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가 모바일기기 구매 `좌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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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된 반도체를 소개하는 PMP 카달로그

“디자인도 디자인이지만, 이 PMP는 속이 정말 알차답니다. TI의 다빈치 칩을 사용했는데요, 많은 PMP 사용자들이 열광하는 칩으로 유명하죠. 여러분, 코덱이 안맞아서 몇 번씩 별도로 코덱을 다운로드해야하니까 얼마나 불편하셨어요? TI의 다빈치 칩을 사용하면서 더이상 파일변환이라는 귀찮은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됩니다.”

국내 휴대용멀티미디어플레이어(PMP)를 소개하는 홈쇼핑의 한 장면이다. 언틋 들으면 반도체 소개인지 PMP 소개인지조차 모를 만한 문구다.

반도체가 제품의 신뢰도를 좌우할 만큼 일반 소비자들에게 반도체의 중요성이 인지되기 시작했다. 그동안 반도체의 존재를 일반 소비자들에게 알린 것은 PC의 CPU 정도였으나, 이제 그 범위가 내비게이션이나 PMP 등 IT 단말기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CPU가 처음 알려진 것은 기술력과 신뢰도를 알려야 겠다는 인텔의 ‘인텔 인사이드’ 정책 덕분이었으나, 반도체까지 꼼꼼히 따지는 똑똑한 소비자들이 많아지자 이제는 단말기 업체들이 나서서 단말기에 사용된 반도체를 알리고 있다. 심지어 홈쇼핑에 등장한 이 PMP에는 액정화면 위에 ‘다빈치 인사이드’라는 문구까지 넣었다.

PMP 뿐 아니라 내비게이션에서도 GPS 수신감도의 성능을 차별화하기 위해 GPS 칩을 소개하기도 한다. 주로 등장하는 반도체는 미국 서프(Sirf)의 칩으로, 내비게이션 업체들은 이 칩을 장착했다는 것을 홍보함으로써 수신감도가 높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알린다. 이 같은 모바일 기기에서 각종 애플리케이션을 빨리 구동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ARM 계열 프로세서를 거론한다. ARM의 코어는 반도체 내부에서 핵심 엔진에 해당하는 부분이지만 이제는 소비자들까지 ‘ARM 7’인지 ‘ARM 9’인지를 구별할 정도가 됐다.

TI의 유혜경 부장은 “워낙 얼리어댑터들이 많아지면서 단말기 업체들도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얻기 위해 어떤 반도체를 썼는지를 알리려는 것 같다”며 “옛날에는 반도체 회사 이름은 소비자들이 잘 몰랐는데, 소비자들이 똑똑해져서 반도체 업체들도 덩달아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문보경기자@전자신문, okm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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