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구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교수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지난 9일 “삼성뿐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가 정신 차리지 않으면 5∼6년 뒤 아주 혼란스러워질 것”이라고 우려 섞인 이야기를 했다. 지난 1월 “중국은 급속히 쫓아오고 일본은 더욱 앞서가고 있는바 우리나라는 샌드위치가 되고 있다”는 소회를 밝힌 바 있어서 우리나라 앞날을 고민하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우리나라의 성장동력인 반도체, 휴대전화, 디스플레이, 자동차 등 수출 주력상품의 경쟁력이 예전같지 못한 이유 중 하나는 중국의 기술발전에 따른 급격한 추격과 기술력의 깊이와 폭이 탁월한 일본 등 선진국과의 기술격차가 좁혀지지 못하고 오히려 늘어가고 있는 것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기술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게 된다.
나노기술은 물질을 나노미터 크기의 범주에서 조작·분석하고 이를 제어함으로써 새롭거나 개선된 물리적, 화학적, 생물학적 소재·소자 또는 시스템을 창출하는 기술로 새로운 기술혁명을 주도할 핵심기술로 부상되고 있어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 일본, 독일, 선진국은 물론 중국, 대만 등에서도 국가전략과제로 선정해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지난 2월 일본 도쿄에서 개최된 ‘제6회 일본 나노텍 2007’을 참관하면서 이건희 회장의 ‘앞서가는 일본’이라는 말이 피부로 와닿고 있었다. 나흘간 개최된 ‘일본 나노텍’은 484개 회사가 참가하고, 820개의 부스가 전시되었으며, 참석인원이 4만8565명에 달했다. ‘일본 나노텍’이 세계 최대 규모의 나노 기술 전시회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일본회사는 물론 일본의 기술력과 경제력을 의식한 미국, 영국, 독일, 스위스 등 선진국은 물론 한국회사들도 참여했다.
특히 일본의 정부출연연구기관과 대학의 적극적인 참여와 나노기술의 상품화 노력이 높게 평가되고 있었다. 나노기술의 응용이 전 산업에 걸쳐 확대되고 있으며 나노소재, IT·전자, 나노바이오, 환경·에너지, 측정분석· MEMS, 나노공정 기술을 이용해 다양한 첨단 제품이 상용화 기반을 구축하고 있었다.
우리 정부도 지난 2001년도부터 ‘나노기술종합발전계획’을 수립하고 2015년까지 ‘나노기술 선진 3국’ 진입을 목표로 많은 투자를 하고 있으나 미국, 일본, 영국, 독일 등 선진국도 집중적으로 나노기술을 육성하고 있어 격차가 쉽게 줄어들지 않고 있다.
치열한 국제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국가나노기술 투자의 효율성 확보가 시급하다. 국민의 세금으로 개발된 기술들이 사장되지 않고 활용될 수 있도록 기획 단계부터 수요자 중심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소위 ‘지방이냐 수도권이냐’ 하는 국내적 사고를 탈피하고 가장 우수한 인력을 활용해 국제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기술개발전략과 사고의 전환이 시급하다.
mkh@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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