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반도체와 비빔밥

 한국에는 세계인이 열광하는 음식이 몇 가지 있다. 김치가 대표적이지만 비빔밥도 그에 못지않은 명성을 얻고 있다. 더욱이 비빔밥은 다양한 재료를 선택적으로 넣어 ‘창조적 퓨전’을 이룰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의 문화를 반영한 대표적인 고객친화적 음식으로 평가된다.

 한국 전자업계의 대표적인 상품은 메모리다. 하지만 퓨전반도체도 그에 못지않은 명성을 얻으면서 세계를 주도하고 있다. 더욱이 퓨전반도체는 다양한 메모리 제품과 비메모리(시스템반도체)·로직제품을 필요에 따라 결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세계 전자·IT를 반영한 대표적인 고객친화적 반도체로 평가된다.

 원낸드·원디램이라는 퓨전메모리 1·2호를 발표했던 삼성전자가 이번에는 SLC와 MLC를 하나의 칩에 구현해 사용자들(모바일세트업체)이 입맛(데이터 전송속도 또는 용량)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플렉스-원낸드’를 개발했다. 플렉스-원낸드는 제품 활용의 결정권을 고객에게 일임하고 있기 때문에 대표적인 고객친화적 상품인 셈이다.

 비빔밥은 신선한 재료(다양한 반도체 제품)와 고추장 양념(이를 아우르는 소프트웨어적 기술·개념)이 생명이다. 소문난 비빔밥집은 끊임없이 새로운 재료와 독특한 고추장 양념을 섞어가며 더 맛있는 비빔밥을 창조해 낸다. 또 식생활이 다른 외국인의 입맛을 고려해 그들 문화에 맞는 비빔밥도 제공한다.

 삼성전자가 퓨전반도체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배경도 이와 다르지 않다. 삼성전자는 모바일용 반도체에 관한 한 거의 모든 제품을 확보하고 있는 종합 솔루션 기업이다. 더욱이 커스터머 또한 전 세계의 이름 있는 IT기업은 모두 끌어안고 있기 때문에 어느 누구보다도 고객의 입맛에 맞는, 고객이 원하는 ‘고추장 양념’을 잘 파악하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는 소문난 ‘비빔밥 명가’처럼 끊임없이 새로운 개념의 퓨전반도체 개발을 시도하고 있다. 더욱이 이번에 개발한 플렉스-원낸드는 고객이 자신들이 필요한 만큼만 ‘고추장 양념’을 넣을 수 있는 고객친화적 개념이어서 완성된 반도체 기능을 컨트롤까지 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반도체 칩이 집적된다면 전 세계 65억명을 삼성전자 반도체의 컨슈머로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황창규 사장의 설명에는 고객맞춤형 제품을 통해 시장을 개척해 나가는 삼성전자의 의지가 담겨 있다.

심규호기자·디지털산업팀@전자신문, khs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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