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강국’은 정작 국내 모바일 솔루션업체들에는 ‘그림의 떡’이고 다국적 업체에는 ‘잔칫상’이 되고 있다.
최근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3위와 5위를 차지한 삼성전자·LG전자 덕분에 다국적 모바일 솔루션업체들의 매출은 급증하고 있으나 국내 모바일 솔루션업체들은 국내 제조업체의 수출증가에 따른 과실을 공유하지 못한 채 SW 관련 달러 유출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다국적 솔루션업체들은 본사 차원에서 휴대폰을 소싱하는 해외 이동통신사업자들과 직접 솔루션 사용 계약을 하고 한국에서 손쉽게 과실을 거둬들이는 반면에 국내 솔루션업체들은 이러한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지사 특별관리=한국에 지사를 두고 있는 다국적 모바일솔루션 업체는 오픈웨이브·텔레카·엑세스·이노패스·비트폰·어도비 등 10여개. 이들은 정작 내수 시장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 외산 솔루션은 주로 해외 수출 단말기에 탑재되는 탓이다. 내수 공급물량은 국내 업체에 밀려 별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지만 해외에 수출되는 휴대폰은 전체 탑재 솔루션의 80∼90%를 외산으로 채우고 있다.
외국계 솔루션사가 정확한 매출액 공개를 꺼리고 있지만 지난해 우리나라 휴대폰 수출액이 총 252억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한국지사의 매출액은 상당한 수준이다. 평균적으로 솔루션(운용체계 제외)이 휴대폰 제조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4%인 점을 감안해볼 때 한국에서 연간 약 2억∼4억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 외국계 솔루션사 관계자는 “일부 지사는 전 세계 지사 중 매출 순위 1, 2위를 다툰다”며 “본사 차원에서 한국지사를 특별관리하고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무임승차 목소리 높아=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외국계 솔루션사의 무임승차론도 나오고 있다. 전 세계 휴대폰 제조사 베스트5 중 2개사를 갖고 있는 한국의 위상으로 인해 별 어려움 없이 사업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국내 솔루션업체와 경쟁할 필요도 없다. 휴대폰을 공급받는 해외 이통사가 단말기 제조사에 어떤 솔루션을 탑재할 것인지를 지정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해외 모바일 솔루션사가 국내에서 ‘땅짚고 헤엄을 치고 있다’는 게 국내 업체의 지적이다.
또 국내 모바일 솔루션업체는 대부분 용역베이스로 물량을 수주하는 데 비해 외국계는 대당 로열티를 받고 있는 것도 문제가 되고 있다. 휴대폰이 많이 팔릴수록 수익이 늘어나는 구조인 것이다. 그러나 국내 모바일 솔루션사들은 이러한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역차별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이유다.
◇국내 업체들 대응 모색=국내 모바일 솔루션사들은 휴대폰 제조사들이 국산 솔루션 탑재에 노력을 기울여 줄 것을 주문하고 있다.
업체의 한 관계자는 “휴대폰을 많이 팔지만 칩 외에 솔루션 비용으로 해외로 빠져나가는 돈도 만만치 않다”며 “단말기 제조사들도 한번쯤 해외 이통사를 설득해 국산 솔루션과 동반 진출하는 방안에도 눈을 돌려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솔루션업체들의 모임인 한국무선인터넷표준화포럼(KWISF)이 다음달 한국을 방문하는 국제 무선인터넷 플랫폼 표준화기구인 OMTP(Open Mobile Terminal Platform)에 우리나라 무선인터넷 표준 플랫폼인 ‘위피(WIPI)’를 표준으로 제안, 국산 솔루션의 국제화에 힘을 보태기로 했다.
권상희기자@전자신문, sh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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