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넘버원 주역들-PDP: LG전자

 LG전자(대표 남용)는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의 역사를 개척해온 주역이다.

 지난 1966년 흑백 브라운관TV, 77년 컬러 브라운관TV를 각각 국내 최초로 내놓으면서 한국 브라운관 산업이 세계 1위로 도약하는 초석을 쌓았다. 또 97년에는 국내 최초로 PDP TV를 선보이며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각광받는 PDP에서 한국이 일본을 제치고 세계 최강으로 떠오르게 했다. LG전자는 이를 기반으로 현재 세계 TV와 PDP 시장의 ‘톱 플레이어’로 부상,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의 대들보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 브라운관 산업 개척자=LG전자(당시 금성사)는 지난 66년 국내 최초의 흑백TV를 생산했다. 국산 1호 TV였던 ‘VD-191’은 진공관식 19인치 제1호 모델을 뜻하며, LG전자가 라디오를 처음 개발한 지 7년만의 쾌거였다. 당시 이 제품은 쌀 27가마 값에 해당하는 고가에 출시됐지만, 공급이 달릴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다.

 LG전자는 일본에서 전량 수입해오던 흑백 브라운관도 71년부터 국산화했다. 또 77년에는 국내 최초의 컬러 브라운관TV ‘CT-808’를 개발하고 컬러 브라운관 양산에도 돌입했다. ‘CT-808’은 19인치 수출용 모델로 전량 북미지역으로 수출됐으며, 국내에서는 3년 뒤 정부의 컬러TV 방송 허용되면서 본격 출시됐다.

 LG전자는 이후 93년 와이드 브라운관, 98년 완전 평면 브라운관 등을 국내 최초로 출시했다. 2001년에는 필립스와 합작한 LG필립스디스플레이를 설립해 세계 브라운관 시장의 30% 이상을 점유하며 삼성SDI와 함께 한국을 세계 최대 브라운관 생산국 반열에 올려놓았다. 2004년에는 초박형 브라운관을 개발, 프리미엄 브라운관 시대도 열어 제쳤다.

 ◇PDP로 디스플레이 기술 독립=LG전자는 브라운관에 이은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의 승부수로 PDP를 선택했다. LG전자의 PDP사업 역시 일본에 뒤졌지만, 머지않아 일본을 넘어서는 ‘극일’의 전철을 밟아왔다.

 96년 국내 순수기술로 처음 40인치 PDP를 개발한 이후 과감한 투자와 연구개발을 통해 2004년에는 ‘싱글스캔’이라는 독보적인 기술을 개발, 오히려 일본에 수출하며 기술독립을 이뤘다. LG전자의 PDP 기술 독립은 2005년 일본 PDP의 자존심인 마쓰시타와 PDP 특허를 상호 공유하는 ‘크로스 라이선스’를 맺는 단계까지 발전하기도 했다.

 LG전자가 PDP 사업 진출을 결심한 것은 지난 92년 2월초다. 당시 구자홍 부회장(LS그룹 회장)은 디스플레이사업을 총괄하고 있던 구승평 전무(전 LG전자 고문), 박명호 연구소장(타계) 등 핵심 3명은 원천기술이 없어 로열티 부담이 만만치 않던 브라운관의 대안으로 PDP를 선택했다.

 하지만 PDP 연구에 매진한 지 꼬박 4년이 걸린 96년에야 처음으로 순수 국산기술로 40인치 PDP을 만들었다. LG전자는 이를 기반으로 이듬해 국내 최초 PDP TV ‘PD-40X1’를 출시, 한국에서도 대화면 평판 TV시대를 열었다.

 2년 후인 98년에는 세계 최대 크기인 60인치 PDP를 개발하는 개가를 올렸다. 세계 최대 PDP 개발은 40년 한국 디스플레이 역사상 처음으로 일본 기술 의존에서 벗어난 역사적인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LG전자의 PDP 기술 혁신은 지속돼 2004년에는 디스플레이 상·하 2줄로 형성된 구동회로를 1줄로 줄이는 ‘싱글스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기도 했다. 또 디스플레이 보호막을 유리 대신 필름으로 바꾸는 ‘필름필터’ 기술의 국산화도 선도적으로 이뤄냈다.

 LG전자는 이 같은 기술개발 성과에 힘입어 2005년 1분기 PDP패널 판매량(73만장 판매) 세계 1위를 처음으로 달성했다. 이후 지난해까지 일본 마쓰시타와 분기별 1위를 번갈아 차지하는 등 세계 PDP시장 최강자 자리를 놓고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다.

 강신익 LG전자 DD(디지털디스플레이)사업본부장(부사장)은 “LG보다 10년 먼저 시작한 일본의 PDP사업을 제치고 1위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적기 투자와 끊임없는 기술혁신 때문이었다”고 강조했다.

 파죽지세를 달리던 LG전자의 PDP사업은 지난해 말부터 경쟁 패널인 LCD의 공세에 밀려 다소 소강국면을 맞고 있다. LG전자는 이 같은 분위기를 감안해 올해에는 구미 A3공장에서 8면취 양산 신기술을 도입하고, 싱글스캔과 필름필터 등 원가절감 신기술을 전면 도입하는 복안을 마련했다. LCD에 비해 경쟁력이 높은 50인치 이상 대형 패널 생산비중도 확대해 다시 세계 최강의 PDP 기업으로 재도약한다는 야심이다.

 장지영기자@전자신문, jyaj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