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화사한 봄입니다. 꽃샘추위가 봄을 시샘해도 그 뜻까지 앗을 수야 없습니다. 게임업계도 비슷합니다. ‘바다이야기’에 덴 채 한 해를 보낸 게임업계. 꽃샘추위가 기승부리던 지난 15일 마포 한빛소프트에서 게임협회 이사회가 열렸습니다. 지난 2005년 이래 왕성하게 활동해 온 김영만 현 게임협회장이 많은 사람의 추대에도 불구하고 이미 연임 고사의 뜻을 밝힌 데 이어 열린 것입니다. 이날 저녁 모임에서 권준모 넥슨 사장이 게임협회장에 추대됐습니다. 축하와 함께 새 회장에게 몇 가지 현안에 대한 부탁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게임협회의 현 위상에서 출발해 봐야겠지요? 게임협회는 2004년 출범하면서 김범수 NHN 대표가 업계의 중지 속에 초대회장을 맡았고 출범 당시 4조∼5조원 규모였던 게임산업의 존재를 알린 것만으로도 지난 3년간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게임에 대한 인식은 확대됐고 시장규모는 커졌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바다이야기 사건이 터졌고 갈 길 바쁜 게임업계는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습니다. 게임업계는 곤궁해져 있습니다. 게임협회장의 새로운 협회 운영 구상도 여기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이왕 새 체제인만큼 협회는 산업계의 고민을 발전적으로 풀어가길 기대합니다.
무엇보다도 바다이야기로 덤터기를 쓴 온라인게임 업계의 실추된 이미지를 원상 복구해야 합니다. 올해 국내 게임업계의 매출은 9조∼10조원. 그럼에도 게임업계의 산업기여도에 대한 일반의 인지도는 여전히 낮습니다. 이미지 산업이기도 한 게임업계에 치명적입니다. 다행히 신임 권 회장이 몸담고 있는 기업의 이미지와 실적 등은 국민과 상당히 가까이 있습니다. 새 회장은 이를 바탕으로 게임업계의 바다이야기 상처를 치유하는 수장역할에 일조하리라 기대합니다. 얼마 전 저녁 자리에서 한 게임업계 관계자도 그런 희망을 숨기지 않더군요. 덧붙여 노파심같지만 일부 불법 아이템거래 중개업체와의 관계와 위상정립도 신경쓸 부분이라 봅니다.
둘째로 게임산업계의 체질 개선에 일조했다는 보고서를 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어느새 국내 게임업체는 1000개, 전국 각 대학의 게임학과는 120개에 이릅니다. 선발업체는 IT산업의 맏형 노릇을 하며 산업을 견인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심각한 양극화현상을 보이는 것도 현실입니다. 정부의 역할도 역할이지만 협회도 나름의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이지요. 머리만 큰 신체를 가지는 산업의 모습은 부자연스럽습니다. 그동안 협회가 이 부분에 상대적으로 신경을 못 쓴 것도 사실입니다.
쉽지 않겠지요. 하지만 신임 권 회장은 대학교수 시절 게임동아리 회원들과 모바일게임 업체를 설립해 봤습니다. 또 모바일 액션 RPG로 대박도 터뜨려 본 경험도 있습니다. 후발업체의 의견 수렴과 문제해결에 충분히 도움을 줄 수 있으리라 봅니다.
마지막으로 게임업계의 국제화와 관련한 숙제가 있습니다. 다행히 권 회장은 충분한 역량을 가진 분으로 알고 있습니다. 해외유학파라는 경험을 살려 한국게임을 국제게임산업계의 전면에 부각시키는 역할을 해 주기를 바랍니다. 특히 우리나라가 주최하는 WCG 행사나, G스타 전시회에 일조할 부분도 있을 것입니다. 어느새 게임업계는 미국·일본·중국 등지에 잇따라 진출하고 있고 수출규모도 제법 번듯해졌습니다. 지난해 수출만도 문화 부문 전체의 75%가 넘는 6억달러를 벌어들였지요. 협회장직 수행과 회사의 경영 간 균형을 잡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새 출발을 하는 새 회장에게 모쪼록 세 마리 토끼를 잡아주기 바라는 업계의 염원을 실어 봅니다. 게임협회의 새 출발과 함께 게임산업 전환의 물꼬를 터주기 바랍니다. 이재구 콘텐츠팀장@전자신문, jk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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