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SICAF 방문한 만화 거장 `뫼비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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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에서 독자가 만화를 볼 때 돈을 내지 않는다면 창작자가 어떻게 창작을 지속할 수 있나요?”

칠순을 앞둔 SF만화의 거장 뫼비우스(본명 장 지로·69)는 한국의 인터넷 만화 문화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저작권 문제에 관심이 많다며 창작물의 유통 경로 등을 오히려 되물어 왔다.

서울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SICAF2007)참석차 서울에 온 그는 SF 만화가이지만 제5원소 등 영화의 이미지 마스터는 물론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나무’의 모든 삽화를 그리는 등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하는 프랑스의 국민 만화가다.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고도로 발달한 유럽에서는 창작물을 보면서 대가를 지급하지 않는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일 터다.

“포털 사이트나 만화가 단체가 연대해 만든 ‘코믹타운’이란 사이트에서 작가가 연재를 하면 고료를 지급하고 독자와 소통하게 한다”고 대답하자 그제야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뫼비우스는 “프랑스 젊은층 사이에서 일본 ‘망가’의 판매가 50% 이상 된다”며 프랑스 만화계 역시 ‘망가’에 의해 많이 잠식당했다고 우려했다. 그는 프랑스의 만화 산업이 고도로 발달한 출판 산업을 바탕으로 성장했기 때문에 영화·애니메이션 등 다른 대중 문화와 연계가 힘든 구조였다고 설명했다. 반면에 일본은 만화·캐릭터·TV 애니메이션 시리즈가 연결되는 고리가 있었기 때문에 산업으로 더 빨리 성숙하고 확장할 수 있었다고 전문가다운 분석을 내놓았다. 그의 말에서는 문화강국 프랑스 국민의 자존심도 읽혔다.

“그럼에도 망가를 보는 계층은 젊은 층에 국한돼 있을 뿐이에요. 프랑스의 만화 소비 계층은 두텁고 예술적이고 시간을 두며 봐야 하는 프랑스 만화는 지금도 예술로서 충분한 가치를 지니죠.”

최근 프랑스에서도 디지털로 작업을 하는 만화 작가가 늘면서 자신도 디지털 작업에 관심갖게 됐다는 그는 “관심은 있지만 오랫동안 손으로 작업하며 구축해 온 시스템을 바꾸기가 어려워 쉽게 도전하지는 못한다”고 대답했다. 뫼비우스는 “디지털이건 손으로 그리는 만화건 예술 자체와 독자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중요하지 그것을 전달하는 창구는 중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블루베리’ 등 카우보이를 다룬 웨스턴물로 만화계에 입문한 뫼비우스는 자신이 SF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를 70년대 후반 프랑스에서 인쇄방식의 변화에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흑백으로 대량생산을 하던 체제에서 색을 동원해 만화를 회화처럼 인쇄할 수 있게 환경이 바뀌자 표현의 범위가 확장돼 더 많은 상상력을 동원한 작품을 구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작품 ‘아르작’을 예로 들면서 과감한 색을 도입해 SF적 상상력을 표현했다고 덧붙였다.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길 원하느냐고 묻자 그는 “‘이야기를 창조하고 그림으로 보여주는 예술가’로 기억되고 싶다”고 대답했다. 모든 훌륭한 예술가는 총체적 예술인이고 본인도 그렇게 남고 싶다는 프랑스의 거장은 자신의 아이들이 수준높고 예술적인 만화보다는 폭력적이고, 유치한 망가를 지나치게 많이 보는 것을 걱정하는 아버지이기도 했다. 이수운기자@전자신문, p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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