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포털과 무선인터넷 등 통신·방송 융합형 콘텐츠에 대한 심의체계가 중구난방이어서 청소년 보호는 물론이고 산업 활성화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부상한 TV포털 등 신규 매체에 대해서는 명확한 심의체계가 갖춰지지 않은 반면에 휴대폰 기반 무선인터넷 매체에 대해서는 이중 삼중의 규제가 관행화돼 있다.
실제로 TV포털 사업자가 제공하는 주문형비디오(VoD)의 경우 부가통신서비스인지 방송서비스인지 명확하게 정의되지 않은데다 심의 관할기구도 없어 중구난방식 심의 기준이 적용되거나 아예 심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KT와 하나로텔레콤은 ‘메가패스TV’ ‘하나TV’ 등에서 방송사나 영화사 등에서 원래 부여받은 등급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한 포털 내에서도 콘텐츠에 따라 방송사 등급, 영상물등급위원회 등급,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기준 등이 혼재돼 청소년 보호 대책을 마련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전상진 하나로텔레콤 전무는 “‘하나TV’에서 제공하는 VoD 콘텐츠는 지상파·케이블·영화관 등에서 이미 방영·상영됐던 것들”이라며 “이미 심의를 마쳤기 때문에 따로 심의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TV포털용으로 심의를 별도로 받을 경우 오히려 중복심의 논란이 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에 무선인터넷(모바일) 콘텐츠는 사전 심의에만 무선콘텐츠자율심의위원회, 이동통신 사업자 자체 심의기구, 영상물등급위원회 등이 난립해 있어 콘텐츠 사업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이동통신 3사가 개방한 무선인터넷망을 이용하는 사업자들은 이중 삼중으로 심의를 받는 데 비해 막상 이동통신 사업자들은 내부 심의라는 명분 아래 외부 심의를 생략하고 있어 심의 형평성 문제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매체 융합 환경에 대비한 콘텐츠 심의체계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통·방 융합과 콘텐츠의 디지털화에 따른, 이른바 ‘원소스멀티유스’ 추세 등에 맞춰 각종 심의기구(기관)를 통합하거나 일원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보통신윤리위의 정경오 심의실장은 “TV포털은 통신과 방송의 접점에 있는 융합형 서비스여서 정통부나 방송위 등 어느 기관이 관장할지가 우선 결정돼야 제대로 심의될 수 있다”며 “현실적인 통·방 융합 논의가 필요한 것도 이런 문제들을 종합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용준 전북대 교수는 “우리나라의 프로그램 및 콘텐츠 심의시스템은 여전히 매체별로 나뉘어 법적·제도적 사각지대를 양산하고 있다”며 “매체 환경의 변화에 따른 콘텐츠 내용규제의 효율성 및 사업자 편리성을 고려해 심의기구들을 통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선진국 사례처럼 자율심의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현대원 서강대 교수는 “미디어 플랫폼이 다원화되고 있어 정부나 사업 영역에서 모든 심의를 관장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어렵다”며 “미국과 영국 등 자율심의 모델이 활성화돼 있는 선진국 모델을 참고해 우리나라에도 자율심의가 도입돼 정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건호기자@전자신문, wingh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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