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기획-CAS]기고-방송콘텐츠 보호를 위한 CAS

◆이상운 연세대학교 전기전자공학과 연구교수

CAS는 방송 뿐 아니라 정보통신을 포함한 여러 분야에서 콘텐츠를 보호하는 기술이다. CAS는 방송서비스에 대해 불특정 이용자의 접속 및 이용을 제한하고, 사용권한이 있는 특정 이용자에게만 허용하기 위해 쓰인다. CAS는 이미 여러 방식의 방송서비스에 적용 되며,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와 케이블TV 등은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방송사업자는 서비스이용자의 가입 및 이용 조건에 따라 수신기를 제어하여, 특정채널 및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의 허용 또는 제한, 가입자의 연령에 따른 프로그램 등급별 허용 또는 제한 등을 결정할 수 있다. 즉 방송되는 프로그램에 어떤 자물쇠를 채워놓아서 이용을 제한하며, 적정 비용을 지불한 이용자에게는 자물쇠를 여는 데 필요한 열쇠를 제공해 해당 프로그램 시청을 가능케 하는 것이다.

방송사업자가 아닌 이용자 입장에선 무료로 모든 서비스 및 콘텐츠의 이용이 가능하면 좋을 것이다. 그러나 이래서는 방송사업이 오래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방송사업자는 여러 방송 콘텐츠의 제작과 구매, 방송시스템 구축 및 운영 등의 비용이 발생하며, 서비스 이용자로부터 받는 이용료와 방송프로그램에 붙는 광고비로 이런 비용을 충당해야 한다.

그런데 요즘 방송은 인터넷 등 다양한 여러 경쟁 매체에 광고시장을 잠식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표적인 방송사업자인 지상파 방송의 전체방송광고시장에서의 점유율은 2002년에는 86.3%였으나, 2005년에는 73%로 하락했다. 또한 어떤 방송콘텐츠에는 아예 광고비를 부과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의 킬러서비스라고 불리는 교통정보서비스(TPEG) 등 데이터서비스는 통상적인 광고방송이 불가능하다. TPEG에는 다양한 종류의 교통, 여행정보서비스가 포함되며, 방송사업자는 여러 종류의 정보제공기관으로부터 해당정보를 받아 방송용으로 가공해 서비스한다. 교통여행정보 중 일부는 공공기관으로부터 무상 혹은 저가로 제공 받는 것도 있으나, 방송사는 대부분의 정보에 대해 다른 콘텐츠와 마찬가지로 해당 콘텐츠제공자(CP)에게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CP 역시 양질의 정보를 지속적으로 수집·가공하여 제공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수입이 확보돼야만 한다.

이런 연결 구조는 다른 산업에서와 마찬가지로 존재하는 방송서비스 분야의 가치사슬(밸류체인)이다. 이 구조에서 방송서비스 이용자는 최종 소비자로서 필요한 방송서비스에 대한 적절한 비용을 지불해야만 해당 서비스를 계속 이용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그 서비스의 양적, 질적 향상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지상파 DMB방송사업자는 사업자별로 수백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투자비 및 운영자금을 투입하였으나, DMB 서비스의 낮은 수익성으로 인해 적자가 누적되고 있으며 이를 해소하고자 광고수익 제고, 유료서비스 실시 등 여러 노력을 경주중이다. 그런데 TPEG의 경우 CAS솔루션 적용을 하지 않고 단말기 가격에 서비스 이용요금까지 부가하는 형태의 초기과금방식을 적용했다. 물론 여기에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CAS 를 적용하기 위해 방송시스템과 연동된 시스템구축 비용 및 시간, 단말기에 CAS 솔루션을 탑재하기 위한 비용, CAS 관련 정보 송신을 위한 방송채널의 점유 등이 그럴 것이다.

그러나 초기과금방식의 경우 구매 시부터 폐기 시까지 지속적으로 단말기를 이용하는 이용자는 선호할 수 있으나, 잠시 사용하다가 이런저런 이유로 새 단말을 구매해야 하는 이용자는 이중으로 서비스이용료를 부담해야 하는 불합리함이 지적된다. 또한 방송사업자 별로 초기과금을 별도로 해야 한다. 방송사 단말기를 구매하면 타 방송사업자 서비스 대응 단말기를 구매하지 않으면, 한 방송사업자의 서비스만을 이용해야 하므로 서비스 선택의 기회가 줄어든다. 게다가 일정 금액의 사용료를 미리 부과한 방송사업자가 적극적인 의지를 가지고 새로운 서비스를 추가하거나 하는 노력을 등한히 할 수 있는 여지가 있어 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저해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초기과금방식의 경우 단말 제조사가 특정 방송사업자의 서비스는 계약에 의해 수신을 허용하고, 수신계약을 하지 않은 타방송사업자의 서비스는 수신을 제한해야 하는데, 정상적 계약을 맺지 않은 단말제조사가 모든 방송사업자의 서비스를 수신하는 단말기를 판매한다면 날개돋힌 듯이 팔릴 것이라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이 경우 제조자, 판매자, 구매자, 이용자 중 누구에게 잘못이 있으며, 이를 규제할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일 지에 대한 의문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CAS는 유익한 방송서비스를 사용자에게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효과적인 솔루션이다. 방송사업자에는 방송콘텐츠의 무단 이용을 방지해 수익을 보장해주고 이용자에게는 유용한 콘텐츠를 사용기간 혹은 사용량에 비례하여 요금을 지불하며 이용하게 한다.

우리가 이용하는 위성방송, 케이블방송, 위성 DMB 등에는 이미 CAS를 적용했으며, 전국서비스를 실시할 지상파 DMB 의 경우, CAS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앞서 언급한 일부 DMB 서비스의 초기 과금방식도 이 시스템이 구축되면 CAS 방식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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