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T이슈 진단]`블랙베리` 인기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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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에서 지난 4월 17일 오후 8시부터 약 10시간 동안 블랙베리 서비스가 중단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사무실 e메일을 외부에서 수시로 체크하던 미국의 백악관 관리들과 워싱턴 정가의 정치인·기자·로비스트들과 월가의 금융전문가들이 상당한 혼란을 겪었다.

북미에서는 ‘블랙베리’의 영향력이 엄청나다. 특히 전문직 종사자 중 블랙베리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이 거의 없다. 북미 시장에서는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자주 이용하는 사람들이 흔히 겪는 손목터널 증후군을 ‘블랙베리 증후군’으로 부를 정도다.

블랙베리는 캐나다의 ‘리서치 인 모션(Research In Motion, 이하 RIM)’이 개발한 e메일 송수신 휴대 단말기와 서비스다. 1999년 첫 선을 보인 이래 각종 기능을 융합해 이제는 휴대폰과 각종 정보 관리 기능까지 제공하는 스마트폰까지 선보이고 있다. 블랙베리 서비스는 첫 발매 후 5년 만에 100만 가입자를 돌파했을 정도로 초반에는 성장 속도가 빠르지 않았으나 최근 2∼3년 간 가입자 수가 급증해 4월 현재 800만명에 이르고 있다.

최근 미국의 USA투데이가 지난 25년 동안 미국인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25가지 발명품을 조사한 결과, 1위는 휴대폰, 2위는 노트북PC, 3위는 블랙베리 단말기가 꼽혔다. 시장조사 업체들에 따르면 미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RIM의 점유율은 지난해 4분기에 이미 45%를 넘어서 2위인 팜(18%)을 크게 앞지르고 있다.

RIM의 블랙베리가 이처럼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RIM은 직장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e메일 기능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이다. 직장인들들은 회사 서버에 들어 오는 업무용 e메일을 수시로 체크해야 한다. 특히 북미에서는 e메일의 업무 활용·의존도가 매우 높아 블랙베리의 제품 콘셉트가 적중했다는 평가다. 최근에는 사용자들이 블랙베리를 이용해 이동 중에도 회사의 전사자원관리(ERP)·고객관계관리(CRM) 솔루션 등에 접속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활용 범위가 더욱 넓어졌다.

둘째 RIM이 블랙베리 서비스에 필요한 e메일 호스팅과 단말기를 한꺼번에 제공하기 때문에 서비스의 일관성이 있다는 것을 꼽을 수 있다.

셋째 블랙베리 단말기의 사용 편의성이 높은 점이다. 블랙베리 단말기에는 새로운 키보드 기술인 ‘슈어타이프(SureType)’가 적용됐다. 이는 기존 휴대폰 키패드에 컴퓨터의 쿼티 기반 키보드의 배열 방식을 적절히 혼합한 것으로 친밀성과 효율성이 높다. 또 e메일 내용을 편리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넓은 LCD 화면을 채택했다.

반면 문제점도 지적된다. 소비자들은 블랙베리 단말기와 서비스가 상대적으로 비싸다는 것과 RIM 협력사의 서버에 사용자의 e메일이 들어가기 때문에 정보누출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제기한다. 이동통신 사업자들은 블랙베리 단말기를 공급할 경우 자사 서비스의 차별화 전략을 펼치는 데 제약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문제 삼는다.

무엇보다 RIM이 블랙베리 가입자 수의 급격한 증가에 발맞춘 인프라 확대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지난 4월뿐 아니라 지난해 6월에도 미국에서 두 차례나 서비스 중단 사태가 발생했던 터라 안정성 확보가 최우선 과제라는 분석이다.

쟁쟁한 기업들과의 경쟁도 넘어야 할 산이다. 노키아(E시리즈)·모토로라(모토Q)·삼성전자(블랙잭) 등 경쟁사들은 블랙베리와 경쟁할 스마트폰을 속속 내놓았다. 경쟁사들은 RIM과 경쟁하기 위해 e메일 서비스 업체도 인수했다. 노키아는 지난해 2월 e메일 SW업체 ‘인텔리싱크’를, 모토로라는 11월 굿테크놀로지를 사들인 바 있다.

이에 대해 RIM은 올해 안에 다른 회사의 휴대폰에서도 블랙베리의 e메일·웹 브라우저·캘린더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버추얼 블랙베리’ SW를 선보이고 블랙베리를 공급하는 통신사업자 수를 100여 개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최근 밝혔다. 또 3분기에 중국에서도 블랙베리 무선 e메일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정소영기자@전자신문, syjung@

◆RIM의 역사와 현황

 RIM은 1984년 설립됐으며 본사는 캐나다 온타리오주 워털루에 있다.

블랙베리의 성공에 힘입어 RIM은 노텔네트웍스와 함께 캐나다의 대표 기업으로 꼽히고 있다. 세계 1위 휴대폰 업체 노키아가 핀란드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블랙베리는 1999년 처음 출시됐지만 가입자가 급격히 증가하며 인기가 급상승한 것은 3년 전부터다. 블랙베리 가입자 수는 출시된 지 5년 만인 2004년 2월에야 100만명에 이르렀다. 이후 급속한 증가세를 보여 2005년 6월에는 300만명을 돌파했고 2007년 4월 현재 800만명에 이른다.

실적도 빠르게 늘었다. 2000 회계연도에는 매출이 전 회계연도 대비 80% 증가한 8500만달러, 순익이 30% 증가한 1050만달러를 기록했다. 2005년엔 매출이 처음으로 10억달러를 넘어섰다. 지난 3월 3일 완료된 2007 회계연도 매출은 전 회계연도의 21억달러보다 47% 증가한 약 30억달러였다. 2007 회계연도에 출하한 블랙베리 단말기 대수는 약 640만대였다. 순익은 전 회계연도 대비 3.4배 가까이 늘어난 6억3400만달러였다.

RIM은 북미와 유럽 및 아시아에 지사와 사무소 등을 두고 있으며, 현재 전 세계 40여 개국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의 나스닥과 캐나다의 토론토주식거래소에 상장돼 있다.

현재 짐 발실리 회장과 마이크 라자리디스 사장이 공동 CEO로서 회사를 이끌고 있다.

◆RIM의 주요 제품과 국내 시장 현황

 블랙베리 주요 제품으로는 스마트폰인 블랙베리 커브 8300, 블랙베리 펄 8100, 블랙베리 8800 시리즈를 비롯해 8700·7200·7100·7520 시리즈 등이 있다. 이들 제품은 모델별로 AT&T·T-모바일·스프린트·버라이즌·셀룰러원·올텔 등 주요 이통사업자들의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다.

이밖에도 블랙베리용 SW와 각종 게임·착신음·액세서리 등이 모바일 콘텐츠 제공 사이트인 한당고(www.handango.com)에서 10∼35달러의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 6월부터 KT파워텔이 블랙베리 단말기와 함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블랙베리 가입자 수는 1000명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KT파워텔은 블랙베리 단말기 가격을 75만원에서 48만원으로 대폭 낮췄다.

한국에서는 휴대폰을 이용한 문자메시지 발송이 활성화돼 있고 기업들이 모바일 사무실에 대한 관심이 적어 휴대폰 e메일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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