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포럼]보증료에 관한 진실

Photo Image

보증제도는 일반적으로 대출자와 차입자 간의 정보 비대칭 문제를 해소해 기업의 자금조달을 원활히 하고 차입비용을 줄이며 채권자의 대출리스크 부담을 줄여 자금중개를 촉진하는 긍정적 역할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증기관으로서는 잠재적 비용을 부담하게 돼 과도한 보증 책임을 이행하게 되는 경우 이 비용이 현실화됨으로써 경영위기를 초래하기도 한다. 보증료 인상의 논리적 출발점은 바로 여기에서 시작된다. 물론 정부의 재정 부담을 줄이려는 측면도 없지는 않으나 더 근본적인 이유는 수익자 부담의 원칙에서 시장원리를 현실화하는 측면이 더 강한 것이다.

 보증료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이를테면 A기업이 B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는 방법으로, 순수 신용대출을 받는 방법과 기술보증기금으로부터 보증을 받아 차입하는 방법 두 가지 경우를 가정해보자. 두 가지 경우 어디나 실효적 차입비용이 같아야 한다는 점을 전제로 할 때 보증료는 다음과 같은 간단한 예에서 산출할 수 있다. A기업이 첫째 방식을 택할 경우 첫째 방식이 둘째 방식에 비해 대출리스크가 크므로 10%의 대출이자율을 부담하고 차입할 수 있다고 가정하고, 둘째 방식은 무리스크 대출이므로 7%의 대출이자율을 부담하고 차입할 수도 있다고 가정하자. 이 경우 어느 방법이건 A기업으로서는 실효적 차입비용이 같아야 할 것이므로 첫째 방법과 둘째 방법의 대출이자율 차이 3%가 바로 이론적인 보증값(보증료)이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A기업은 B은행에 10%의 대출이자율을 내고 순수 신용대출을 받거나 아니면 3%의 보증료를 내고 보증서를 발급받아 7%의 대출이자율을 지급하고 보증서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비록 위의 예가 실제 시장상황에 딱 들어맞지 않을 수도 있겠으나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의 보증료는 시장원리에 맞는 보증료 체계라고는 할 수 없다. 위에 든 예에서 A기업이 1.5%의 보증료를 지급했다고 치면 1.5%포인트만큼 보증료를 적게 내고 있다고 할 수 있으며, 정책적 판단 여하에 따라서는 적게 내는 부분에 대한 보증값을 추가로 받는 방법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1979년 미국 크라이슬러사가 파산 위기에 직면해 정부의 지원을 요청했을 때 미국 정부는 정부가 지급보증을 제공하는 대가로 보증수수료 1%와 그것을 초과하는 지급보증의 대가를 신주인수권으로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기술보증기금과 같은 기관의 보증은 공공재로 인식, 보증료는 보증의 시장값에 비해 당연히 낮아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기업부담의 증가에도 보증기관의 보증료를 이론적 보증값만큼 받아야 한다는 데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다면 현행 보증료율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보증시점에 당장 기업부담이 없는 신주인수권을 받는 방법을 강구해 보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현재 이를 위한 법적 토대는 마련돼 있는데 상법 제418조 제2항에 의거하면 신기술 도입과 재무구조 개선 등 회사의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이를 정관에 명시한다면 주주 이외 자에게도 신주인수권을 부여할 수 있으므로 보증기관의 보증을 받아 차입하는 경우 이의 적용이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 중소기업은 최근 중국 등 후발경쟁국의 추격 및 달러화 약세로 인한 채산성 악화 등으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어 이번 보증료 인상은 일정 부분 기업경영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인상폭은 크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현재 기술보증기금은 어려운 중소기업의 현실을 감안해 벤처·이노비즈기업, 기술평가보증기업 및 우수기술기업 등에 대해서는 보증료 감면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론적 배경을 떠나 보증료를 인상하게 돼 무거운 마음을 금할 수 없으나 기술보증기금이 마련한 다양한 감면제도를 활용해 기업부담을 최소화하길 권하고 싶다. 내가 몸담고 있는 기술보증기금도 어려움에 놓인 기술혁신형 중소기업 지원에 최선을 다할 것을 새삼 다짐해 본다.

◆정선길 기술보증기금 전무 skchung50@kibo.or.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