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977년 4월 9일, 서울에 자동차가 늘어나면서 한강을 가로지를 11번째 다리로 착공해 2년 5개월만에 완공. ‘게르버 트러스(Gerber Truss)’ 형식을 채택하고 조형미를 강조해 선진 교량과 보조를 맞추기 시작한 국내 첫 다리.
#2 1994년 10월 21일, 교각 10번과 11번 사이 48미터가 붕괴돼 소중한 32명을 앗아감.
#3 오늘, 무게 43톤 차량이 통과할 수 있고, 상판이 붕괴하더라도 강물로 떨어지지 않는 방지턱을 갖췄음. 리히터 규모 5에 달하는 지진에도 견딤.
성수대교의 어제와 오늘이다. 이처럼 개발독재에 등 떠밀려 과속한 나머지 대한민국 곳곳에 지뢰처럼 도사렸던 폐해들이 드러났다. 95년 삼풍백화점 붕괴와 대구 지하철공사장 가스 폭발, 99년 경기 화성 ‘씨랜드’ 화재, 2003년 대구지하철 방화참사, 2005년 강원 양양 산불 등으로 우리 사회의 부실한 안전 네트워크를 여실히 보여줬다. 이제 거의 모든 곳에 눈(IT)을 설치할 수 있다. IT로 개발독재가 남긴 부실들을 감시·대응·개선하고, IT가 만들어낼 새로운 위험을 예방할 때다.
“주민 터전 잃고 천년고찰 낙산사가 전소돼 경악스러울 정도다.”
2005년 4월 5일 강원도 양양 산불로 큰 피해가 났다는 소식을 들은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의 말이다. 박 전 대표는 이어 “피해 복구와 주민 안정 찾는 일에 최대한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21세기 들어 국가의 국민 사랑하는 마음이 ‘위험 관리 체계’로 빠르게 녹아든다. 특히 일 벌어진 뒤 복구하는 것보다 ‘예방’이 더욱 절실해졌고, 그 밑바탕과 중심에 IT가 자리 잡았다. 실제로 참여 정부의 IT 기반 재난 예방시스템이 체계화하면서 지난 1월 20일부터 5월 15일까지인 ‘봄철 산불조심기간’ 동안 모두 371차례 산불이 나 215ha를 태웠는데, 피해면적이 94%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해마다 잇따른 대형 산불로 시름하던 강원도의 경우에도 같은 기간 동안 20여차례 산불이 나 12.8ha를 태웠는데, 평년보다 97% 이상 줄었다. 무엇보다 지난 2년 동안 대형 산불이 나지 않아 강원도민의 시름을 덜었다.
어디 산불뿐인가. 성수대교 참사를 계기로 한강 다리를 IT로 늘 감시·진단하고, 매년 2회씩 정기점검을 한다. 또 2년마다 전문기관에 점검을 의뢰하며, 5년마다 정밀안전진단을 하는 등 ‘예방에 무게를 둔 위험 관리의 중요성’이 우리 사회 전반으로 깊숙이 스며드는 추세다.
지난 2004년 6월 출범한 소방방재청은 이 같은 변화의 결정체다. ‘비용이 아닌 투자 개념’으로 재난예방사업을 확대하자는 목표도 선진적이다. 그런데 소방방재청이 “아직 성숙하지 못했다”는 목소리가 분출한다.
어느 위험관리 전문가는 “소방방재청에 태생적 한계가 있다”며 “개청 준비를 할 때 하나의 중앙행정기관 안에서 소방 분야와 자연재해 분야가 주도권 다툼을 벌이면서 스스로 한계를 노출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특히 “소방방재청의 힘이 약하다 보니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별로 제각각인 위험관리체계·업무를 통합하지 못하고 있다”며 “특정 부처만으로는 국가 전반의 위험관리기능이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차기 정부에서 정부조직개편을 통해 질서를 다시 세워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홍렬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에 대해 “모든 일상에 잠재적 위험이 존재하는데, 이를 해결(관리·예방)할 유일한 해결책이 정보통신시스템”이라고 말했다.
◆메가트렌드-첨단 사회서 생기는 미래위험, IT로 푼다
-유영환 정통부 차관 vice@mic.go.kr
인구 600만, 시장규모 5억∼6억달러, 마이크로소프트·코카콜라·인텔·IBM 등을 비롯한 1만2000여 기업이 활동하는 곳. BBC 주최로 음악 축제가 벌어지고, 듀란듀란 등 인기 팝그룹의 공연도 펼쳐지는 곳. 보수당과 진보당의 대선 후보들이 선거활동을 벌이는 곳.
지구상에 존재하는 국가의 이야기가 아니다. 미국의 한 벤처기업이 운영하는 3차원 가상현실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다. 이용자들은 온라인에서 자신의 분신인 캐릭터를 이용해 원하는 일을 하고, 가정을 꾸리고 직장 생활을 한다. 온라인 화폐로 물건도 사고 파니, 그야말로 현실 생활을 그대로 축소해 놓은 ‘제2의 인생’인 셈이다. 미국의 어느 IT잡지는 이 가상세계 관광에 관한 기사까지 실을 정도가 됐다.
과학기술과 정보통신의 발전은 이처럼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가상현실 세계를 만들어 가고 있다. 광화문 정통부 청사에 마련된 ‘유비쿼터스 드림관’은 곧 다가올 미래생활의 모습을 한눈에 보여준다. 조명이 자동 조절되고, 냉장고 속의 식품 종류와 영양소, 유통기한까지 알려주는 기능은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하다. 자동 통역에다 집과 직장을 연결하는 원격기능까지, 전시된 첨단기술들은 더 이상 ‘미래’가 아니라 지금도 조금씩 겪고 있는 ‘현실’이기도 하다.
그러나 감탄만 하기에는 그 뒤에 도사린 위험(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그것은 IT 자체가 발전하여 생기는 위험과, 세상사람들이 지능화된 네트워크 사회에 연결돼 겪는 구조화된 위험으로 나눌 수 있다.
전자는 쉽게 정보를 구하고 활용하는 편리함에 취해 소홀했던 사이버 사기나 온라인 도박, 개인정보 도용 등이다. 이는 미래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가상게임 공간에서 발생하는 매춘·테러·마약 등의 범죄를 현실 규범으로 규제하는 문제, 가상화폐로 물건을 사고파는 행위에 세금을 매겨야 하는지에 관한 고민, 사이버 테러나 불법정보 유통 등이 만연해도 현실은 아직 이를 좇지 못하고 있다.
후자는 모든게 연결된 사회 안에서 복합적인 과정을 통해 나타난다는 점에서 IT 자체가 지닌 위험성보다 훨씬 크게 복잡할수 있다. 위험이 언제, 어떻게 나타날지 예측이 어렵고 대응책 마련도 쉽지 않다. 그러나 끊임없이 사회변화에 관심을 가지고 변화의 추이를 분석한다면 사회 구조 속에서 일어나는 위험의 속성을 분석하는 것도 어렵지만은 않을 것이다.
역설적이지만 위험을 예방하려면 IT 역할이 더욱 커져야 할 것으로 본다. 위험이 일어나는 조건, 피해상황, 원인 등 위험의 속성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기 위한 작업에 IT 이용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중앙에서 지방으로, 각 분야별로 발생하는 위험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려면 종합통제시스템이 필요한데, 이때에도 IT는 핵심역할을 할 것임에 틀림없다. 기술의 발달은 새로운 위험을 야기하지만 그 위험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기 위해 역으로 기술의 힘을 지혜롭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하겠다.
외양간을 제대로 지어놓지도 않고, 소를 제대로 키울 수는 없다. 미래에 나타날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지금부터라도 적극적으로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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