글로벌 기술장벽 낮추는 `보증수표`

세계 시험인증시장 규모는 약 75조원에 이른다. 국내 시장 규모는 약 2조2000억원이다. 시험인증은 자체 시장 규모도 적지 않지만 산업활동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이다. 시험인증의 경쟁력은 제조업체의 경쟁력과 직결돼 있다. 시험인증 인프라 없이는 산업의 발전과 성장, 무역 활동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다.

 하지만 국내 시험인증 분야는 산업 수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돼 있다. 세계 10대 무역대국이지만 시험인증시장 규모는 세계 시장의 3% 수준에 불과다.

 이현희 에이치시티 사장은 “사람들이 국경을 넘나들 때 그 사람을 보증하는 여권과 비자가 필요하듯이 상품도 인증서가 있어야 국경을 넘을 수 있다”며 “국가 간 상호협정에 의해 비자가 면제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인증서도 수출국의 기술 및 시험인증 수준 등에 따라 차별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국가의 기술적 위상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증이란 자국민 보호를 위해 상품이나 제품으로부터 야기될 수 있는 위해요인을 미연에 방지하는 제도다. 전 세계 모든 국가는 국제 기준에 준하여 자국의 현실에 맞는 인증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각국이 제조물에 대한 안정성 규제를 강화하고 있어 향후 인증시장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며 미래 지식서비스의 중요한 한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1947년 GATT 출범 이후 관세 및 상품의 수량제한 등 눈에 보이는 무역장벽은 다자간 무역자유화의 노력으로 크게 완화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통관절차·위생 및 검역·무역에 대한 기술장벽(TBT)·원산지 규정 등 비관세장벽은 높아만 가고 있다. 특히 여러 가지 비관세 장벽 가운데서도 TBT는 눈에 잘 보이지는 않지만, 매우 강력한 무역장벽으로 활용되고 있다. 자유로운 다자간 무역을 기치로 내건 세계무역기구(WTO)는 이 같은 심각성을 인식, 지난 1995년 기술장벽을 해소하기 위해 TBT협정을 내놓았을 정도다. 아직은 더디지만 TBT 장벽도 점차 개방되는 추세다. 우리도 한미 FTA에서 TBT 협정을 맺는 등 시장개방에 착수했다.

 홍종희 한국산업기술시험원장은 “시험인증 시장이 개방되고 있는 추세에 맞춰 우리도 하루빨리 하나의 서비스산업으로 적극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국내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시험인증기관의 지원 능력이 함께 성장해야 하며, 해외 인증기관과의 상호 인증체계 구축과 다양한 국가와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송주익 UL코리아 사장은 “UL코리아는 ‘공통의 세계표준’을 바탕으로 한국 산업의 성장과 수출 확대를 위해 ‘글로컬라이제이션(글로벌+로컬라이제이션)’을 지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세계 표준·인증 시장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이 한층 확산되고 있다. 국제표준 선점에 각국이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이를 위해 국가 간의 표준화 협력 활동도 강화되고 있는 추세다. 첨단 제품의 경우는 자국에게 유리한 기술을 국제 표준으로 채택하기 위해 국가 간 연대도 확대되고 있다. 이런 동향에서 소외되는 국가는 결국, 산업 기술력 분야뿐 아니라 인증기관의 국제 경쟁력도 약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미 전 세계 국가 간에 194개가 체결돼 있고 향후 한층 확대될 자유무역협정(FTA)은 이 같은 추세를 더욱 가속화하는 계기로 작용할 전망이다.

 FTA로 인해 국가 간 상호인증(MRA)이 확산되면, 선진국은 자국에서 시험하고 인증한 승인서로 상대국 수출이 가능해져 국내 시험인증기관은 점진적으로 그 입지가 약화된다.

 이 같은 현실을 반영, 국가표준심의회(위원장 국무총리)는 최근 ‘국가표준·인증제도 혁신 추진계획’을 확정하고 향후 5년간 11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정부는 △인증제도의 통합·정비 및 인증 인프라 구축 △국가표준과 기술기준의 연계강화 △각 부처의 표준·인증 관련 법령 제·개정 등을 추진한다. 34개의 강제인증 제도는 하나로 통일하고, 나머지 46개 임의인증과 60개 민간 인증은 정리·통일해 나가는 작업을 병행하게 된다.

 심규호기자@전자신문, khs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