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식 대학교육협의회 사무총장 youngsk51@hanmail.net
어느 시대, 어느 사회나 대학의 역할과 중요성이 강조되지 않은 때가 없었지만 요즘처럼 국가 발전은 물론 지역발전에 있어 대학의 역할이 강조된 시기도 없을 듯하다. 그것은 시대변화에 따라 대학의 역할과 기능도 바뀌어 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학의 기능과 역할을 이야기할 때 보통 교육, 연구, 사회봉사로 구분지어 얘기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가 현재 맞이하고 있는 21세기는 과거 어느 시대보다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큰 변화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여러 영역에서 나타나고 있다. 더불어 대학의 기능과 역할은 변할 수밖에 없고 또 크게 변화할 것이라고 많은 미래학자들은 예견한다.
과거의 대학이 단순 지식과 정보를 전달했다면 이제는 지식인큐베이터 역할을 수행하고, 나아가 지식을 응용할 뿐 아니라 지식기반사회에 적합한 창의적 지식의 배양에 더 큰 책임이 주어진다. 따라서 대학의 역할은 순수학문과 진리탐구적 기능의 상아탑적 교육에서 벗어나 시장경쟁원리와 사회적 수요를 충족시키는 것으로 바뀌어야 한다.
지역 대학은 해당 지역 사회와 지역 기업체와의 긴밀한 관계 속에서 그 변화된 역할을 찾아야 할 것이다. 국가 경쟁력 못지 않게 지역 경쟁력을 높이는데 있어 지역 대학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히 우리나라는 수도권 집중화가 심각한 수준이고 그동안 정부는 지역산업체와 지방자치단체, 지역 연구소와 대학을 상호 연계한 여러 형태의 지원사업과 프로그램을 추진해왔다.
지역 불균형이라는 심각한 상황을 고려해 교육부, 과기부, 산자부, 노동부, 정통부 등 각 부처가 너나 할 것 없이 앞장서 지방대학을 육성하기위한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지역 소재 대학은 각 지역 전략산업과 연관된 연구소를 유치해 활발한 연구개발 사업을 벌이고 그 성과를 지역 기업과 공유하기 시작했다. 국가 핵심연구센터(NCRC)와 과학연구센터(SRC), BK21사업과 NURI 사업 등 정부 지원의 각종 R&D 사업을 확보하기 위한 대학간 사전 경쟁과 사후 성과 경쟁은 산업계 못지않게 치열하다.
하지만 기업이 필요 기술 및 인력을 대학에서 곧바로 수혈받지 못하고 직접 양성하고 있는 현실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여전히 들린다. 아직까지 국내 대학의 연구역량에 대한 기업의 신뢰가 그리 높은 수준에 까지 이르지는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얼마 전까지 교육부총리를 지내셨던 한 인사는 세계 대학 경쟁력 1위이자 산학협력이 가장 잘 되고 있다는 핀란드를 방문하고 돌아와 이렇게 얘기했다. “핀란드에 가보니 대학의 최첨단 기술을 기업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형태로 산학협력이 이뤄지고 있었다. 박사과정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산업계 지원을 받지 않고 졸업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을 만큼 산학협력이 긴밀히 잘 이루어지고 있었다”고.
현재 국내는 물론 세계 대학가의 화두는 산학협력이다. 이것은 대학이 피해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대학은 예전보다 훨씬 더 기업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야 하고 맺기를 요구받고 있다. 이는 사회와 국가, 세계에서 필요로하고 시대가 요구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대학은 해당 지역의, 그리고 수요자인 기업의 요구에 끊임없이 부응해 나가야 한다. 기업과의 밀접한 연계 속에서 기업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할 때 대학은 국가의 경쟁력과 지역 산업 경쟁력을 끌어 올리는 중추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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