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제국의 몰락
니시무라 시게오 펴냄, 정재훈 옮김, 스튜디오 본프리 펴냄, 1만원.
70년대 어린 시절을 보냈으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마징가Z’,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초반을 석권했던 ‘드래곤 볼’과 ‘슬램 덩크’ 등 한국의 만화 문화 전체를 뒤흔들어 놓거나 때로는 ‘일본 만화 유해론’까지 불러 일으켰던 만화들의 대부분이 ‘소년 점프’에 연재되었던 유명한 작품들이다. 이 밖에 영화화된 데스 노트나 유명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원피스까지 연재 당시 엄청난 사회적 파급력을 끼쳤던 수많은 히트 만화들의 출생지이자 일본 전역에서 300만명이나 되는 사람들로 하여금 월요일 아침마다 손꼽아 기다리게 만드는 만화 주간지 ‘소년 점프’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소년 점프’에 연재되는 만화에는 ‘우정, 노력, 승리’라는 키워드가 들어있기 때문에 성공했다고 관계자들은 말한다. 또 한가지 비결은 상식을 뒤엎는 새로운 시도로 기존 만화계를 뒤흔들고 ‘소년 점프’만의 고유한 시스템을 정착시켰다는 것이다.
알려지지 않은 무명 신인을 발굴, 전속 계약을 맺는 한편, 아무리 유명한 작가의 작품이라도 독자 투표를 통해 인기가 없으면 조기에 연재를 중단시키는 등 다른 만화 잡지에서는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컬러를 만든 것이다.
이런 과감하고 도전적인 시도들은 마침내 1995년 초 주간 발행 부수 653만부라는 초유의 대기록을 달성해냈다. 이 기록은 일본 만화 문화의 최전성기를 달리며 쌓아올린 전인미답의 금자탑이다.
이 책은 일본 만화산업의 초창기부터 최전성기에 이르기까지 주도적인 역할을 맡아왔던 만화 주간지 ‘소년 점프’의 전 편집장 니시무라 시게오가 기록한 소년 점프 만화 제국의 탄생과 성장, 그 신화의 창조에서 몰락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기록한 장대한 회고록이다. 또한, 이 책은 제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의 복구기로부터 고도 성장기, 버블경제의 전성기와 붕괴기에 이르는 일본 근대사회에서의 인간관계와 비즈니스 이야기이기도 하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불모지와도 같은 분야였던 만화 비즈니스의 개척에서 폭발적인 산업 팽창과 기적적인 기록 수립에 이르는 장대한 길을 열정적으로 달려가며 감히 꿈조차 꾸지 못했던 정점을 정복했던 필자의 기록을 통해 일본 만화의 살아있는 역사를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을 것이며, 미디어의 기반이 되는 활자와 종이 매체의 탄탄한 기반 위에 세계 정상의 콘텐츠 강국으로 우뚝 선 일본의 예를 통해 새로운 정보와 콘텐츠 창출의 루트를 과도하게 IT와 인터넷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현실을 되돌아볼 수 있을 것이다.
김현민기자@전자신문, min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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