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는 내 운명’을 제작했던 영화사 사장은 영화 ‘밀양’을 보고 ‘전도연이 더이상 보여줄 것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더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그만큼 전도연의 연기가 한 차원을 뛰어넘었다는 평가다. 게다가 송강호까지 가세했다. 그 뿐 아니라 ‘초록물고기’ ‘박하사탕’ ‘오아시스’에 이은 이창동 감독의 작품이라는 것 역시 기대감을 고조시킨다. 어떤 이는 사랑 이야기라고도 하고, 어떤 이는 종교 이야기 같다고도 한다.
남편을 잃은 그녀(신애)는 아들 준과 함께 남편의 고향인 밀양으로 간다. 이 작은 도시에서 피아노 학원을 열고 새로운 시작을 다짐한다. 하지만 불행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관객은 곧 그녀의 웅크린 울음소리를 듣게 된다.
밀양 외곽 5km. 그(종찬)는 신애를 처음 만난다. 고장으로 서버린 차 때문에 카센터 사장인 그를 불렀던 것. 그리고 이 낯선 여자는 자신의 목소리처럼 잊혀지지 않는 삶의 일부가 되어버린다. 그는 밀양과 닮아 있다. 특별할 것이 없는 욕심과 속물성, 순진함이 베어 있는 남자. 마을잔치나 동네 상가집에 가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누구처럼 그는 신애의 삶에 스며든다. 그는 언제나 그녀의 곁에 서 있다. 한 번쯤은 그녀가 자신의 눈을 바라봐주길 기다리며…
송강호는 그처럼 평범하지 않은 여자를 바라보는 남자, 그처럼 아파하는 여자의 곁을 지키고 있는 이 남자의 사랑을 그는 어떻게 표현할까?
전경원기자@전자신문, kwj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