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기획-디지털 음악]온라인 음악계 이슈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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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 음악을 둘러싼 고민은 ‘현재진행형’이다.

2000년 소리바다의 등장과 함께 기존 음악 시장의 구조가 허물어진 후, 디지털 음악 시장의 바람직한 발전 방향을 놓고 끊임없는 논쟁이 계속돼 왔으나 아직 뚜렷한 결말은 나지 않은 상황이다.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방안과 파이를 ‘나누는’ 방안이 구분되지 않은 채 복잡하게 얽혀있는 이해당사자들이 제각각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에서 파괴력 있는 디지털 음악의 비즈니스 모델을 찾기가 그만큼 힘들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그러나 애플의 아이튠스에서 볼 수 있듯 디지털 음악의 가능성은 무한하다. P2P, 디지털저작권관리(DRM) 등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서도 음악 업계는 매장음악, UCC 활용, 새 저장매체 개발 등 끊임없이 새로운 수익 모델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DRM은 시장 성장 걸림돌?=지난달 국내외 디지털 음악계에 폭탄이 떨어졌다. 메이저 음반사들의 마지노선인 DRM에 대한 무용론이 국내외에서 잇따라 터져나온 것. 온라인 음악 서비스 업체 벅스가 DRM 해제와 월 정액제 방식의 무제한 다운로드 서비스를 선언해 음반사들의 반발을 산 데 이어 공교롭게도 바로 이튿날 애플 CEO 스티브 잡스가 모든 음악 파일에 대한 DRM을 해제할 것을 주장하는 글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벅스와 잡스는 모두 소비자 불편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DRM 때문에 정당하게 구매한 음악을 다른 기기에서 듣지 못하는 등 제약을 받기 때문. 이런 제약은 디지털 음악 시장의 위축으로 이어진다는 주장이다.

반면에 음원 권리자들은 DRM이 저작권을 보호해 시장의 장기적 성장을 가져올 안전판이라는 주장이다. 또 DRM은 단순한 음악 전송뿐 아니라 디지털 콘텐츠 전반에 걸쳐 다양한 수익 모델을 만들 수 있는 시작점이라는 시각이다.

◇새 저장매체, 매장음악=업종·매장 분위기·날씨 등에 따라 음악을 골라 틀어주는 매장음악 서비스도 합법 음원의 새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6월에 개정 저작권법이 발효되면 P2P사이트나 개인음악사이트에서 노래를 다운로드 받아 매장에 틀어주던 관행은 형사처벌의 대상이 된다. 이에 따라 편의점·프랜차이즈 매장 등을 중심으로 매장음악 서비스 시장은 점점 확대되는 추세다

MP3플레이어 같은 음악 기기에 가수의 앨범을 담아 CD처럼 음반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디지털 디스크(DD)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지맥스가 개발하고 세도나미디어가 판매하는 디지털디스크 음반은 발매 8개월 만에 10만장 이상 팔리고 일본에도 진출하게 됐다. 한국액센도 디지털디스크 발매를 준비 중이다. 복제가 불가능해 저작권을 보호할 수 있고 오디오북·영어학습기 등으로도 응용 가능하다.

◇기기와 서비스 연계=애플의 아이튠스처럼 음악을 듣는 기기와 온라인 음악 서비스를 직접 연계해 가치를 창출하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레인콤과 온라인 음악사이트 ‘쥬크온’을 운영하는 아인스디지탈이 오픈한 ‘아이리버’ 사용자 전용 사이트 ‘플러스3’가 대표적 예. 음악서비스 업체와 MP3P 업체가 서비스 초기부터 손을 잡고 기획한 온라인 음악 서비스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삼성전자는 음악과 사진, 동영상 등을 휴대폰·MP3P·디지털카메라 등 자사 휴대형 기기와 연동한 SMS를 선보였다. 이동통신사들의 서비스도 이런 범주에 넣을 수 있다. 그러나 직관적이고 사용하기 편리한 인터페이스를 제시하지 못하는 한 사용자 불편만 가중시킨다는 지적도 있다.

한세희기자@전자신문, hahn@

◆기고: 디지털 음악과 저작권법

-서재권 저작권심의위원회 정책연구원

디지털 음악시장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지만 권리자와 이용자간 갈등은 여전하다. 뚜렷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저작권법의 역할이 더욱 강조된다.

세계적으로 앞선 정보통신 인프라를 기반으로 한 우리나라에서 디지털 음악이 음반시장을 대체할 것은 이미 예상된 일이었다. 벨소리, 통화연결음 이후에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하지 않으면서 현재의 시장 크기에는 변동이 없어 보이지만 디지털 음악시장이 점차 영역을 넓히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디지털 음악이 등장했던 초기에는 오프라인 음반시장의 위축을 우려한 음반제작사들이 저작권을 강력히 주장하면서 무료 디지털음악 서비스업체와 갈등을 빚어냈다. 이후 MP3폰의 등장으로 휴대전화 제조업체와 이동통신업체들로까지 저작권분쟁이 확산되어 그 갈등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권리자와 이용자간 갈등이 지속되는 가운데서도 디지털 음악시장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이유는 최종소비자들의 소비패턴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10대 청소년과 20대 젊은층들은 벨소리, 통화연결음, 미니홈페이지를 자기표현의 도구로 삼음으로써 디지털 음악을 구입해서 사용하고 있다. 불법다운로드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과거에 비해 소스가 적고, 불법다운로드 받은 파일을 변환하는 불편함을 거치느니 음악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겠다는 분위기다.

한편, 저작권에 대한 인식의 확산도 디지털 음악시장의 성장에 한 몫 했다. 특히 음악저작권 관련 법원의 판결은 디지털 음악 서비스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인식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 문화의 시류와 저작권 정책이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배경을 되새겨 보면, 디지털 음악이 주류를 이루게 됨으로써 저작권의 중요성이 자연스레 부각되게 된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한 이동통신업체의 폐쇄형 DRM정책에 대해 불공정판결을 내린 것도 권리자와 이용자간 권리 균형을 염두한 것으로 보인다.

본질적으로는 ‘컨텐츠의 질’이 디지털 음악시장을 키워가는 핵심요소이지만, 권리자와 이용자간 갈등을 제거하고 음악시장의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저작권법의 역할이 더욱 강조되는 시점이다.

이수운기자@전자신문, pero@

◆이지맥스, DD 미뎀에서도 호평

한국의 디지털 음악 기술은 올초 세계적인 보사노바 가수 리사 오노까지 매료시키는 매력을 과시한 바 있다.

‘미뎀(MIDEM) 2007’ 행사기간 중인 지난 1월 25일. 남 프랑스도시 칸느에서 열린 이날 행사에서는 기존의 CD를 디지털디스크(DD)로 제작하는 행사가 열렸다. 여기에 참여한 우리나라의 이지맥스(대표 이영만)가 200여 행사 참가업체에게 샘플 DD를 제작하는 행사가 펼친 것.

이지맥스는 이 행사에서 세계적인 보사노바 가수 리사 오노, 하우스 가수 레이첼 케인 등 유명 가수들의 방문을 받고 이들에게 홍보용 CD를 현장에서 DD로 제작하는 과정을 보여주어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영만 이지맥스 대표는 “특히 리사 오노는 DD로 만들어진 자신의 홍보 앨범을 받고 굉장히 신기해하면서 좋아했다”고 전했다.

작년에 이어 올해 2번째로 미뎀에 참석한 이지맥스는 현장에서 호주·터키·자메이카·브라질·독일 등 각국에서 구체적인 계약 제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맥스의 DD는 일본저작권협회(JASRAC)와 일본레코드협회(RIAJ)의 인증을 받았으며 DRM을 장착한 제품을 이달 중 출시한다.

  이수운기자@전자신문, pero@

◆해외 동향

 해외에서도 디지털 음악 시장이 급증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된 비즈니스 모델, 디지털 저작관리(DRM) 이슈 등이 주된 쟁점의 대상이다.

지난달 25일 막을 내린 세계 최대의 음악 전시회 ‘미뎀(MIDEM) 2007’에서도 주된 화두는 디지털 음악이었다. 미뎀 측은 ‘미뎀넷(MIDEM NET)’이라는 콘퍼런스를 공식 행사에 포함해 디지털 음악에 대한 이슈를 집중 조명했다. 행사 개최 바로 전날인 20일과 21일 이틀에 걸쳐 소니·EMI·MS·MTV 등의 디지털 미디어 관련 담당자들이 참석해 ‘디지털 저작권’ ‘음악 2.0’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해 논의했다.

주로 오프라인 음반사와 제작자 가수들을 연계하는 장이었던 미뎀에서 디지털이 중요한 이슈로 떠오른 것은 전 세계적으로 음악 시장의 흐름이 디지털로 이동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예다. 실제 한국관의 경우도 음반 중심의 실적보다 디지털 및 솔루션 관련 수출 실적이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디지털 음악 시장이 커지면서 그에 못지않게 불법 시장도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으며 각국에서는 이와 관련된 법·제도 정비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일본은 지난 1월 일본레코드협회 등 음악 관련 6단체와 NTT도코모 등 휴대폰 캐리어 3개사가 만나 휴대폰용 불법 음악다운로드 방지를 위한 대책을 논의했다.

현재 일본에서는 휴대폰용 음악을 불법 다운로드할 수 있는 사이트가 수만 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 레코드 협회 등은 휴대폰으로 불법 다운로드한 음악을 전송할 수 없는 기술적 조치를 촉구하고 있으며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저작권의 중요성을 알리는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음원의 불법적인 유통을 차단하기 위한 DRM과 관련된 이슈도 논쟁의 중심에 있다. 미뎀 등에서 DRM의 효용성에 대한 논란은 있어왔지만 폐쇄적인 DRM 정책을 펼쳐온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DRM 무용론을 주장하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은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여기에 EMI가 DRM이 탑재돼 있지 않은 음원을 시장에 내놓으면서 DRM이 디지털 음악 시장 활성화를 위한 데 반드시 필요한 요소인지에 대한 논의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7월 인수합병(M&A)을 추진하려다 무산된 미국의 워너뮤직과 영국에 본사를 둔 EMI의 M&A 재추진도 세계 음악산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음반 판매 부진으로 예전만한 실적을 내지 못하는 상태고, 각국의 규제당국이 이번 인수를 승인할지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이수운기자@전자신문, p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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