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 공동 개발을 통해 수요를 창출하는 시장, 중국은 가격경쟁력 높은 범용 제품으로 승부하는 시장, 일본은 국적기업과의 치열한 경쟁을 통해 수요를 넓혀가는 시장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고객 및 시장 점검 차 한국을 방문한 파스칼 랑로아 앤엑스피반도체 글로벌 세일즈담당 수석부회장(47)은 한·중·일 아시아 3국은 앤엑스피(NXP)반도체 글로벌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중요한 시장으로, 각국별 영업 환경이 달라 접근 방법도 다르다며 이렇게 분석했다.
“사실 시장 그 자체만을 놓고 보면 한국은 좋은 시장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IT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른 지역으로, 첨단 제품을 공동 개발해 먼저 적용함으로써 세계 시장에서의 성공 가능성을 가늠해 볼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소중한 리노베이션 거점입니다.”
전세계 영업을 총괄하는 파스칼 수석부회장은 리노베이션거점이라는 시장의 특성 때문에 사실 한국이 부담스럽다. 그 만큼 기술 개발을 위한 밀착 지원이 병행되야 하기 때문이다. 본사 회장을 비롯해 고위경영진들이 한국을 1년에 한두차례씩 꼭 방문하는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앤엑스피반도체 한국법인의 직원은 약 130명으로, 이 가운데 90명이 기술개발에 전념하는 엔지니어입니다. 한국의 특성을 고려해 엔지니어 인력을 한층 늘려, 기술로 승부해 나갈 것입니다.”
올해 초 필립스전자에서 분사한 앤엑스피반도체는 대기업의 울타리에서 벗어나는 것을 계기로 ‘신속성’과 ‘자율성’을 앞세운 공격 경영을 표방했다. 신속성이란 의사결정 속도를, 자율성이란 과거 모회사인 필립스의 눈치를 살필 필요없이 필립스의 경쟁기업과도 다양하게 협력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을 의미한다.
“한국 IT시장은 팹리스반도체 설계업체들의 움직임에서 알 수 있듯이 신기술을 받아들이고 발전시키는데 매우 공격적입니다. 앤엑스피도 필립스 분사를 계기로 공격 경영을 선언했습니다. 이런 점에서 한국과 앤엑스피는 궁합이 잘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파스칼 부회장은 전세계 영업을 총괄하는 만큼 각 지역별 시장 상황을 꿰뚤어 보고 있다. 그는 한국기업들은 엔화 약세와 원화 강세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반면, 내수시장 침체에서 벗어난 일본에게는 좋은 여건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앤엑스피의 경우 한국내 영업은 순조롭습니다. 한국에서는 지난 수 년간 성장을 기록한 모바일 부분에 중점을 둔 결과이지요. 일반적으로는 최근 한국보다는 일본에서 사업기회가 더 많아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앤엑스피는 한국 고객들을 위한 서비스와 기술적 지원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한국 고객들과 더불어 신시장을 개척해 나갈 것입니다.”
심규호기자@전자신문, khsim@ 사진=윤성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