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기고-LG·삼성 ‘도원결의’ 주목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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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 산업자원부 장관 yjkim01@mocie.go.kr

 요즘 산업 현장에서는 대-중소기업의 상생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IT업계를 필두로 자동차, 섬유, 철강, 통신, 건설 등 많은 산업 분야에서 대-중소기업이 협력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국가적 과제에서 시작한 변화의 바람이 업계 최일선에서 높은 물결이 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동반자 개념이 이제는 업계 스스로의 선택에 의해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 신선하다.

 하지만 우리 디스플레이업계는 또 다른 결단을 준비하고 있었다. 세계적인 IT기업이자 우리 디스플레이산업의 리더인 LG와 삼성이 힘을 모으기로 한 것이다. 이른바 대기업-대기업 협력이다.

 지금까지의 대-중소 상생 협력이 ‘수직적 협력’이라면, 대기업들 간의 협력은 ‘수평적 협력’이라고 할 수 있다. 마치 뜨개질을 하는 것처럼 수직적-수평적 협력이 그물망처럼 촘촘하게 연결될 경우, 상생의 힘은 배가된다. 이런 의미에서 LG와 삼성의 협력은 ‘상생의 완결판’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큰 의미를 갖는 일대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사실 국내 대기업 간의 협력 문제는 그동안 전문가들 사이에서 심심찮게 제기되고 있었다. 국내 기업들이 세계 1, 2위를 하면서도 세계 시장 주도권을 잡지 못하는 원인은 무엇인가? 국내 기업들끼리 서로 등을 돌린 채 3, 4위를 차지하는 외국 경쟁사와 협력하려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LG와 삼성은 세계 유수의 회사들과 2000년 이후 총 80여건의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였지만, 정작 두 회사 간의 전략적 제휴는 단 한건도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세계 시장의 경쟁 구도는 힘 센 자들 끼리의 ‘합종연횡’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아무리 경쟁력 있는 세계 1위 기업이라고 하더라도 혼자서 모든 경쟁자들을 상대하기에는 버거운 상황으로 바뀌고 있다. 우리가 세계 최강인 디스플레이산업만 보더라도, 최근 들어 한국 타도를 위한 일본과 대만의 연합전선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LG와 삼성도 이러한 경쟁국의 도전에 맞서기 위해서는 국내 대기업간 경쟁 구조를 넘어서는 혁신적인 대책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런 문제 의식에서 어제 디스플레이업계의 CEO들과 ‘디스플레이산업 8대 상생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참석한 CEO들은 수직 계열화 타파, 패널 상호 구매, 특허 협력, 공동 R&D 등의 광범위한 협력을 결의하면서, 상생의 전초 기지로서 ‘디스플레이산업협회’를 설립키로 하였다. 이러한 협력을 통해 대기업에게는 원가 절감과 원천 분야 기술력 향상이, 중소기업에게는 판로 확대와 국산화율 향상이란 열매가 열릴 것이다.

 이제 LG와 삼성은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는 가운데 디스플레이 분야부터 협력의 첫걸음을 내디뎠다. 그 과정에서 많은 이해와 양보가 있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앞으로 누가 봐도 ‘과연 LG, 삼성이구나’ 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일이다.

 두 기업간 성공적 협력 모델은 향후 우리 산업의 구조고도화로 나아가는 큰 밑그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정부도 ‘전략 기술’의 R&D 지원을 비롯하여 기업이 필요한 인력 양성, 해외 시장 개척, 그리고 애로사항 해결을 통해 우리 대·중소업계와 함께 뛸 것이다.

 LG와 삼성의 현대판 ‘도원결의’는 앞으로 우리 디스플레이산업이 오랫동안 세계 최강의 위상을 유지하는 기반이 될 것이다. 그리고 ‘산업의 창’인 디스플레이에서 시작된 LG-삼성의 협력이 다른 대기업으로, 그리고 다른 산업으로 계속해서 투영되어 나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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