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학교가는 휴대폰 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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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우리집 초등학생 아이가 2박 3일 겨울캠프를 다녀왔다. 난생처음 ‘홀로여행’ 을 떠나보낸 아빠의 마음은 밤잠을 설쳐야 했다. 하지만 캠프에서 돌아온 아이의 씩씩한 모습은 모든 걱정을 무색하게 했고 오히려 대견해 보였다. 내 연배의 부모라면 한번쯤 경험했을 일이다. 아이가 ‘엄마, 아빠’ 하며 처음 입을 떼었을 때, 첫 걸음마를 시작했을 때, 이같이 아이를 키우며 수시로 오버랩되는 걱정과 기쁨의 순간은 삶의 에너지가 되곤 한다.

 지금 나에게는 또 다른 아이가 하나 있다. 영원한 천직으로 믿는 휴대폰 결제서비스와 내가 몸담고 있는 모빌리언스가 그것이다. 휴대폰 결제서비스가 2000년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됐으니 올해로 8년째가 된다. 사람으로 치면 이제 막 초등학교에 가는 나이가 된 것이다. 창업 당시만 해도 인터넷 유료화가 미진했던 상황이라 시장에서 과연 인정을 받을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다. 이듬해까지도 연간 거래규모가 1000억원을 밑돌았으니 가히 걸음마 수준이었다.

 하지만 세 살이 되던 2003년도부터 유료화 붐을 타고 휴대폰 결제서비스는 매년 30% 수준의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다. 우리나라가 인터넷 강국으로 성장하기까지 보이지 않는 조연역할을 해 왔던 것이다. 도입 8년차인 올해는 이제 학교 가는 나이에 불과하지만 몇 가지 성장 모멘텀이 있어 남다른 한 해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거래규모 또한 1조3000억원 수준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첫째, 휴대폰 결제서비스의 법적 지위가 더욱 명확하게 돼 산업군으로 자리매김하는 원년이 될 것이다. 지난해 말 국회 서혜석 의원의 주도로 이용자 보호를 위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발의되어 하반기에 시행될 예정이다. 이 법이 시행되면 그동안 통신 네트워크 기반의 부가서비스로서 간접규제를 받는 애매한 지위에서 명실상부한 ‘통신과금대행서비스’로서 법적 지위를 갖게 된다. 올해 초 전자금융거래법이 시행돼 전자적 기반의 결제 서비스의 기본 질서가 확보됐다. 이로써 그 책임은 더욱 커지겠지만, 그에 못지않은 권리를 동시에 수반하는 산업군으로 거듭나는 기반이 마련되는 것이다.

 둘째, 올해는 디지털 콘텐츠 중심의 소액결제 서비스에서 실물 소액 결제시장으로 첫걸음을 내 딛는 해가 될 것이다. 그동안 휴대폰 결제서비스는 그 편리성과 안전성을 기반으로 디지털 콘텐츠의 소액거래에 제한적으로 활용돼 왔다. 최근 들어서는 웹2.0 트렌드 확산과 함께 오픈마켓 등 낮은 단가의 실물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소액결제 수단으로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이로써 휴대폰결제는 실물시장에서 신용카드 등 기존 결제수단의 보완재로서 전자거래 저변확대에 기여하는 제2의 성장 기회를 맞이할 것으로 기대된다.

 셋째, 올해는 안전한 결제서비스로 거듭나는 한 해가 될 것이다. 휴대폰결제 서비스는 단기간에 급성장하면서 성장통이 없지 않았다. ‘복제폰’ ‘무료체험을 가장한 과도한 마케팅’ 등 역기능이 출현하면서 그 순기능이 폄하됐고 이용자 불편을 초래하기도 했다.

 이에 지난해 말 이통사·지불결제대행업체(PG)·콘텐츠제작업체(CP) 등 관련 기업이 자발적으로 인터넷기업협회 산하에 ‘유무선전화결제중재센터’를 설립했고, 사실상 올해가 첫 결실을 얻는 해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중재센터는 기업과 기업은 물론이고 소보원, 통신위원회 등 정부기관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각종 피해를 사전사후에 예방하고 구제하는 공동 규제모델이다. 우리나라가 휴대폰결제를 세계 최초로 도입한 것과 같이 이용자 보호를 위한 안전장치로서 우리가 앞서 만들어 가는 선진 자율규제 사례가 될 것이다.

 몇 년 전부터 세계는 우리의 앞선 인터넷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휴대폰결제서비스 또한 그들의 관심의 대상이 된 지 오래다. 이렇게 우리가 성장통을 경험하면서 만들어 가고 있는 노하우는 하나의 패키지 상품이 돼 부가가치를 더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휴대폰결제서비스는 이제 학교를 가는 초등학생의 나이지만, 올 한 해는 성장 잠재력을 실현하는 해가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어린 어깨에 짊어진 책가방의 무게만큼 할 일도 많다. 이 분야 대표기업으로서 그 책임감과 설렘 또한 남다르다.

◆황창엽 모빌리언스 사장 chantily@mobilia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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