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성 과학기술인들이 두각을 드러내고는 있지만 여전히 중요한 자리는 남성들의 몫이다. 대덕연구개발특구 출연연 20곳의 여성 보직자 비율은 5%를 밑돈다.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다. 사회 구조가 그렇게 훈련하고 가르쳐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야 할 일을 스스로 만들어 위상을 다져가는 여성 연구원들이 과거에 비해 많이 늘고 있다.
4월 과학의 달을 맞아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한국 과학기술 정보 유통의 ‘수문장’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여성 과학기술인 3인방’인 김석영 선임연구부장(59)과 최희윤 지식정보센터장(49), 한선화 정보기술개발단장(48)을 만나 과학기술자로서, 여성으로서 그들의 일에 대한 열정과 신념에 대해 들어봤다.
◇남보다 2배, 3배 더 열심히=이들 3인의 공통점은 주위에서 ‘독하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는 것이다. 남들보다 ‘못하다’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 이를 악물고 일하기 때문이다. 2배, 3배는 족히 더 많이 일을 하고 처리한다.
‘왕언니’로 불리는 김석영 부장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한 번에 여러 가지 일을 처리하는 멀티 태스킹 측면에서 남성보다 여성이 더 적합하다고 본다”며 “정보를 모아 조직화하고, 나눠 이용자가 쉽게 정보를 찾아 볼 수 있도록 하는 일이야말로 과기정보 3인방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섬세하면서도 자신의 할 말은 다 하는 한 단장은 “남성들보다 언제나 2배 이상 노력해 왔고, 2번 이상의 기회는 없다는 신념을 갖고 살아왔다”며 “한양공대 시절부터 그렇게 생활해 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주장이 뚜렷한 최 부장도 “남성보다 부족하다는 말을 듣기는 정말 싫다”며 “과거 포스코 경영연구소에서 11년간 일하며 얻은 시스템 자료나 경영정보시스템(MIS) 총괄 경험 등을 정부기관에 풀어줄 수 있는 것 자체가 행운”이라고 덧붙였다.
◇3인방 리더십 어디서 나오나=김 부장 밑에 딸린 식구는 모두 200여명이다. 최 센터장이 80여명, 한 단장이 30여명이다.
김 부장의 경우 특히 200여명을 상대하다 보니 주위로부터 ‘욕’을 먹는 일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결코 그렇지 않다. 규모 있는 기관인데도 잡음 없이 많은 사람이 존경하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김 부장은 업무처리가 칼로 자른 것 같이 치밀하고 ‘쿨’한 관리로 유명하다”는 한 단장은 “상대방에 대한 장단점을 지적하고도 뒷담화를 안 듣는 사람 중 한 명”이라며 존경심을 나타냈다.
최 센터장은 지난 84년 워드 대신 타자기를 쓰던 시절 전산화가 되지 않은 국내 도서관 카드 목록을 처음 없앤 주역이다. 옳다고 생각하면 가차없이 밀어붙이는 성격이다.
한민족과학기술자네트워크(KOSEN)를 운영하고 있는 한 단장은 “전 세계 한인 과학자로 구성된 회원이 4만7000명”이라며 “야동없이 그렇다는 것은 놀라운 일 아니냐”고 너스레를 떤다. 그런 여유가 직원 30명을 꼼짝 못하게 하는 비결이다.
◇차세대 과기정보 유통은 “내가”=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은 우리나라 과학기술 정보 DB만 7900만건을 보유한 ‘과학기술 보고’다. 연간 이용 회원도 36만명에 이르고 있고, 지난해 이용자들이 DB를 검색한 페이지 뷰가 4847만건이나 된다.
이들 3인방이 KISTI의 ‘정보 서비스 2.0’을 선언하고 업그레이드를 추진 중이다.
김 부장의 역할은 KISTI가 수집한 방대한 데이터를 관리하고 검색 기술 등을 개발하는 한국과학기술 정보유통의 총괄 사령관 역이다. 김 부장은 KISTI의 국가과학기술 정보유통 체제 구축 및 첨단 정보분석 분야의 국가 전략기술 정보분석지원체계 확립 등 과학기술정보인프라 구축 총괄업무를 맡고 있다.
최 센터장은 ‘국가 과학기술 u라이브러리 체제 구축에 매진하고 있다. 국내외 연구개발 정보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배포하는 일에서부터 연구개발에 필요한 과학기술정보를 책상 위의 PC뿐만 아니라 다양한 네트워크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쉽고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는 국가 차원의 과학기술도서관을 구축 중이다.
또 한선화 단장은 ‘차세대 정보유통체제 개발 연구’ 과제를 통해 국가 과학기술 지식정보의 생성·관리·검색·서비스 업무를 원스톱으로 처리할 시맨틱 인프라 등 차세대 정보유통 기술 개발에 관해 연구하고 있다.
대전=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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