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콤이 살아나고 있다. 레인콤이 24일 공시한 자료에 따르면 작년 4분기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흑자전환을 달성했다. 특히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42억원과 190억원씩 증가했다. 실속있게 장사했다는 얘기다.
여기에는 레인콤의 뼈를 깎는 자구책이 숨어있다. 최고 700여명까지 달했던 임직원을 절반가량 구조조정, 지금은 400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일본 법인이 폐쇄됐고 미국·유럽 현지 법인 역시 정리 작업이 진행 중이다. 대규모 자금을 투자, 야심차게 추진했던 ‘와이브로 단말기 사업’ 역시 사실상 접은 상태다.
특히 지난 연말 보고펀드로부터 600억원의 자금을 긴급 수혈받으면서는 창업자 양덕준 사장이 1대주주 자리를 내주기까지 했다. 창업 공신들 역시 줄줄이 회사를 떠났다.
‘우리에겐 이제 뒤로 밀릴 곳이 없다’는 이 회사 한 임원의 말은 레인콤의 현주소를 그대로 대변한다. 레인콤이 최근 내놓고 있는 신제품 하나 하나에는 전과 다른 ‘아우라(aura)’가 느껴진다는 게 얼리어답터들의 반응이다. 실제로 레인콤이 출시하는 신제품 하나의 성패 여부가 곧 회사의 존망을 가름한다는 절박감이 구성원들 사이에 팽배하다. 지금 레인콤을 움직이는 엔진은 바로 ‘절박함’이다.
레인콤의 딕플 전자사전은 샤프전자 등 기존 경쟁모델의 디자인과 성능을 압도한다. 올해 최고 효자 상품인 ‘클릭스’ 역시 세계 최초의 디클릭 디자인으로 국내는 물론, 세계 시장서도 잃었던 명성을 되찾고 있다는 평이다. 특히 올여름 휴가철을 맞아 출시 예정인 내비게이션에는 국내외 시선이 집중돼 있다. 자신만의 색깔있는 디자인과 전자지도(맵)로 승부를 걸겠다는 레인콤의 의지가 이미 시장을 움직이고 있다.
레인콤은 국내 디지털휴대기기 업계의 맏형이다. 종가다. 무엇보다 대한민국 벤처 신화의 대표 아이콘이다. 따라서 레인콤의 이 같은 부활 조짐은 침체된 국내 IT산업의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진다.
류경동기자·퍼스널팀@전자신문, nina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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