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1세대 보안기업을 위하여

 “난파선이긴 하지만 제일 큰 난파선입니다.”

 지난 90년대 말 10평도 안 되는 좁은 사무실에서 야전 침대를 놓고 정보보호 1세대 기업을 창업했던 한 사장이 현재 기업의 상태를 이렇게 표현했다.

 이 회사는 한때 모든 기업이 부러워할 만큼의 투자도 이끌어냈고 코스닥에 등록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하지만 예측했던 것보다 시장은 열리지 않았고 200개가 넘는 기업이 우후죽순 늘어나 난립하면서 시장 상황은 악화됐다.

 그런 상황에서 기업을 유지해왔는데도 ‘난파선’이라는 표현이 나왔다. 부도 위기도 넘겼고 이제는 시장도 많이 정리됐다며 앞으로 2년 안에 승부수를 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물론 2년 안에 제대로 되지 않으면 그때는 그만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지만 그의 얼굴에 해보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이 기업과 함께 정보보호 시장을 이끌어왔던 1세대 정보보호 기업들이 몇 년 새 코스닥에서 퇴출당하거나 사라졌다. 이제는 버티고 있다는 자체만으로 이 바닥에서 성공했다고 말할 정도다. 이렇게 기업들이 줄줄이 없어지면서 정보보호 기업들의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개발자를 비롯해 많은 인력이 보안업계를 줄줄이 떠났다.

 최근 다행스럽게도 1세대 기업들이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LCD 장비업체와 합병한 소프트포럼을 비롯해 비상장 기업으로 돌아온 퓨쳐시스템 등 이 업계를 대표했던 기업들이 수년 만에 신제품을 내놓으며 재도약을 선언했다. 시큐어소프트에서 유니포인트로 다시 안철수연구소로 합병된 네트워크 보안 원년 멤버들도 신제품 개발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물론 수년간 쌓아온 신뢰를 잃어버린 기업들이 다시 고객들에게 인정받는 길은 멀고도 험할 것이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재도약을 선택한 이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어찌 생각하면 이 기업들이 마지막 승부수를 띄운 것일지도 모른다. 앞으로 2년만 더 해보겠다는 한 사장의 말처럼 마지막 열정을 쏟아붓는 시점일 수도 있다. 아픈 경험과 실패를 겪어본 1세대 정보보호 기업들이 실패를 거울 삼아 재도약에 성공하길 기대한다.

  김인순기자·솔루션팀@전자신문, in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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