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담은 넉넉한 그릇이 되겠습니다.”
하이닉스반도체에 근무하는 전병윤씨, 밤샘 근무를 마치고 난 후라 피곤하기도 할텐데 성화원을 찾아가는 길은 마냥 즐겁기만 하다. 청주지역에 위치한 복지시설 성화원은 하이닉스반도체 봉사동아리 다솜바리 사람들에게는 또 하나의 가족이다.
“4조3교대 근무자들이 대부분이라, 휴무일이 아닌 분들도 많아요. 그래도 식구들 만난다는 생각으로 기분 좋게 움직이는 편이죠.”
2006년 사내 최고동아리로 선정된 하이닉스 청주사업장 봉사동아리 다솜바리는 ‘사랑을 담는 그릇’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봉사를 나온 임직원들이나, 복지시설에 계신 분이나 서먹한 첫 만남이 가장 고비. 하지만, 한번만 더 찾아와도 이내 먼 친척처럼 반겨 주시는 분들 덕분에 큰 어려움은 없다. 어르신들 목욕시켜 드리고 청소해 드리는 단순한 일이 전부라며 얼굴이 빨개지지만, 이렇게 편안한 걸음으로 어르신들을 찾아온지도 어느덧 2년이 넘었다. 이들의 봉사 활동비는 직원들의 월급에서 나오는 푼돈에서 시작된다.
“하이닉스의 많은 직원들이 월급에서 나오는 1000원 이하의 돈을 저희에게 맡겨 주셨어요. 작아 보일지 모르지만, 필요한 곳에 정말 요긴하게 사용하고 있답니다.”
회원들은 이렇게 모아진 돈으로 수백 포기 김장을 가지고 이웃을 찾아가기도 하고, 상급학교로 진학하는 영세가정 학생들에게 말끔한 교복을 선물하기도 한다. 물론 몸이 먼저 나가는 열혈청춘들도 많다. 수해가 나면 삽을 들고 달려가고, 난장판이 된 소녀가장의 집에는 빗자루를 가지고 출동해 ‘러브하우스’를 만들어 놓는다.
다솜바리에서 맏언니 노릇을 하는 설미현씨는 “불쌍하게 생각하고, 눈물만 뚝뚝 흘리는 일은 없다”라며 야무지게 대답한다. 매달 찾아가고 있는 중학생 도경이는 최근 다솜바리 언니들에게 살림을 배우며 혼나는 경우도 많다. 시각 장애인인 아버지랑 단둘이 산다고 해도, 제대로 키우고 싶은 것이 회원들의 마음이었다.
“4조3교대 근무자들 중에는 어려운 형편에 상경해서, 직장 잡은 친구들이 많거든요. 동생이라 생각하고 일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은 거죠”라며 회원들은 환하게 웃었다.
다솜바리의 홈페이지에는 다운증후군을 가지고 있는 35살의 영미누나와 허물없이 뒹굴며 놀아주는 밝은 사진들이 올라와 있다. 이들은 인생을 뒤바꾸는 엄청난 기부가 아니라도 상관없는 것 같았다. 그늘진 곳에 있는 사람들의 걸음을 한 발자국씩 양지로 옮기며, 그들과 함께 사는 법을 편안하게 배우고 있는 중이다.
문보경기자@전자신문, okm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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